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
이 집에서 울고 웃고 화내고 심술을 부리고 나쁜 짓을 하고 친절을 베풀며 살아 보렴. 그러다 보면 네게도 ‘도깨비’가 느껴지게 될 게다. 다만 그것이 무시무시한 모습이 되지 않도록, 그것만은 조심해라…….
도깨비와 함께 사는 시어머니의 이야기 ‘아다치 가의 도깨비’를 비롯, 대행수가 고백하는 망령의 복수극 ‘그림자 감옥’, 원한 맺힌 귀신이 씌인 술집의 ‘이불방’, 불로불사하는 인간이 나타나는 ‘바지락 무덤’ 등, 달밤에 읽는 무시무시한 에도의 괴이한 이야기 아홉 편
“귀신아, 이쪽, 손뼉 치는 쪽으로……”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선보이는 괴기 환상 소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시대 미스터리 시리즈 ‘미야베 월드 제2막’을 통해 소개된『외딴집』과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한국 독자들에게 ‘시대 소설 작가’로서도 당당히 인정받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 특히 『외딴집』은 뒤늦게미야베 미유키의 시대 미스터리를 접한 독자들에게 현대 미스터리와는 다른 벅찬 감동을 선사하며 관심을 얻고 있다.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또한 마을의 불가사의한 일 속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애절하고 아련한 마음을 담아 단편의 묘미를 한껏 발휘했다.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 미스터리에는 언제나 공포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혼조 후카가와』가 기담이라면 『괴이』는 그야말로 괴담이다. ‘미야베 월드 제2막’의 세 번째 작품 『괴이』는 지금까지 소개 되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 소설 중에서도 특히 ‘공포’에 무게를 두고 있는 단편집.
“열심히 일하는 게 결국은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꿋꿋하게 삶을 꾸려가는 건강한 서민들이 등장하는 것은 여전하고, 미야베 미유키답게 역시 공포라고 해도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 잡은 어둠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꽤나 무시무시한 괴담들이다. 마치 한국의 <전설의 고향>을 보는 것 같은 느낌. 그들의 정겨운 일상에 스며드는 ‘귀신’은 생령으로,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산송장으로, 장지문에 피로 물든 머리 모양을 만들고, 가을비가 지나간 자리에 고인 물웅덩이에 비친 이형(異形)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합리적인 해결과 초자연 지향을 절묘하게 혼합하면서 미스터리와 괴기환상소설과 시대소설을 조합하는 데에 이미 최고의 경지에 다다른 미야베 미유키가 이번에는 ‘초자연 원리주의’쪽으로 과감히 발을 들여, 혼을 먹는 마물, 좀비를 떠올리게 하는 산송장, 불로불사의 흡혈귀와 같은 괴인 등 서구 괴기 소설에도 뒤지지 않는 몬스터를 에도의 마을에서 당당히 날뛰게 만들었다. - 아즈마 마사오(문예평론가)
미야베 미유키는 『괴이』에 수록된 아홉 편의 이야기를 통해 도깨비나 귀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는 마음속에 들끓는 분노와 욕망이라는 ‘어둠’에 삼켜진 ‘인간’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탈을 쓰지 않은 존재들은 추악한 인간들이 발산하는 ‘어둠’으로부터 연약하지만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인간을 구한다. 「이불방」에서 어린 동생을 보호하는 죽은 언니의 혼이 그렇고, 「여자의 머리」에서 벙어리 소년을 지켜주는 ‘호박의 신’이 그렇다. 「아다치 가의 도깨비」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인간들이 떠넘긴 ‘더러움’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이렇듯 『괴이』는 인간이 토해 낸 원한과 고독과 분노와 슬픔을 ‘귀신’의 형태로 드러내면서 타인과 자기 자신마저 좀먹는 인간의 ‘악의’와 함께 결국 그 ‘악의’를 이겨내는 인간의 ‘선의’를 탐구하고 있다.
일본 독자평
★★★★★ 괴담보다 무서운 이야기!
★★★★★ 기이하고, 무서우면서도 슬프다. 이토록 아름다운 괴담이라니.
★★★★★ 에도의 풍경이 눈에 저절로 그려진다. 치밀한 묘사와 고증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 무섭다. 하지만 그 무서움이 사람의 마음을 파고든다.
★★★★★ 미야베 미유키 작품 가운데 제일 좋은 것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괴이』를!
★★★★★ 더운 여름밤, 이불 속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데 딱! 단번에 시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