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하우스에서 저(低)에너지하우스까지
책 소개
저는 먼 길을 돌아 작가가 되었고 그 첫 책이 2009년 『내집 100배 잘 짓는 법』이었습니다. 그 뒤로부터 지금까지 수십 권의 책을 발간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나온 주택 관련 책 중에서 한옥 관련 책이 단연 두드러지고 그 다음 목조주택이나 스틸하우스에 관련된 책입니다. 이 중 스틸하우스 관련 책들은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이 책들이 주로 화보 중심이다 보니 스틸하우스에 관해 정작 독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것과
둘째, 화보 위주로 책을 발간하다보니 스틸하우스에 대한 환상을 심어줬다는 것입니다. 이 환상은 다른 말로 하면 스틸하우스에 대한 기대를 너무 키운 결과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의 실망은 몇 배 더 크게 작용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스틸하우스가 처음 우리나라에 시공되면서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기술적인 완성도가 떨어졌고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기고 했습니다. 가령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하지만 따지고 보면 집에 난방을 하는 기간은 거의 6개월입니다. 겨울이 그만큼 길다는 것인데, 겨울철 난방을 하게 되면 스틸하우스의 뼈대를 이루는 스틸은 온도에 민감해서 바깥의 찬 기운과 집 안의 따뜻한 기운이 만나 스틸에 결로가 발생합니다. 건축은 습기나 물과의 전쟁인데, 이렇게 결로가 생기면 이 습기로 인해 스틸하우스에 사용된 합판이 썩기 시작합니다. 스틸하우스가 우리의 주택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 결로를 인한 피해가 속출하기 시작하면서 주택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문제점들로 인한 시행착오가 발생했고, 그리고 그런 문제에 대한 개선과 기술적인 보완에 또한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고인 물은 결국 썩기 마련입니다.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공법이나 어떤 유형의 주택이라도 그것이 집이라면 수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스틸하우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틸하우스가 단지 스틸하우스에 머물지 않고 화석에너지의 고갈과 그에 따른 고유가 문제 그리고 더 나아가 지구촌의 환경까지 생각하면 우리는 현재의 스틸하우스에서 머물지 않고 스틸하우스가 미래의 주택인 저에너지하우스까지 진화해야 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스틸하우스에서 저에너지하우스까지』로 정한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우리나라에 주택의 한 유형으로 당당하게 자리 잡은 저에너지하우스로서 한 축을 담담하는 스틸하우스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김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