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클락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018년 선정!!
<주간 문예춘추 미스터리 베스트 10> 2017년 선정!
『검은 집』 작가 기시 유스케의 최신간
추리소설 전성시대의 진정한 퍼즐러 작품
SF, 호러, 미스터리 장르를 오가며 작품을 발표 중인 작가 기시 유스케는 실로 당대 최고의 트릭 제조가이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유리망치』가 세상에 나오자, 마치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는 독자들도 적지 않았다. 요즘 시대에 이토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미스터리 작가가 또 있을까?
일본의 저명한 서평가 스기에 마쓰코이(杉江松?)가 ‘2017년 일본 미스터리의 최대 수확’으로 격찬했던 기시 유스케의 신작 『미스터리 클락』이 창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수수께끼 풀이에 중점을 둔 본격 추리소설인 동시에, 『유리망치』의 뒤를 이어 에노모토 케이와 아오토 준코의 환상적인 케미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추리소설 작가들에게 가장 큰 벽이자 난제인 ‘밀실트릭’에 도전했다.
1841년 에드거 앨런 포가 처음으로 발표한 추리소설 『모르그 거리의 살인』 이후 수많은 작가들이 밀실의 트릭을 다루는 장르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지난 170여 년 동안 엄청난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그리하여 이제 실현 가능성 있는 밀실은 모두 등장한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더구나 스마트폰을 비롯해 최첨단 기기가 발달하면서 밀실트릭을 구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하지만 기시 유스케는 생각이 달랐다.
“저도 『유리망치』를 쓰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그때까지 생각지 못했던 트릭이 새로 태어나기도 합니다. 본격 추리소설은 독특한 세계입니다. 퍼즐러 작품(수수께끼 풀이가 중심인 추리소설)의 재미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4개의 초밀실
시리즈 사상 최고난이도의 추리극
이 책에는 색깔이 다른 네 편의 중단편이 등장한다. 각기 취향이 다른 독자들을 위해 기시 유스케가 마련한 본격 추리소설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겠다.
방범 컨설턴트 에노모토 케이와 변호사 아오토 준코가 밀실살인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방범탐정 에노모토 시리즈’로, 「완만한 자살」, 「거울나라의 살인」은 이미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폭력조직 사무실, 미술관 전시실, 인적 드문 산장, 바다 위 보트 등 주변과 격리된 평범치 않은 공간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의 교묘한 밀실트릭과 에노모토 케이의 남다른 추리력 싸움에서 과연 누가 승리할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완만한 자살」은 방범 컨설턴트인 에노모토 케이가 안쪽에서 잠긴 폭력조직 사무실을 열도록 강요당하는 내용이 담긴 단편이다. 시리즈를 오랫동안 쓰다보면 한 가지 패턴에 빠지기 쉽다. 대개 사건을 의뢰받은 준코가 에노모토에게 연락을 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곤 하는데, 모든 작품이 그런 식이라면 독자 입장에서 단조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때로는 총부리와 맞닥뜨리며 에노모토가 추리를 진행하는 스토리면 좋겠다 싶어 기시 유스케가 새롭게 시도한 방식이다.
폭력조직 사무실에는 6개의 잠금장치가 있고, 창문에는 스테인리스 격자 모양의 튼튼한 방범창이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그처럼 ‘완전한 밀실’에서 안에서 문이 잠긴 채 사람이 죽는다. 그는 과연 자살한 것일까? 죽임을 당한 것일까?
두 번째로 등장하는 「거울나라의 살인」은 저자가 반 이상을 수정하고 가필했음에도 이번 책에서 가장 까다롭게 여겨질 수 있는 작품이다. 특별 드라마화가 먼저 이루어지고 나중에 잡지 연재를 시작했는데, 기시 유스케는 단행본 원고를 쓸 때 영상본을 참고했다고 한다. 한밤중 미술관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는데, 전시실에 설치된 미로가 밀실을 만들어낸다.
표제작인 「미스터리 클락」은 외딴 곳에 위치한 산장에서 벌어진 유명 미스터리 여류작가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본격 미스터리의 전형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까르띠에에서 생산되는 미스터리 클락 등 귀중한 앤티크 시계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데, 기시 유스케 개인적으로 수정작업이 가장 어려운 작품이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원고량이 넘쳐 한 권의 단행본 분량으로도 충분했으나, 필수적이지 않은 부분들을 덜어내고 또 덜어내 순도가 높은 중편 소설로 재탄생되었다.
「콜로서스의 갈고리발톱」은 해상 살인사건을 다루는데, 이 책에 소개된 네 작품 가운데 저자가 가장 애착을 갖는 타이틀이다. 기시 유스케는 JAMSTEC(해양연구개발기구)이나 어군탐지기 업체를 직접 취재해 책상 위에서 만들어낸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지를 실제로 확인했다. 보트에서 밤낚시를 즐기던 한 남자가 사체로 발견된다. 현장은 실험선에서 200미터, 해저의 다이버들로부터 300미터 떨어진 밀실상태였다. 그에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제 트릭으로 승부하기는 어려운 세상이라고?
좋다, 이 책으로 모든 걸 보여주마!
이번 작품에서도 방범 컨설턴트이자 전·현직 도둑인 에노모토 케이와 정의감 넘치는 변호사 아오토 준코가 사건을 풀어나간다. 흔히 에노모토는 셜록 홈스, 준코는 왓슨에 비유되곤 한다.
기시 유스케는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명탐정에게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등장인물 중 탐정이 가장 머리가 뛰어나고 모든 걸 꿰뚫을 경우 소설이 정체되며, 그저 예정된 수순을 밟아가는 전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스터리에서 가장 머리가 좋아야 되는 인물은 수수께끼를 푸는 이가 아니라 범죄를 구상하는 범인이다.
작품 속에서 에노모토 케이는 어떤 면에서 사기꾼 같은 역할을 띤다. 방범 전문가, 방범 탐정이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도둑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에노모토는 ‘안락의자 탐정’처럼 생각하기 쉬운 존재다. ‘안락의자 탐정’이란 할머니 같은 사람이 의자에 앉은 채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에노모토는 초인적인 통찰력으로 뭐든지 꿰뚫어 보는 인물이 아니다. 단지 특수한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볼 뿐이다.
한편, 변호사 준코의 입에서는 매번 같은 패턴으로 ‘터무니없는 추리’가 등장하곤 한다. 그래선지 기시 유스케의 독자들은 그녀를 ‘터무니변호사’로 지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준코의 추리를 통해 범행수단이 압축되거나 사건의 특징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유일한 해답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나 할까?
기시 유스케는 미스터리에 대해 작가가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독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건 작가가 다 할 테니 독자는 그냥 작가를 믿고 즐겁게 읽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한 작품을 쓰기 위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연구하고 조사하는 그의 명성을 입증이라도 하듯 트릭 하나를 성립시키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아이디어가 투입된 책, 그리하여 추리소설의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책이 바로 『미스터리 클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