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엘레지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페미니스트 빈센트 밀레이,
한국의 독보적 시인 최승자의 섬세한 번역으로 재출간!
여성 최초 시 부문 퓰리처상 수상자 빈센트 밀레이
차별과 경계 너머 자유를 쓰다
빈센트 밀레이는 “20세기 미국의 가장 위대한”이란 수식어로 설명되는 시인이자 극작가다. 또한 시대가 강제하는 여성상에 저항한 페미니스트이자 보헤미안이었다. 그녀는 기존의 전통 가치관 앞에서 사회적 차별과 정치적 부당함을 이야기했으며, 자신의 성적 취향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말했다. 그녀의 대범한 활동은 당대의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으며, 밀레이는 개인의 자유를 대변하는 인물로 여겨졌다. 시대상(相)과 성(性)역할에 자신을 한정 짓지 않고 자연인으로서 살아가기를 바랐던 그녀의 언어는 제1차 세계대전 격변기에 새로운 시대를 갈구했던 영미 문화권 사람들을 매료시켰으며, 여성 최초로 시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받는 영광을 안겨주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밀레이의 시는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준다. 온전한 개인의 자유를 느끼고 싶은 마음은 시대를 넘어서는 보편 감성이며,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때에 비해 오늘날에는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훨씬 발전했지만 현대인의 삶은 더 각박해졌다. 자연을 탐미하고 때론 자유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만, 더 복잡해진 자본주의 체계와 보이는 것이 중요한 사회 흐름 속에서 자유를 저당 잡혔다. 이러한 시대에 자연 속에서 자유를 찾고자 했던 밀레이의 시는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 삶의 아름다움, 고통, 사랑과 이별은 무엇인지 이야기하며 날 것 그대로의 순수한 시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자연의 시 언어를 구축한 빈센트 밀레이,
자기만의 시 언어를 확립한 최승자의 번역으로 재출간되다
빈센트 밀레이의 시가 시인 최승자의 섬세한 번역으로 다시 출간된다. 《죽음의 엘레지》는 최승자 시인이 직접 선택하고 번역했기에 더욱 특별하다. 그녀 또한 세상이 만들어놓은 여성상과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언어 세계를 구축하여 새로운 시 세계를 보여준 시인이기 때문이다. 두 시인의 세상을 향한 담담한 언어는 복잡한 세상을 사는 현대인에게 뜻밖의 자유를 선물할 것이다.
《죽음의 엘레지》는 빈센트 밀레이의 삶과 죽음에 관한 성찰이 담긴 시집이다. 이 책은 밀레이 사후 출간된 《시 선집Collected Poems》을 토대로 최승자 시인이 직접 일부 시들을 재구성하고 번역하여 한국에 소개된 바 있다. 출간 후 한국 독자의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오래전에 절판되었다. 읻다에서는 삶에 대해 깊은 울림을 주는 그녀의 언어를 다시 세상에 알리고자 재출간을 결정하였으며, 최승자 시인이 다시금 구성 및 번역 상태를 확인하고, 시집 《백치는 대기를 느낀다》를 쓰고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의 책을 번역한 서대경 시인이 원문을 감수하여 다시 태어났다.
생의 찬란한 아름다움, 언젠가 마주할 죽음을 노래하라!
시인으로서 밀레이의 등장은 화려했다. 스무 살에 시 대회에 나가 〈재생Renascence〉으로 입상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스물다섯 살에 첫 시집 《재생 외Renascence and other Poems》를 발표했다. 뉴욕타임즈는 그녀를 일컬어 “미국의 시의 미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생전에 열한 편의 시집을 발표했으며, 시뿐만 아니라 산문, 작사, 연극과 오페라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한 다재다능한 예술가였다.
밀레이는 자신의 삶을 사랑했다. 생의 한가운데에서 때론 암흑 같은 시기도 있었지만, 그녀는 “아직 시간이 있는 동안 암흑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라. / 무늬도 없는 암흑, 지평선도 없는 암흑을”이라고 말하며 삶의 어둠마저 생의 과정으로 끌어안았다. 또한 “삶은 계속되어야 해, / 그리고 죽은 자는 잊혀야 해. / 삶은 계속되어야 해”라고 말하며 죽음 앞에 무력한 인간의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였고, 강렬한 생의 의지를 표현했다.
그녀에게 ‘살아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자 고통이었다. 그녀는 길을 걷다 들려오는 개구리 울음소리에 아름다움을 ‘강습’ 당하고, 사랑의 시련 앞에서 뜬눈으로 새벽을 기다리며 괴로워했다. 해가 지면 밤이 오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듯, 밀레이에게는 죽음 또한 자연스러운 삶의 한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삶의 순간순간은 한편의 ‘죽음의 비가(Elegy before death)’였으며, 또한 그렇기에 그녀는 죽음 앞에서 두려움 없이 ‘자유’를 외칠 수 있었다. 우리의 인생도 빈센트 밀레이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두려움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이라면 《죽음의 엘레지》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두려움을 떨쳐낼 용기와 그 순간을 끌어안을 담대함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