상세정보
악한 사람들 - 중일전쟁 전범들을 인터뷰하다

악한 사람들 - 중일전쟁 전범들을 인터뷰하다

저자
제임스 도즈 지음, 변진경 옮김
출판사
오월의봄
출판일
2020-08-09
등록일
2021-02-09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23MB
공급사
알라딘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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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강간, 학살, 고문, 생체 실험, 영아 살해……
전쟁터에서 잔악무도한 ‘악인’이 되어간 전범들

그들은 왜 그토록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악이란 과연 무엇인가?
악한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우리는 어떻게 악행을 막을 수 있는가?

국제인권도서상 수상
《매클린스Maclean’s》 선정 올해의 책 20
《프로스펙트Prospect》 선정 올해의 책


처음 강간을 했을 때 어떠셨어요. 느낌이 어떠셨어요?
거기엔 느낌이라고 할 게 없었어요. 그저 ‘해보고 싶다’라는 거였죠. 그게 다예요.(39쪽)

위안소는 돈이 들잖아요. 강간은 한 푼도 안 들고요…… 우리는 돈이 없어서 위안소에 가지 않은 거죠. 강간은 공짜니까. 그래서 전선에 가면 반드시 강간을 했죠. “몇 번이나 했어?” 이런 식으로 서로 말하곤 했어요. “나는 두 번 했어” 아니면 “나는 세 번 했어”라고 하면서요. 거기에서도 일종의 경쟁의식이 생겨나곤 했어요.(42쪽)

군인들 셋, 다섯, 여섯이 같이 여자를 끌고 가서 손과 다리를 꼼짝 못하게 잡고 다리를 벌리게 한 다음 막대기를 쑤셔 넣었어요. 막대기를 안에 넣었죠. 그런 다음 여자를 죽였어요. 그런 일이 일어났어요.(42쪽)

그런 종류의 (생체) 수술 실습이 네다섯 〔기침〕 차례 진행되었어요. 처음에는 역겹게 느껴졌어요. 자신감이 없었죠. 두 번째에는 난, 두 번째에는 괜찮았어요. 세 번째 정도 되어서는 앞장서서 세심하게 계획을 세웠어요. 한번은 내가 계획해서 그런 식으로 스무 명을 훈련시켰어요. 그리고 헌병을 불러서, 헌병을 불러 수술 실습을 보여줬어요. 그런 것도 했죠.(55쪽)

상관들은 군인들에게 사람을 죽이는 훈련이 필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마을에 들어갔을 때 마을 사람들 몇 명, 한 열 명 정도를 끌고 왔어요. 열 명에서 열다섯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을 모두 나무에 묶어뒀어요. 그들을 나무에 묶어둔 채 우리 중 열 명 정도를 나무 앞에 길게 줄지어 세웠어요. 그런 다음 “중국 놈들을 죽여라”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더 이상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때까지 사람을 찔러요. 아마 서른 명이나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이 다 함께 칼로 찔렀을 거예요. 부대로 돌아가서 우리 중 절반 정도는 음식을 먹지도 못했어요. 저도 그랬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칼에 찔린 시체 모습이 떠오르면 음식을 먹을 수 없었죠. 그게 사실이에요. 그러고는 익숙해져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가 되면 익숙해지고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걸 하면 실적이 올라갈 거야.”

〔머리를 베는 데〕 익숙해지지 않으면 당연히 손을 떨게 돼요. 그러면 머리를 다 베지도 못하죠. 그 중국인은 머리가 다 잘리지 않은 채 고통으로 몸부림치고요. 그래서 결국에는 칼로 찔러 죽이게 되죠.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찌르게 되죠. 두 번, 세 번 하다보면 요령이 생겨 강인해져요. 이제 아무 문제없이 해내게 되는 거죠.(108쪽)

서둘러 갔더니 구덩이에…… 아…… 어머니와 아이가 있었어요. 〔소대장이〕 “구보테라 이등병! 사살해!”라고 소리쳤어요. 예상치 못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소대장의 명령에 불복종할 수는 없어서…… 흠…… 그들에게 총을 쐈어요.(109쪽)

모두가 그렇게 되고 말았어요. 의견이 없는 사람, 즉 생각이 없는 사람이 된다는 건 몸이 순식간에 명령을 수행하는 거죠. 우리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래서 군대에 가면, 아까도 말했듯이 신병은 대대장의 명령에 따라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신병훈련에서 훈련받은 대로 몸이 이성을 뛰어넘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거죠…… 결국 선생님이 물어보았던 것처럼 쾌락이 되는 거예요. 〔불명확함〕 이를테면 사람들을 집에 가둔 채 불을 지르고 불타는 걸 지켜보는 거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소름 끼치고, 잔인한 쾌락이죠.(125쪽)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사유

그들은 자신들의 모습에서 악마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한때 의사였고, 철학을 전공한 교사였으며, 농부였다. 하지만 그들은 여성을 강간하고, 민간인을 학살하고(난징에서만 30만 명의 사람들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생체 실험을 하고(731부대에서 가장 나이 어린 실험 대상은 세 살짜리 유아였다), 정보를 빼내기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을 고문하고 살해했다. 심지어는 아이들까지 살해했다.
그들이 처음부터 ‘악한 사람들’인 건 아니었다. 일본 사회에서 그들은 평범하게 살던 사람들이었다. 일본군 고참들이 그들에게 ‘살인’을 하라고 지시했을 때 그들은 멈칫대며 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차례 성공하자, 그다음부터는 쉬웠다. 더 나아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진급”을 하기 위해 스스로 앞장서서 잔혹행위를 하기도 했다.
이 책은 잔혹함에 대해 다룬다.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잔악무도한 가해자가 되는지를 분석한다. 하지만 저자는 쉽고 간편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뻔한 교훈을 얻고자 하지도 않는다. 전범들을 ‘악한 사람들’로 치부하고, 그들이 한 행동은 ‘모두 나쁘다’고 결론 내리며 그들을 역사의 죄인으로 몰아세우는 식으로 글을 전개해나가지 않는다. 그는 통찰의 방향을 전환해 악의 잔혹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그 충격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행위가 ‘악의 포르노그래피’와 다름없다고 말한다. 악한 사람들이 우리와 다른 특별한 사람들이라고만 치부하면 악을 꾸준히 발생시키는 구조적 특징을 파악할 수 없다. 그들을 악마로만 규정해버리면 단순히 증오하는 것과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악에 대해 성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악을 타자화하면 결국 타인을 악으로 만들게 된다.”
대신 저자는 그런 악이 이미 일어났고, 더욱 중요하게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지 탐구하고자 한다. 그들은 왜 그런 짓을 저지르는가? 인간을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조직적, 구조적, 심리적 과정은 무엇인가? 왜 이 세상에는 끊임없이 잔악무도한 일이 발생하는가? 악한 사람들이 대개 남성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대량학살의 폭력에서 젠더는 어떤 역할을 할까?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철학, 심리학, 사회과학, 문학 등 다양한 문헌을 검토하며 ‘악의 개념’을 설명하는 이 책은 악한 사람들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그런 질문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더 넓고 깊은 사유로 나아간다. 그 밖에 가해자의 증언, 인권, 트라우마를 어떻게 재현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등도 담겨 있다.
이 책은 중국귀환자연락회(중귀련) 회원들의 인터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들은 전쟁 후 소련의 시베리아 수용소에 투옥되었다가 몇 년 후 중국 푸순 수용소에 인도된 전범들이었다. 시베리아 수용소는 비인간적이고 잔혹했던 데 반해, 푸순 수용소는 포로를 손님처럼 정중히 대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잘 먹고 잘 지냈으며, 사상 개조를 경험하기도 했다. 1956년 중국에서 마침내 군사재판이 열렸고, 그곳에서 사형될 거라 믿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모두가 석방되어 일본으로 귀국했다. 그들은 그곳에서의 생활을 ‘푸순의 기적’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귀국 후 그들은 1957년 중귀련을 결성, 일제가 저지른 전쟁범죄의 실상을 알리는 활동을 펼쳤다. 즉 그들은 자신들의 악행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더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 책의 인터뷰도 그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악한 사람들’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대량학살genocide’이란 용어는 홀로코스트 이후에 만들어진 말이다. 물론 홀로코스트 이전에도 대량학살은 있어왔다. 이를테면 아테나가 멜로스를 침략했을 때 포로를 모두 학살한 것 그리고 로마가 카르타고를 약탈한 것도 대량학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홀로코스트 이후 비로소 대량학살에 대한 연구, 악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졌다. 처음 학자들은 가해자의 개인적 성격에서 공통점을 찾으려고 했다. 권위주의적인 성격인가? 쉽게 편견을 갖거나 증오하는 사람인가? 정신이상자인가? 분열되거나 이중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는가?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인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갖고 있는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가? 하지만 이러한 개인적인 성격으로는 ‘악한 사람들’을 구분지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악한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알려진 것은 “평생 주차 요금 위반 정도의 범죄행위만 했을 수백만 명의 사람들도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었다. 즉 악한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이제 대부분의 학자들은 대량학살 행위의 원인을 개인적 성격보다는 조직 정체성, 사회적 상황, 국가 이데올로기에서 찾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대량학살 연구에서 관건은 ‘당신은 누구인가’보다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규정이다. 대량학살의 공통점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거로 “인종차별주의, 종교적 편견, 오래된 종교 부흥운동 집단, 영토 확장주의, 땅에 대한 경쟁과 경작에 대한 집착, 농민계급 같은 사회적 계층의 이상화”(벤 키어넌)를 제시하는 학자도 있고, “민족주의, 어려운 생활환경, 근원적인 불안과 자격 의식(특권 의식)을 결합하는 문화적 자아 개념, 다원적이기보다는 획일적인 가치 체계, 피해자가 될 집단의 가치를 폄하하는 역사, 권위주의적이거나 위계적인 사회구조를 강조”(어빈 스토브)하는 학자도 있다. 또 “민족중심주의, 외국인 혐오, 사회적 지배 욕구, 합리적 이기심, 도덕적 이탈, (조직적 행동에서 예측할 수 있는 유형으로서) 권위 지향”(제임스 월러) 탓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그리고 “전시의 야만화, 인종차별주의, 직무의 분할과 정형화, 특별히 선택된 가해자들, 출세 제일주의, 명령 복종, 권위 복종, 이데올로기적 주입과 순종”(크리스토퍼 브라우닝)을 열거하는 학자도 있다.

일본은 어떻게 평범한 사람을 악인으로 만들었나

“공교육은 충성심과 애국심 같은 이데올로기를 주입시켰어요. 다시 말해, 이게 무슨 의미겠어요? 일본이라는 나라는, 흠, 신의 나라, 신국이라는 의미죠. 절대적으로 세계 최고 국가라는 거예요. 그런 생각이 우리에게 철저히 주입되었어요…… 잘 생각해보면 그건 다른 민족은 멸시한다는 의미죠.”
제1차 세계대전 후 일본은 아시아 내에서 군사력이 강한 전쟁국가로 부상했다. 천황의 통치하에서 조직되어 점차 군국화된 이 나라는 권력을 행사하고 서구 제국주의의 압력에 저항하기를 갈망했다. 일본은 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점령할 필요를 느꼈고, 1931년 만주를 침략해 만주국이라는 꼭두각시 국가를 세웠다. 그리고 6년 뒤 중일전쟁이 시작되었다. 일본은 뒤이어 일어난 군사적 충돌과 모든 전쟁범죄를 민족의 영광과 운명, 천황에 대한 숭배, 애국심 등으로 이야기했다.
많은 학자들은 대량학살을 일으키는 폭력을 행사하는 능력에는 어린 시절에 시작된 문화적 훈련이 수반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에서는 전쟁 전의 공교육에 “군국주의와 천황 숭배 사상의 체계적인 주입” 그리고 “전쟁터 상황에 기반을 둔” 산술 교육, “탐조등, 무선 통신, 지뢰, 어뢰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비롯한 과학 교육이 포함되어 있었다. 인터뷰이들도 어릴 때부터 이런 훈련을 받아왔다.
가네코 씨는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읽어야 했던 여러 책에 대해 말했다. 한 책에서는 어린아이였던 그가 특히 잊지 못할 순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린 주인공이 전쟁터에 나가기 위해 어머니와 헤어질 때 어머니가 말한다. “전선에 가면 천황 폐하를 위해, 조국을 위해 열심히 싸우거라, 아들아!” 가네코 씨는 군대에 가기 전에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 전선에 가서 꼭 영광스러운 일을 할게요.” 전선에서 가네코 씨는 영광을 얻고 싶었다. “고향에 돌아가면 사람들이 말하는 거죠. ‘아, 가네코가 전선에 가서 사람을 아주 많이 죽였대. 정말 대단한 일이야.’ 그런 말을 하는 거죠. ‘아, 가네코란 사람 대단하군! 대단해!’ 마을 사람들 모두 그런 말을 하겠죠? 자랑스러운 일이 되는 거죠.”

사람 죽이는 일을 더 쉽게 만들어주는 것

“신병이었을 때는 이런 식으로 사람의 가슴을 찌르죠. 동료 병사 한 사람은 ‘못하겠습니다!’라고 소리쳤어요. 하지만 1년 후에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죽였어요. 1년 후에요. 사람을 죽이면서 ‘와, 와’라고 외친 게 다였어요. 전에는 못했었죠. 그러다가 고참한테 뺨을 열 대 정도 맞았어요. 그러고 나서도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1년 후에는 반대로 스스로 했죠. 군대가 끔찍한 게 그런 거예요.”
일본군의 신병훈련은 극도로 권위에 대한 복종을 강조했다. 신병은 종일 갖은 이유로 따귀를 맞았다. 그리고 매일 체벌을 받으며 굴욕감을 당해야 했다. 정상적으로 길들여진 정체성을 박탈당했다. 똑같이 머리를 깎고, 똑같은 옷을 입고, 언어를 통제당하고, 모두 함께 먹고 자고 걸으며 이들은 집단화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은 “고참이 말하면 로봇처럼 반사적으로” 반응하게 되었다. 인터뷰이들은 명령에 복종해야 했기에 강간을 하고, 학살을 자행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이들에게 강하게 영향을 끼친 것은 외집단(특히 한국인과 중국인)을 강등시키는 것이었다. 일본제국은 포괄적인 프로파간다 프로그램을 통해, 미디어와 교육을 통해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주입시켰다. 그들은 혐오스러운 존재이며, 죽여도 무방한 존재라고 교육했다. “수치심을 느끼고 굶주리고 다치고 맞고 굴욕감을 느끼는 사람은 비참해 보이기 시작하고, 수치심을 느끼고 굶주리고 다치고 맞고 굴욕감을 느끼기에 마땅한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그 사람을 죽이는 일을 더 쉽게 만들어준다.”
이렇듯 장기간의 교육과 학습을 통해 주입된 ‘특정 존재에 대한 혐오’는 다른 사람을 죽인다는 생각만 해도 떨던 사람들로 하여금 죽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했고, 떨지 않고서는 총검을 잡지도 못하던 사람들로 하여금 냉정하고 재빠르게 찌를 수 있게 만들었다. 인터뷰이들 또한 이 과정을 거치며 점차 잔인해져갔다. 상대방을 ‘죽여도 되는 사람’처럼 여기게 되었고, 상대방의 고통에 둔감해졌다. 이러한 인종주의는 오늘날에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2005년에는 《혐한류》와 《중국 입문》이라는 두 권의 일본 만화가 큰 성공을 거둬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혐한류》의 독자들과 주인공은 한국이 월드컵에서 부정행위를 했고 현대 한국의 성공은 일본 식민주의 덕분이라고 이해한다. 《중국 입문》에서는 제국주의 전쟁범죄를 부인하고 중국을 동족상잔에 사로잡혀 있는 “매춘 강대국”으로 표현한다. 지금도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대해 갖은 혐오발언을 내뱉고 있다.

살아 있는 사람을 실험 대상으로

“농부가 수술대 위에 눕자?나는 부대 의사들의 훈련을 〔불명확함〕 했는데?우리는 그에게 전신 마취를 했어요. 그러고 나서 〔헛기침〕, 열 명 정도 되는 군의들이 다섯 명씩 두 무리로 나뉘어졌어요. 그리고 수술 실습을 했어요. 처음에는 충수염 수술을 했고 그다음에는 창자를 봉합했고?장 수술이었죠?사지 절단을 했어요. 이 모든 걸 실습했어요.”
인터뷰이 유아사 씨는 직업이 의사이다. 입대 후 그는 생체 실험을 하게 된다.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각종 수술을 연습했다. 처음에는 너무 역겹게 느껴져 자신감이 없었지만, 두 번째 수술에서는 괜찮아졌고, 그다음부터는 앞장서서 계획을 세운 뒤 신병을 훈련시키기도 했다. 그런 일에 즐거움을 느꼈냐는 질문에 그는 “네, 그랬죠. ‘내가 해냈어!’ 같은 느낌이었어요”라고 답했다.
731부대의 활동은 악명 높다. 731부대의 제1 부서 과학자들은 콜레라, 장티푸스, 이질, 탄저병 등 다양한 질병을 다루었다. 1만 명이 넘는 포로가 그런 실험에 사용되었다. 가장 유독성이 높은 박테리아를 양성하기 위해 그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몸을 해부했다. 제2 부서의 과학자와 기술자는 다양한 살포 메커니즘을 통해 ‘현장’에서 실험하고, 폭탄을 투하하고, 치명적인 병원균을 작물에 뿌리고, 세균에 감염된 쥐를 인구 밀집 지역에 방출하고, 우물물에 세균을 탔다. 그리고 군인들이 우연히 놓고 간 보급품처럼 보이는 것에 오염된 떡을 숨겨두었고, 석방된 포로들에게 초콜릿을 주어서 그들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집에 돌아가 아이들에게 나눠주게 했다.
731부대의 생체 실험 대상은 소련 전쟁포로, 중국인과 한국인 민간인, 지적장애인 등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저 길거리나 집에서 납치되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일본 당국의 허위 구인공고를 보고 아무것도 모른 채 왔다가 납치되기도 했다. 그들은 끈으로 묶인 채 병원체를 투여받거나 비말 형태의 살포에 노출되었으며 오염된 음식과 액체를 섭취하도록 강요받았다. 가장 나이 어린 실험 대상은 세 살짜리 유아였다.
모두 통틀어 2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들은 왜 그런 일을 했을까? 731부대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고등 연구’라는 목표가 그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참여했고, 그 프로젝트를 우선해야 할 책임으로 여겼다. 무엇보다 이런 실험이 자신의 직업에서 출세하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적극 가담했다. 전후에 이들은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다. 이후 수백 명의 연구자들이 일본 대학과 병원에서 중요한 지위를 획득했다. 일곱 명은 전후 일본 국립보건원의 원장이 되었고, 다섯 명은 부원장이 되었다. 세 명은 일본의 거대 제약기업인 미도리주지(‘녹십자’)의 창립자가 되었다.

일본의 역사 왜곡, ‘진실을 위한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중일전쟁 일본군 전범들의 압도적인 증언 앞에 저자 제임스 도즈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 책에 나오는 전범들은 사죄를 하고 싶어 했다. 그들은 뉘우쳤고, 자신들이 처했던 상황에 대해 상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저자는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그들과 마지막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저는 녹음테이프를 캐비닛에 넣어둔 채 몇 달간 외면했습니다. 저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고백들은 끔찍했습니다. 그 고백에 대해 말하는 것은 죽은 사람들에 대한 공격이자 그들의 사생활에 대한 무자비한 침해로 여겨졌고,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잔인한 재현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저자는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들은 은폐되었고, 거짓이 되기도 했으며, 역사책에서 왜곡되거나 사라지기도 했다. 일본이 자행하고 있는 역사 왜곡 몇 가지를 열거하면 이렇다. 일본 문부성은 1962년 교과서에서 일본군이 중국에서 저지른 전시 강간에 대한 언급을 삭제하면서 이런 주장을 했다. “여성들에 대한 폭력은 인간 역사의 모든 시대와 모든 전쟁터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특별히 일본군과 관련해서 이야기해야 할 주제는 아니다.” 1994년 일본 법무상 나가노 시게토는 1937년에 일어난 난징대학살을 “날조된 것”이라고 말했고, 이후 주도면밀하게 작성된 사과문에서는 계속해서 “난징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2007년 아베 신조 총리는 한국 여성들을 군 성노예로 강제동원한 사실을 부인했다. 2001년 문부과학성은 난징대학살, 광범위한 성노예 사용, 중국 민간인들에 대한 세균전 실험을 포함해 전쟁범죄를 호도하는 수정주의 역사관이 실린 교과서의 사용을 승인했다.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자들의 공통된 입장은 “‘아시아의 고통에 대한 우발적 개입론’으로서 일본은 서구 제국주의자들에 맞서 싸우고 있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일부 아시아인들이 이 전쟁에서 죽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수십 년간 일본 정부 관료들, 학자들, 계급을 불문한 전직 군 장교들은 일본제국이 저지른 잔혹한 행위를 부인하고 축소했다. 그리고 여전히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범들의 말은 하나의 진실로서 다뤄질 만한 가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기록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한 작업이다. 더군다나 아직 ‘생존자’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진실을 위한 투쟁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또한 저자는 자신의 조국인 미국이 벌인 전쟁에 대해서도 성찰한다. 즉 중일전쟁과 미국이 벌인 전쟁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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