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마음 - 지치지 않고 세상에 말 걸기
섣부른 낙관과 건방진 냉소에 침식되지 않는
삶의 전망과 논의의 지평을 열기 위하여
패기 넘치는 태도로 그 어떤 성역 없이 종횡무진 대중문화 비평을 이어온 저자 위근우가 지난 2년여의 글들에 지금의 생각을 덧붙여 《뾰족한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묶었다. 동일한 방식으로 2013~2016년의 글들을 모은 《프로불편러 일기》, 2017~2019년의 글들을 모은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를 잇는 책이다.
2020~2022년의 글을 모은 이 책에서 그는 “최근의 문화적 이슈에 있으나 마나 한 코멘트를 제공”하고 SNS 팔로워 숫자에 연연하며 “특정 대상이나 특정 입장을 피함”으로써 굴종하는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비판적 논의를 위한 관점을 구성”해내고자 했다. “무난한 마지막 문단” 그리고 “보편적 관점”이라는 핑계로 “원론적으로만 옳은” 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를 끝까지 밀고 나감으로써 사회의 공론장 속에서 실천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돌아보고 벼려온 노력의 결과를 담았다.
세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안하는 일은 때로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이는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뾰족함과 삐딱함은 다를뿐더러, 실명 비판과 제언이 전투태세 돌입과 비방으로 이어져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뾰족한 마음”은 불의한 세상에 무기력하게 타협하지 않기 위한 스스로의 다짐이며, 곳곳에서 분투하는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이어 닿기 위한 연대의 목소리다. 저자가 대단한 사람이라 뾰족한 게 아니다. 그는 대단하지 않기에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전망을 위해 뾰족해지려는 것이다. 이는 저자에게 세상에 지치지 않고 꾸준히 발화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 웹툰에서 OTT, 영화, TV 예능, 비디오게임, SNS 그리고 정치 이슈까지 넘나드는 35개의 대중문화 비평 글은, 때로는 강력한 비판과 도전으로 때로는 적극적인 발굴과 찬사를 통해 섣부른 낙관과 건방진 냉소를 넘어선 삶의 전망과 논의의 지평을 열어내고자 시도한다.
대중문화라는 역동적인 현장
누군가는 대중문화를 ‘그저 웃자고’ 소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중의 삶의 행동과 생활양식 그리고 정서와 태도에 깊숙하게 스며든 문화의 총체인 ‘대중문화’는 그 자체로 중요한 비평의 대상이자 공론장의 핵심 화두 중 하나이다. 또한 통념에 의한 권력의 지배와 그에 대한 도전과 저항이 매일 벌어지는 역동적인 현장이다. 2020~2022년의 치열했던 대중문화의 현실을 저자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하여 정리했다.
1장 <K 같은 소리 하고 있네>에서는 8개의 글을 통해 ‘세계적으로 일류’라고 칭송받기까지 하는 이른바 ‘K컨텐츠’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가장 중요하게는 <오징어게임> 등의 OTT물에서 반복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과연 어떤 유해로운 요소들을 숨기고 있을는지, 그리고 그러한 요소들의 누적이 우리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다뤘다. 웹툰계의 황소개구리(?) 박태준 유니버스의 ‘인싸 월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콘텐츠는 어떻게 지역을 ‘소비’하는지에 대해서도 살폈다.
2장과 3장에서는 ‘차별’과 ‘혐오’를 동력으로 여전히 폭주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을 다뤘다. 2장 <차별에 찬성하는 세계>에서는 9개의 글을 통해 악플 테러, PC주의, ‘사투리’, ‘이대남’, 을지OB베어 등의 사회적 현상들에 대해 주로 다뤘다면, 3장 <TV는 정색을 싣고>에서는 8개의 글로 <가짜사나이 시즌 2>, 사생활 리얼리티쇼, 대통령 출연 예능 등의 방송 프로그램들을 주로 다뤘다. 윤석열, 이준석, 허지웅, 기안84 등 명사들에 대한 실명 비판을 피하지 않았다.
통념에 저항하며 선의를 향해 손 내밀기
4장 <작지만 의미 있는 전진>에는 대중문화의 현장에서 작가가 반드시 더 알리고 내세우고 싶은 작품, 인물, 사건들에 대한 발굴과 헌사들을 모았다. 전작들과 다소 구분되는 지점으로, 이전 글들에서 부분적으로 표현되었던 ‘좋은 본보기’들을 이번에는 전면적으로 내세웠다. 통념에 저항하고 싸운 이들의 선의와 헌신에 손 내밀어 연대하고자 했다.
‘부캐’ 신드롬으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천재성의 산물 ‘둘째 이모 김다비’, 최근의 대세(?)인 ‘(약자에 대한) 참교육 썰’을 내용부터 형식까지 모두 전복한 웹툰 <집이 없어>, 언론과 지식인 등의 반여성적 공모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당당하게 맞선 배우 반민정의 이야기 등 10개의 글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더 알리고,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부분을 조명하고자 했다.
35개의 글을 통해 저자는 “보수화된 통념의 힘 앞에서 그럼에도 함께해주는 이들의 존재”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것이 결국 “도래할 더 나은 미래”의 출발점이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에 기여하기 위해서 또는 기여하는 이들을 기록하기 위해서 쓰였다. 이것이 뾰족한 마음으로 세상에 끊임없이 지치지 않고 비판적으로 말을 거는 이 책의 존재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