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에 관한 생각 - 영장류학자의 눈으로 본 젠더
★유발 하라리, 최재천 교수 강력 추천★
“내가 침팬지를 얘기하면 남자들이 우쭐하고
보노보를 얘기하면 여자들이 환호한다.
이 책을 쓴 것은 나의 가장 어리석은 결정 중 하나로 판명될지도 모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은 수십 년간 사람과 동물의 행동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생물학은 기존의 젠더 불평등에 정당한 근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젠더와 생물학적 성이 관련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은 인간 사회에서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자동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렇다고 해서 남녀가 다르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남녀 간의 선천적인 차이점들은 무엇이며, 그것들이 문화가 아닌 생물학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영장류 연구에서 찾는다. 성차에 대해서는 다양한 접근법이 존재해왔지만, 이 책은 기존의 연구나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영장류를 통해 성차의 비밀을 밝혀내고자 한다.
저자는 인간의 행동을 우리의 가장 가까운 진화적 사촌인 침팬지와 보노보와 비교한다. 이를 통해 널리 받아들여지는 여성성과 남성성에 관한 믿음들과 권위와 지도력, 협력, 경쟁, 부모와 자식 사이의 유대, 성 행동에 관한 보편적인 가정들에 이의를 제기한다.
세계 최고 영장류학자가
인간 성차의 비밀을 밝히다.
동물 연구를 인간에게 적용할 때는 항상 인간의 고귀함을 내세우는 상대측 진영으로부터 인간 문화의 영향을 간과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인간과 동물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남녀의 문제는 어떻게 되는가? 가부장제는 우리의 동물 조상이 남긴 유산일까? 남성의 공격성은 극복할 수 없는 본능의 문제일까? 침팬지의 피를 이어받은 우리의 조상은 살육자들이었을까? 여러 우려들은 프란스 드 발의 시도가 많은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으로 끝맺을 것이 분명하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프란스 드 발은 이러한 우려와 의구심 속에서 오히려 문제를 정면 돌파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또 다시 명쾌하게 제시한다. 요컨대, 이 책은 동물에 대한 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인간에 관한 책이다.
기존의 생물학은 페미니즘에 의해 ‘수구보수 학문’의 대표 격이라고 공격받았다. 어설픈 생물학에 기반 해서 “수컷의 바람기는 선택적 적응 과정을 거친 진화의 산물이니 여성들은 이 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라는 식의 잘못된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때마침 사회적 영향력을 키워가며 목소리를 높이는 여성들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곧바로 사회생물학, 더 넓게는 진화론이 성차별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프란스 드 발은 그동안 생물학이 해온 실수들로 인해 형성된 우리의 잘못된 통념들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프란스 드 발은 이 책의 서문에서 “동물과 사람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성차는 사람의 젠더에 관한 거의 모든 논쟁에서 그 중심에 있는 모든 질문들을 제기한다”며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간주한다. 그는 남녀 관계에 대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일반적인 가정들 — 폭력, 권위, 경쟁, 성차, 믿음, 협력, 유대 등에 끊임없이 도전한다.
유전법칙 대 문화,
권력투쟁 대 협력
우리를 가장 매혹하는 흥미로운 질문들 중 하나는 `성차가 유전법칙과 문화(생물학 대 환경)라는 두 가지 중 어느 것에 의해 결정 되는가`이다. 이 주제는 상당히 많은 함의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이 질문은 많은 논란을 불러왔고, 어느 한쪽의 상대적 영향력을 강조할 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복잡한 파장을 일으킨다.
이 책에 따르면, 어느 방향으로든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거의 확실히 틀렸다는 것이다. 일부 우익 작가들이 바라는 것처럼, 우리의 행동은 생물학의 법칙에 의해 전적으로 좌우되는 꼭두각시 같은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주로 생물학으로 남성에게 유리한 권력 역학을 합리화시켜왔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행동이 완전히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며, 각 성의 선천적 선호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수컷 원숭이가 자동차와 같이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장난감을 좋아하고, 암컷 원숭이가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인형과 같은 장난감을 좋아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질문은 ‘동물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폭력적이며 동물은 협력보다는 생존경쟁을 우선시하는 존재일까’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기적 유전자’ 이론에 입각해 동물들이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존재라고만 생각해왔다. 하지만 우리의 통상적인 오해와는 달리, 자연 세계에서 알파의 지위는 단순히 덩치가 크고, 힘이 세고, 공격적이라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알파라는 지위는 탁월한 조정자에게 주어지는 칭호에 가깝다. 지도자로서의 암컷(또는 여성)이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알파 수컷 코끼리는 다른 수컷 코끼리들의 공격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며, 알파 코끼리가 있을 때 다른 수컷 코끼리들의 테스토스테론은 급감한다. 알파 수컷 코끼리가 없는 코끼리 무리는 싸움을 조정하는 능력을 상실해 평화를 유지하지 못하고 엄청난 혼란의 도가니에 빠진다.
알파 암컷 마마는 뷔르허르스 동물원의 큰 침팬지 무리에서 중심이자 암반과 같은 존재였다. 마마는 수컷보다 더 뛰어난 지도력을 갖추고 있었고, 이 무리에서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했다. 마마는 40년 넘게 알파 암컷으로 군림하며 권좌에 올랐다가 내려간 여러 알파 수컷을 상대했다. 마마는 위계 구조에서 자신의 특권적 위치뿐만 아니라 무리 전체에도 신경을 썼다. 마마가 싸운 수컷 당사자들을 화해시키거나 당사자들이 도움을 구하기 위해 마마를 찾은 적이 많다. 프란스 드 발은 다 자란 수컷들이 자신들의 싸움을 해결할 수 없게 되자 마마에게 달려가 마마의 긴 두 팔에 하나씩 앉아 마치 새끼 유인원처럼 서로를 향해 소리 지르는 장면을 인상 깊게 보고, 이를 책에서 묘사한다.
암컷은 지도력과 무리 전체를 평화로 이끄는 능력만을 갖춘 존재가 아닐뿐더러 암컷은 한 수컷만을 바라보는 수동적인 존재도 아니다. 성적으로도 매우 진취적이다. 암컷 침팬지는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 여러 수컷과 접촉을 한다. 그렇게 해야 수컷의 공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비둘기 경주에서 항상 1등하는 비둘기는 수컷에게 굶주린 암컷 비둘기이다.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봤을
성차에 관한 것들에 대한
생물학적 해답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물음과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인간의 성차는 문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본성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남성의 성욕이 여성보다 훨씬 강할까? 여기에 과장된 측면은 없을까?
●남녀 간의 다른 성역할과 선호는 생물학적 기원을 가질까?
●인간은 정말 ‘빈 서판’에 지나지 않고, 문화와 환경에 의해 내용이 채워지는 존재일까?
●젠더는 나쁜 것이고, 사라져야만 하는 것일까?
●성은 단순히 문화가 규정하는 것일까? 그래서 개인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일까?
●남자아이를 여자처럼 키우면 여자가 될까?
●생물학에서는 트랜스젠더를 어떻게 바라볼까?
●여성이 남성보다 더 감정적인 존재일까?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인간은 협력보다는 경쟁을 선호하는 존재일까?
●동물의 행동이 사람이 해야 하는 행동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영장류에 대한 연구는 객관적인 실체가 없고,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에 지나지 않을까?
●사람의 말을 믿어야 할까? 아니면 말보다는 행동이 더 확실할까?
●가부장제는 동물을 아우르는 보편적인 법칙이고, 남녀 간의 불평등은 생물학적 기원을 가지는 것일까?
●우리의 조상은 폭력적이고 경쟁적이고 남성이 지배하는 침팬지뿐일까?
●보노보는 왜 그렇게 섹스를 좋아할까? 보노보는 단지 쾌락주의를 추구하는 동물에 지나지 않을까?
●목소리의 음색이 사람들의 의사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왜 양육은 한 쪽 성만 담당하게 되었을까? 수컷은 새끼를 돌볼 수 있는 잠재력이 없는걸까?
●동성애 또는 이성애와 같은 성적 지향성에 뇌는 얼마나 관여하는가?
●성적 지향은 ‘이성애’와 동성애‘로만 나뉜 이분법에 기반할까?
●생식에 도움이 되지 않은 여성의 음핵은 왜 필요할까? 공작의 화려한 깃털은? 남성의 젖꼭지는?
트랜스젠더 또한
생물학적 법칙에 의해 결정된다.
한때 사람들은 젠더가 순전히 양육에 달린 문제라고 믿었다. 특히 미국인 심리학자 머니는 어느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남자 아이를 여자 아이로, 여자아이를 남자 아이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소식을 환영했는데,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여성 운동이 이 개념을 지지했다.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의 행동 패턴이 바뀔 수 있다는 여성 해방론자들의 주된 주장과 잘 부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졌다. 머니는 사고로 성기를 잃은 한 남자 아이를 여성으로 양육하는 실험에 관여했다. 그러나 그 남자 아이는 커가면서 자신의 남성으로서 정체성을 주장했고 결국에는 자신을 여성으로 키운 부모를 원망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실험은 성전환 수술과 그 뒤를 이은 다년간의 에스트로겐 요법과 강도 높은 사회화 과정으로도 남자 아이의 성 정체성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생물학의 법칙을 거스른 것에 대한 무자비한 결과였다.
트랜스젠더를 결정짓는 데에도 생물학적 법칙이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에서 ‘종말줄 침대핵’이란 긴 이름의 작은 지역이 젠더 정체성에서 관여한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그렇다면 동성애는? 동성애 또한 뇌에서 기원하는 것이며 정말로 ‘게이 뇌’라는 것이 존재할까? 생물학은 동성애를 어떻게 바라볼까? 두 수컷 펭귄은 함께 알을 품어서 ‘탱고’라는 아기 펭귄을 부화시켰다고 한다. 동물원은 수컷 펭귄들 간의 유대가 너무 강해 이를 걱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킨제이 보고서에 의하면, 성적 지향은 동성애와 이성애라는 단 두 가지만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스펙트럼의 문제라고 한다. 모든 동물은 이 스펙트럼 상에서 왔다 갔다 하며 이성을 좋아하기도 하고, 동성을 좋아하기도 하고, 양성을 다 좋아하기도 한다.
침팬지 도나는 암컷의 성에 수컷의 몸과 습성을 지닌 젠더 비순응 침팬지였다. 도나는 수컷 어른들과 함께 털을 곤두세운 채 과시 행동을 자주 했다. 하지만 도나는 공격적이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다른 침팬지들과 잘 지냈다. 동물들은 자신과 다른 개체를 인간만큼 적대시하지도 않으며,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특별한 대접을 하는 일이 없다. 사람은 다르다. 인종과 마찬가지로 젠더 특성과 성적 취향에도 우리가 붙이는 라벨이 너무나 많다.
왜 하필 ‘보노보’와
‘침팬지’일까?
이 책의 전작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프란스 드 발은 동물과 인간의 마음이 기본적으로 비슷하고, 동물과 인간의 지능은 단순히 정도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동물과 인간은 스펙트럼의 연속선상에 놓여있는 비슷한 생명체라는 것이다. 책은 여러 사례들을 통해 그러한 주장을 명쾌하게 증명해내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나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바로 그렇다면 동물을 통해 관찰한 사실을 어디까지 인간에 적용할 수 있을까? 매우 합의되기 어려운 문제이고, 불분명한 문제이다. 그러나 《차이에 관한 생각》에서 프란스 드 발은 동물 관찰이 인간에게 적용될 수 있는 범위를 제시하며 명쾌하게 그 근거를 제시한다.
그 근거란 바로 동물이 문화라는 관성에서 벗어난 인간 본능을 말해주는 단서가 된다는 것이다. 어떤 행동이 선천적이고 생물학의 법칙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행동의 보편성을 찾기 위해 다양한 인간 문화를 비교하는 것이다(문화인류학). 두 번째는 아직 배양되지 않은 유아와 어린이의 행동을 연구하는 것이다(발달 심리학). 세 번째는 인간의 행동을 우리의 가장 가까운 진화적 사촌인 침팬지와 보노보와 비교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방식 중 하나를 통해서, 우리는 어떤 요소들이 문화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영장류학자인 프란스 드 발은 분명히 마지막 접근법을 선호하지만, 이 책에서 그는 이 세 가지 방법 모두를 어느 정도 활용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생물학에 의해 결정되는 여성과 남성간의 성별 사이에 사실 몇 가지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차이에 관한 생각》는 우리가 젠더와 관련하여 잘못 알고 있는 부분들을 바로잡아준다. 리처드 도킨스가 주장한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의 생존 투쟁을 지나치게 과장했으며, 많은 남성 과학자들은 잘못된 접근법으로 가부장제를 지나치게 과장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많은 페미니스트들을 비롯한 현대의 이론가들은 성차에 끼치는 문화의 영향을 확대해석하기도 했다. 또한 프란스 드 발은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관해 인간이 만들어놓은 이분법이라는 틀의 한계 또한 지적한다.
이 책은 유머와 학문적 명료함을 곁들여서, 젠더를 둘러싼 모든 갈등과 논쟁에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한다. 진화론적 접근을 통해 《차이에 관한 생각》는 차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포용하면서 남성과 여성의 역학관계에 대한 대화의 장을 열어젖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