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1 - 군중십자군과 은자 피에르, 개정판
■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개정판 1권 전격 출간!
―무지와 편견은 어떻게 전쟁으로 이어지는가?
김태권 작가가 ‘십자군 이야기’ 개정판 1권을 출간했다. 부시 전 미국대통령의 이라크전쟁을 비판하며 왜곡되지 않은 역사, 제대로 된 십자군전쟁을 보여주겠다고 시작한 이 만화는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내어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십자군전쟁이 ‘인간의 탐욕과 광기의 산물’이라는 본질은 숨긴 채, 신의 이름으로 미개 문명을 일깨웠다는 서양 중심의 계몽론이 지배적이었는데, 작가는 특유의 위트와 반전으로 속 시원하게 뭉개며 십자군전쟁을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했다. 책은 출간과 동시에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지식교양만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에 출간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개정판 1권은 ‘군중십자군과 은자 피에르’의 이야기를 담았다. 1095년 서유럽, 은자 피에르가 나타나 이교도에게서 예루살렘을 탈환해야 한다고 외친다. 이슬람과의 전쟁을 통해 우위를 확보하려는 우르바누스 2세는 피에르를 불러들이고, 이듬해 봄에 은자 피에르는 ‘예루살렘 해방’을 위한 전쟁의 길에 오른다. 교황청의 허수아비이자 군중십자군의 리더가 된 피에르. 아이러니하게도 독일 지역에서 첫 번째 전투를 벌였으니, 바로 1096년의 유대인 대학살! 이후 무지한 군중십자군은 목적을 상실한 채 가는 곳마다 약탈과 학살을 일삼고, 결국 투르크의 술탄 킬리치 아르슬란에 의해 니케아에서 전멸한다. 동로마 황제 알렉시오스는 피에르와 소수의 십자군 생존자를 구출하여 콘스탄티노플로 데려오는데….
김태권 작가는 1권에서 군중십자군과 은자 피에르의 만행과 광기를 고발하며 ‘무지와 편견은 어떻게 전쟁으로 이어지는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신이 허락한 전쟁이란 미명하에 벌인 그들의 전쟁은 결국 니케아에서 전멸로 일단락된다. 김태권 작가는 군중십자군의 참혹한 역사를 빌려와 오늘날 부시의 이라크전쟁에 대한 결말을 암시하기도 했다. 2003년 책이 ‘반전과 평화’였다면, 이번 개정판에서는 ‘관용과 공존’으로 다루면서 본문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또한 책의 말미에는 ‘고전 읽기’를 두어서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짐바르도의 《루시퍼 이펙트》,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 이삼성의 《20세기의 문명과 야만》, 브라우닝의 《Ordinary Men》을 소개했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는 총 6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1, 2권은 이전에 출간되었던 《십자군 이야기》를 큰 폭으로 개정하여 ‘반전’ 과 ‘평화’의 초기 문제의식에 더해 ‘관용’과 ‘공존’의 중요성을 새롭게 담았다. 개정판에서는 시대에 맞는 사회상을 반영하여 본문의 많은 부분을 고쳐 그렸고, 각권의 말미에 만화로 보는 ‘고전 읽기’를 넣어 책에서 제기했던 문제들을 더 깊이 다루고 있다. 3권은 신간이다. 2011년 11월에 4권을, 2012년 6월까지 5, 6권을 출간할 예정이다.
■ 신의 이름 뒤에 숨긴 인간의 추악한 권력과 욕망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책!
―2003년 출간된 《십자군 이야기》는 어떤 책이었나?
* 2011 평화박물관 추천도서 * 2009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청소년권장도서
* 2009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추천도서 * 2005 삼성경제연구소 CEO 추천도서
* 2005 서울시교육청 추천도서 * 2004 EBS〈책, 내게로 오다〉메인도서 선정
* 2004 책따세 추천도서 * 2003 독자만화대상 선정, 시사풍자상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는 부시 대통령 때문에(?) 탄생했다. 부시 대통령은 ‘악의 세계를 제거하기 위해 미국이 벌일 21세기 첫 전쟁은 십자군전쟁’이라며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에 김태권 작가는 작가의 양심을 걸고 십자군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왜일까?
첫째, 역사 왜곡이다. 역사적으로 십자군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 아니다. 이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십자군전쟁은 기독교가 전 세계에 저지른 악행이었다며 사과한 바 있다. 소설가 귄터 그라스는 “부시의 십자군 발언은 그 잔혹한 역사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십자군이 종교적 열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멍청함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논평했다. 둘째, 서양 중심의 역사에 대한 문제 제기다. 마치 십자군전쟁이 서양의 선진 문명이 이슬람의 미개 문명을 일깨우려는 시도였고 이러한 계몽은 서구의 역사적 사명이자 숙명인 것처럼 미화되었는데, 이를 넘어서려면 이슬람에 대한 올바른 소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셋째, 불의에 대한 결말을 보여주고자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시의 이라크전쟁과 서유럽의 십자군전쟁은 900여 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있다. 바로 두 전쟁이 어떠한 명분도 도덕성도 정의도 없다는 것이다. 200년간 이어졌던 이 명분 없는 전쟁의 대가는 처참한 기아와 살육 그리고 당사자인 교회의 몰락이었다. 서유럽의 패배와 교황권의 추락을 가져온 십자군전쟁의 결말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오늘날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명분 없는 전쟁들의 참혹한 결말을 보여주고자 했다.
《십자군 이야기》는 출간과 동시에 큰 사랑을 받았다.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층의 신선한 충격을 시작으로 중세 유럽과 이슬람의 역사를 바로 이해하려는 교양 독자층까지 확대되었다. 나중에는 선생님이 추천해서 학생들과 함께 읽었고, 넓고 다양한 시각이 필요한 CEO들의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태권 작가는 힘없는 자의 무기가 ‘기억’이라고 이야기한다. 기억은 폭력에 대항하는 마지막 무기이다. 위정자들의 무지와 편견, 그리고 권력욕은 참혹한 전쟁으로 이어졌고, 힘이 곧 정의로 전락되었으며, 피를 부르는 적대만이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는 통치자들 앞에서 기억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들의 독선은 언젠가는 무너지고 만다고 이야기한다.
■ 반전과 평화를 넘어… 관용과 공존을 생각한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의 특징 및 의의
사실 우리에게 십자군전쟁은 낯설다. 성지인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서유럽 그리스도교도와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한 이슬람교도들의 200년간의 기나긴 종교전쟁이라는 지식 외에 아는 것이 많지 않다. 하지만 십자군전쟁으로 인해 유럽은 교황이 지배하는 중세가 무너지는 역사의 큰 변환점을 겪었으며, 오늘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도 연결되는 중대한 사건이다. 십자군전쟁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해석은 향후 동서양 세계사 정립에 반드시 필요하며, 평화와 공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역사적 과제라 하겠다.
이런 면에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는 내용과 형식에서 두드러진 의의와 특징을 갖는다.
* 국내 최초 십자군 관련 서적이다. 2003년 첫 번째 권을 출간할 때만 해도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조차 제대로 된 십자군 관련 이론서를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작가는 원서 수십 권을 독파하며 방대한 십자군 관련 사료를 검토했다. 십자군에 관한 평가가 전문가 사이에서조차 엇갈리는 것은 사료의 빈약함에서 기인한다. 중세의 역사여서 1차 사료가 많지 않고, 서유럽의 치부를 드러내는 전쟁이었기 때문에 국외의 이론서조차 대부분 편파적이었다. 십자군전쟁 참가자 숫자는 물론, 전쟁을 지휘한 기사의 이름이나 전투지 이름마저 책에 따라 다르게 기록되어 있어 비전문가가 문헌으로 십자군전쟁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김태권 작가는 십자군전쟁을 파악하기 위해 60여 권의 책을 읽었고, 이를 바탕으로 모든 인용문의 출전과 학문적 근거를 꼼꼼히 밝혀놓았다.
* 서구 중심의 사관을 벗어나 세계사적 관점에서 서술했다. 우리는 서양인이 바라본 세계사에 익숙해지면서 은연중에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도 서양 중심적이다. 이 책은 무슬림이 바라본 십자군전쟁의 기록을 최대한 인용해 오리엔탈리즘에서 벗어나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십자군전쟁을 접근하고자 했다.
* 오리엔탈리즘이 가지는 계몽주의적 시각을 벗겨냈다. 서양 중심의 신화와 역사서를 보면 흔히 ‘서양은 문명인이고 전쟁을 통해 주변의 야만인을 문명화했다’는 계몽주의적 시각이 많이 침투해 있고, 이러한 시각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부시의 이라크전쟁과 같은 사건을 옹호해주고 있다. 김태권 작가는 서양뿐 아니라 이슬람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잣대와 기준을 두어서 계몽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인물을 드라마틱하게 구현할 때 문제시되는 역사 왜곡이나 영웅사관을 최대한 배제했다.
* 특히 이 시리즈는 우리 시대의 평화공존 교과서라 하겠다. 김태권 작가는 기독교와 이슬람이 십자군전쟁 이전까지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했고, 이슬람이 다른 종교 신자들을 강제로 개종시키지 않았으며, 두 종교 간의 ‘문명 충돌’ 개념이 십자군전쟁 동안 고의로 만들어져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의 씨앗을 뿌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1, 2권에서 평화를 위한 어떠한 전쟁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관용과 공존만이 인류의 밝은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3~6권)고 강조한다.
* 중세 미술작품과 자료를 참고하여 등장인물을 구현했다. 김태권 작가는 중세의 유럽과 이슬람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중세의 대표적 미술작품인 바이외 태피스트리와 비잔틴·이슬람 회화 등을 참고했다. 주요 등장인물인 은자 피에르는 당시 은자 그림에서 의상을 참고했고, 동로마 황제 알렉시오스는 실제 초상화를 모델로 했다. 십자군 병사들은 로마네스크 양식, 이슬람 병사들은 비잔틴 양식으로 그렸다. 향후 2, 3차 십자군전쟁은 고딕 양식으로 그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