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어떻게든 된다. 뭐라도 하고 있으면!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지켜보기만 하면.”
40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이자
야마모토 슈고로 상 등 여러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가
소극적 수용력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최초의 책!
흔히 ‘능력’이라고 하면 일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 문제가 생겼을 때 빨리 답을 찾아내 해결하는 것을 떠올린다. 현재 학교교육이나 직업교육이 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런 능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우리 인생에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고,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얼마나 될까? 사실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은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고 아무리 애써도 변하지 않거나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들이 아닌가? 그럼, 인생에서 정작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으로 ‘소극적 수용력’이라는 새로운 능력을 제시하는 책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견디는 힘』이 출간되었다. 소극적 수용력(negative capability)이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답을 내리지 않고 지켜보는 것을 말한다. 지금껏 현대 사회가 강조해온, 빨리 답을 찾아내 상황을 종결짓는 능력인 적극적 수용력(positive capability)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19세기 시인 존 키츠가 처음 발견했고, 최근 교육, 의료, 간호 현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으나 아직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어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을 이 책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 하하키기 호세이는 40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이자 야마모토 슈고로 상, 시바타 렌자부로 상 등 일본 유수의 여러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이다. 그는 정신과 의사 초창기 시절, 경과가 좋아졌다가 다시 악화되는 환자들을 겪으며 정신의학의 한계를 깨닫고 고민하던 중 우연히 한 논문에서 소극적 수용력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이후 정신과 의사로서, 그리고 창작활동 과정과 인생을 사는 동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소극적 수용력을 떠올리며 도망치지 않고 당면한 상황을 버텨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 삶의 본질을 꿰뚫는 여러 소설을 창작하고, 환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진료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런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해 자신의 전문 분야인 의료, 정신과 카운슬링, 그리고 여러 문학 작품과 작가의 창조행위 등을 살펴보면서 소극적 수용력의 의미와 중요성을 다각도로 해석해낸다. 그는 소극적 수용력을 발휘할 때 비로소 대상의 본질에 깊이 다가갈 수 있고, 상대를 진심으로 공감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저자소개
40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이자 일본 유수의 여러 문학상을 휩쓴 소설가.
1947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출생했다. 도쿄대 불문과, 규슈대 의대를 졸업한 뒤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마르세유 생트 마르그리트 병원 신경정신과, 파리의 생트 안느 병원에서 연수를 받았고, 기타규슈시 하치만 후생병원 부원장을 거쳐 현재 후쿠오카현 나카마시에서 도리타니 멘탈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1979년에 데뷔작 《하얀 여름의 묘표》를 발표하며 등단, 이 작품으로 그해 나오키 상 후보에 올랐다. 1993년 《세 번째 해협》으로 제14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1995년 《폐쇄병동》으로 제8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 1997년 《도망》으로 제10회 시바타 렌자부로 상을 수상했고, 《파리 제국》과 《반딧불이의 항적》 두 작품으로 일본의료소설 대상을 수상했다. 필명인 ‘하하키기’와 ‘호세이’는 《겐지 이야기》의 각 권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목차
시작하며 소극적 수용력을 만나다
1장 천재 시인 키츠가 시작한소극적 수용력
천재 시인 존 키츠가 세상을 떠난 곳을 찾아서
불타오르는 듯한 사랑의 편지
키츠의 짧고 빛난 생애
문학과 의사의 길
경제적 궁핍 속에서 ‘수동적 능력’을 제시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다시 읽으며 시를 쓰다
첫사랑 그리고 시작에 몰두하다
요양을 위해 로마로 가다
2장 정신과 의사 윌프레드 비온이재발견하다
정신분석에서 소극적 수용력이 지닌 중요성
비온의 생애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다
정신분석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다
사무엘 베케트를 치료하다 발견한 것
2차 세계대전과 정신질환
미국 정신과 의사들에게 초청받다
소극적 수용력을 정신분석에 적용하다
소극적 수용력을 되살리다
3장 알고자 하는 뇌
심리치료견의 ‘학습’ 구조
매뉴얼에 익숙해진 뇌
획일적인 사고를 경계해야 한다
알고자 하는 뇌는 음악과 회화 앞에서 망설인다
쉽게 답할 수 없는 수수께끼와 질문
4장 소극적 수용력과 의료
적극적 수용력은 의학교육에서 중시하는 것
임종기 의료에서 의사에게 필요한 것
소극적 수용력을 갖춘 정신과 의사의 대응법
‘안아주기’의 효과
사람의 병에 가장 좋은 약은 사람이다
5장 카운슬링과 소극적 수용력
평소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소극적 수용력
여덟 명의 환자
카운슬링에 필요한 소극적 수용력
6장 희망을 좋아하는 뇌와 전통 치료사
밝은 미래를 희망하는 능력
낙관적인 희망의 의학적 효용
천재 작가를 키운 따뜻한 공감과 이해
소극적 수용력을 지닌 전통 치료사
정신치료사는 메디신맨의 후계자
희망을 좋아하는 뇌와 플라세보 효과
동통에 나타나는 플라세보 효과
외과에서 나타나는 플라세보 효과
의료와 플라세보의 역사
21세기의 플라세보 효과
노시보 효과라는 부작용
7장 창조행위와 소극적 수용력
정신의학에서 발견하는 창조행위
예술가의 인지 양식
소설가는 불확실한 상황을 견딘다
시인과 정신과 의사의 공통점
8장 셰익스피어와 『겐지 이야기』
키츠가 본 셰익스피어의 소극적 수용력
이해와 불이해의 미묘한 어둠
『겐지 이야기』의 작가 무라사키 시키부
『겐지 이야기』의 큰 줄거리
겐지를 둘러싼 수많은 여성들
무라사키 시키부의 소극적 수용력
집필 당시부터 자자했던 칭찬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찬사
유르스나르의 생애
유르스나르가 쓴 『겐지 이야기』의 속편
또 다른 소극적 수용력을 확인하다
9장 교육과 소극적 수용력
현대 교육은 적극적 수용력만 가르친다
학습 속도가 차이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마주하기 위해
연구에 필요한 운(運)·둔(鈍)·근(根)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의 소극적 수용력
교육 현장에서 꼭 필요한 소극적 수용력
10장 관용과소극적 수용력
도박 중독자 자조집단이 지향하는 ‘관용’
에라스뮈스가 이야기한 ‘관용’
라블레
몽테뉴
조용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생각
현대의 인문주의자 메르켈 총리
관용과는 거리가 먼 트럼프 대통령
불관용의 끝에 존재하는 전쟁
전사자의 말, ‘들어라, 해신의 소리를’
정치인에게 결여된 소극적 수용력
마치며 다시 한 번 공감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