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토끼
와카타케 나나미의 초기 걸작, 20년 만에 한국어판 출간!
제55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후보작
추리소설 전문서점 한켠에 탐정 사무소를 차리고 서점 아르바이트와 수사를 병행하는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시리즈로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탐정의 반열에 오른 하무라 아키라. 그녀가 살인곰 서점에서 일하기 전, 프리랜서 탐정 시절의 활약을 다룬 초기 걸작 《나쁜 토끼》가 일본 출간 20년 만에 드디어 국내에 출간되었다.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에서 보여지는 하무라 아키라의 이미지는 냉철하고 고상한 기존의 탐정 캐릭터를 뒤집듯 서민적이고도 불우하다. 그러나 수없이 넘어지고, 깨지고, 얻어맞으면서도 꿋꿋이 사건에 맞서는 특유의 하드보일드함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하무라에게도 아픈 기억들이 있다. 그중 자주 거론되는 ‘과거의 어떤 사건’은 그녀에게 ‘어둠 공포증’이라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나쁜 토끼》는 지금까지 소개되지 않았던 하무라 아키라의 과거 이야기이자, 하세가와 탐정사무소의 아르바이트 탐정이었던 하무라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초기 걸작이다. 삶에 지친 40대의 하무라가 아닌, 조금은 패기 넘치는 30대의 하무라를 만날 수 있다. 하무라 아키라의 팬이라면, 그녀의 비밀을 알 수 있는 마지막 퍼즐 조각 같은 한 권이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이 맞닥뜨린 사상 최악의 9일간
프리랜서 탐정 하무라 아키라는 가출한 열일곱 살 소녀 다이라 미치루를 집으로 데려오라는 간단한 의뢰를 받고 현장으로 나선다. 그러나 하무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쉽고 짭짤한 건수가 아니라 옆구리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칼날과 발등 골절이라는 부상이었다. 그럼에도 미치루를 무사히 부모에게 인계하고, 사건이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 한 달 뒤, 이번에는 행방불명된 미치루의 친구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사라진 소녀의 행방을 쫓던 하무라는 미치루 주변에서 사라진 소녀가 한 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소녀들은 대체 왜, 어디로 사라졌을까? 얼마 후 미치루의 또 다른 친구가 살해당하자 하무라 역시 자신을 향해 뻗쳐오는 범인의 마수를 느끼는데…….
한편, 하무라의 절친 미노리에게 나쁜 남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하무라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서 끊임없는 괴롭힘을 당하는 등 갖가지 사건들이 하무라 주변에서 한꺼번에 휘몰아친다. 하무라는 안팎의 곤경과 눈앞의 사건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을까?
책 정리를 했을 뿐인데 바닥이 꺼지고, 꺼진 마루 밑 백골 사체와 맞닥뜨리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 하무라 아키라. 그녀의 전매특허 같은 불행한 삶 속에서도 무려 “최악의 9일”이라 불리는 그날의 기록이 지금 펼쳐진다.
30대의 하무라 아키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선물 같은 한 권
1996년 《네 탓이야》에서 자유기고가, 청소부, 전화상담원 등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여성 탐정으로서 첫선을 보인 하무라 아키라. 이후 《의뢰인은 죽었다》, 《나쁜 토끼》를 거쳐, 《이별의 수법》, 《조용한 무더위》, 《녹슨 도르래》, 《불온한 잠》에 이르기까지 지독하게 운이 따르지 않는 탐정 하무라가 활약하는 이 시리즈는 25년 넘게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여성 탐정물의 대표격으로 등극한 지 오래다. 100만 부가 넘는 베스트셀러와 NHK 드라마화는 그 인기와 위상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할 정도.
이번에 출간된 《나쁜 토끼》는 소녀들의 연속 행방불명과 그 이면에 감추어진 깊은 어둠을 다루고 있어, 시리즈 중 가장 큰 스케일과 서스펜스를 보여주며 그해 일본 최고의 추리소설을 뽑는 ‘제55회 추리작가 협회상’ 후보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시리즈 중 유일하게 30대의 하무라의 모습을 살필 수 있어 의미가 있다. 하무라의 쌉싸름한 로맨스는 팬들을 위한 또 하나의 보너스인 셈이다.
탐정 하무라 아키라가 이토록 오랫동안 독자의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인물을 그리는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 특유의 따뜻함일 것이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소설에서 도구적으로 사용되는 인물은 없다. 주인공 하무라 아키라는 물론 하무라가 거주하는 건물의 집주인, 사건을 통해 만나게 되는 경찰관, 이웃집 주민, 심지어 길을 가다 마주치는 이름 모를 행인마저도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작품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인간다움’이 넘치며 저마다 뚜렷한 감정과 욕망을 가진 인물들, 그리고 주인공 하무라 아키라의 생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자아내는 감동을 지금 바로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