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오늘날 우리는 자발적으로 자기 삶을 인터넷 플랫폼에 업로드하고 플랫폼 자본은 이렇게 집적된 데이터베이스를 콘텐츠로 활용해 이윤을 거둔다. 이렇게 무상 노동이 일상화되는 한편 우리는 점점 더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쾌적함에 젖어 이 향유를 방해하는 불편을 배척한다. SNS에서 가볍게 훑어보며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 콘텐츠만을 선호하고 그럼으로써 서로에게 그런 콘텐츠를 생산할 것을 요구하게 된다. 이것이 이 책이 ‘감정화’라는 개념으로 분석하는 상황이다.사회 전체가 감정화에 잠식된 상황에서 이 책이 특히 주목하는 영역은 문학이다. ‘감정화한 사회’의 귀결로 즉각적인 감정만을 촉발하는 ‘기능성 문학’이 순문학과 서브컬처 문학을 막론하고 대세가 되었다. 인터넷은 ‘근대와 민주주의의 재실행’ 가능성을 열어 놓았지만 신자유주의, 플랫폼, 감정화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그렇다면 비평은 어떻게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감할 것인가, 비평이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는가.지은이 오쓰카 에이지는 국내에 주로 만화 원작과 작법서를 통해 알려졌지만 일본에서는 사회, 정치, 문학을 가로지르는 전방위 비평가로 묵직한 질문들을 던져 왔다. 2000년대 들어 민속학과 이야기론에 몰두했던 그는 이 책으로 첨예한 현실 문제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자로 돌아왔다. ‘감정화’, ‘기능성 문학’, ‘패자의 문학의 죽음’, ‘문체의 소멸’, ‘소설 쓰는 AI’ 등의 발상으로 이제껏 본격적으로 소개된 적 없는 비평적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이 책에서 그는 지금 우리가 처한 감정화의 현실 바깥으로 나가게 해 줄 비평 언어의 창안을 촉구한다.
저자소개
1958년생. 평론가이자 만화 원작자.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교수,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학환 특임 교수. 대학에서 민속학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만화 잡지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편집자가 되어 이시노모리 쇼타로 등을 담당했다. 1980년대에 만화 잡지 [코믹류], [프티 애플파이] 등에서 편집자를 맡았고 [만화 부릿코]에서는 편집장까지 역임했다. 만화 『다중인격 탐정 사이코』를 비롯해 『망량전기 마다라』, 『리비아썬』의 원작자로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서브컬처와 민속학이라는 두 지적 배경을 토대로 평론을 쓰기 시작했고, 미야자키 쓰토무 사건으로 촉발된 ‘오타쿠 논쟁’, 1990년대 말 일본 문학계의 쟁점 중 하나였던 ‘순문학 논쟁’ 등에서 격론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야기 소비론』, 『전후 만화의 표현 공간』(제16회 산토리학예상 수상), 『‘그녀들’의 연합적군』, 『‘오타쿠’의 정신사』, 『서브컬처 문학론』, 『공민의 민속학』, 『이야기론으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미야자키 하야오』, 『미디어믹스화하는 일본』, 『감정화하는 사회』, 『감정 덴노론』 등 문학, 서브컬처, 민속학, 정치를 가로지르는 비평서를 출간했다.
또 이야기론과 작법 관련 도서도 다수 집필했다. 한국에도 출간된 『이야기 체조』, 『캐릭터 소설 쓰는 법』, 『캐릭터 메이커』, 『스토리 메이커』, 『이야기 학교』(노구치 가쓰히로 그림), 『이야기의 명제』, 『세계 만화 학원』 등은 다양한 이야기론을 장르 문학이나 영화 시나리오, 만화 등 서브컬처 분야의 창작에 접목해 작법서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뷰집으로 『오쓰카 에이지: 순문학의 죽음, 오타쿠, 스토리텔링을 말하다』(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