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회전목마를 탄다
“이것이 진짜 90년대생의 이야기다!”
2년 만에 돌아온 ‘활자 맛집’, 90년대생 이묵돌이 쓴 가장 거짓 없는 시대의 자화상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 기원전 1700년, 수메르 시대의 점토판에 기록되어 있는 말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대한민국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기도 하다. 정작 본인들은 MZ세대라는 정체성을 부인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윗세대에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면 그런 것일 수밖에.
그런데 여기 정말 버릇없는 90년대생 작가가 있다. 어렵게 들어간 대학은 자퇴하고, 번듯한 직장을 구하기는커녕 알바를 전전하며 글이나 쓰고, 제대로 문학을 배운 것도 아니면서 소설을 써서 벌써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가 쓰는 소설도 버릇없기는 마찬가지다. 윗세대의 권위를 조롱하고, 위선을 폭로하며, 그들이 만든 사회 구조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얼마나 폭력적인지 고발한다. 동시에 그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꼰들과 자본주의 노예들이 어떻게 서로의 꿈과 희망을 짓밟는지 낱낱이 드러낸다.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이묵돌의 소설을 기다리고, 열렬하게 환영하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그의 소설은 두 가지에 충실하다. 재미와 사명. ‘활자 맛집’이라는 별명답게 그의 소설은 기승전결 서사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트렌드를 관통하는 날카로움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서로의 어깨를 내어주는 사람들의 끈끈한 연대가 담겨 있어 재미와 소설적 사명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이묵돌이 3년에 걸쳐 쓴 최고의 작품만을 모은 소설집 <모두가 회전목마를 탄다>를 당장 펼쳐보자. 단언컨대 이 버릇없는 책은 당신의 기대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이묵돌의 소설은 대한민국이 너무 많은 패배자를 만들어냈다는 걸 의미한다!”
이기적이고, 열정도 없고, 불평불만만 많은 최악의 세대라고?
기성세대의 권위와 권력에 대한 정면, 아니 측면 돌파!
단군 이래 가장 무책임하고 유약한 세대, 의무는 싫어하면서 권리에는 예민한 세대, 허세와 허영으로 내일을 준비하지 않는 세대… MZ세대라는 느슨하기 짝이 없는 울타리로 묶여 버린 90년대생에게 내려진 기성세대의 평가는 대부분 이렇다. 하지만 그들, 기성세대의 속내와 실상은 어떠한가. 미래 세대가 어떻게 되든 말든 아파트값이 올라 부자가 되기를 꿈꾸고, 정년 연장에는 목숨을 걸면서 젊은이들의 계약직 문제는 본체만체한다. 그러나 어찌하랴. 그들은 이미 자본과 권력을 양손에 움켜쥐었는데.
이묵돌은 지금까지 10여 권의 책을 출간한 베테랑 작가다. 분야도 소설, 에세이, 인문 등 다양하다. 그런데 아직 20대다. ‘김리뷰’라는 필명으로 활동할 때가 벌써 십수 년 전 같은데 아직 20대다. 그리고 이 책은 그가 20대의 지금까지 썼던 소설 가운데 최고라고 자부하는 것들을 모아 엮은 소설집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90년대생 작가 이묵돌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 문제들이 풍자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위대한 위키러>는 ○○위키라는 사이트를 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권위와 권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정보를 어떻게 구속하려 하는지 보여준다. <아침에는 네 개…….>는 자본주의 논리에 함몰된 사회 풍조와 거대 플랫폼 기업의 만행을 고발한다. <향수>는 자본의 논리가 어떻게 노동의 정의를 훼손하는지 보여주며, 사랑이라는 가치마저도 기회주의적으로 이용되는 세상에 대해 환멸 어린 시선을 드러낸다. <우주를 유영하는 투명고양이와 그 신도들을 위한 지침서>는 이런 세상에서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린 현대인의 과학적 종교적 방황을 다소 우습지만 정확하게 포착해낸다.
“이묵돌의 글은 나를 자주 안아주었다. 많이도 안아주었다.”
경쟁, 성과, 부… 승자와 패자밖에 없는 이분법적 자본주의 논리에 대한 항변
꿈과 희망이라는 사치가 허락되지 않는 흙수저들을 위한 위로와 연대의 목소리
이 소설에 등장하는 대한민국은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맹목적으로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국가와 그 속에서 상위 1%의 확률에 들고자 하는 개개인의 욕망, 서로를 짓밟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99% 소시민의 불행한 삶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그러나 너무 망연자실할 필요는 없다.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살아나갈 수 있는 건 결국 이 또한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의 백미는 작가 이묵돌이 결국 사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표제작 <모두가 회전목마를 탄다>는 회전목마처럼 돌고 도는 불행한 인생의 굴레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 방황하는 작가의 고뇌가 드러나고,
이묵돌의 소설은 평범하지 않다. 전통적인 문법보다는 직관과 문제의식을 입체화하는 데 더 치중한다. 그런데도 많은 이가 이묵돌의 소설을 기다리는 건 그만큼 소설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김리뷰’ 입담이 어디 갈 리 없다,는 게 이묵돌 소설을 읽은 팬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감동과 위로는 덤이다. 재미있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동의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과 격이 다른 트렌디한 문제의식과 서사의 감동을 경험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묵돌은 독자들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