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딸에게 스무 살 엄마가
스무 살, 풍부한 감성으로 쓴 시를 출판사에 보냈어. 결이 맞지 않다는 정중한 거절을 받고 실망한 엄마에게 인쇄소 아저씨가 파일을 달라고 하시는 거야. 그러더니 한 시간도 안 돼서 멋진 시집이 한 권 만들어졌어. <br /><br />그게 벌써 20년이 훌쩍 지났구나. 이후로 몇 번의 이사에도 거뜬히 살아남은 100편의 시가 담긴 인쇄물은 아직도 엄마 손에 있구나. 가끔 읽으며 스무 살 감성으로 돌아가는 엄마를 보고 넌 웃었지.<br /><br />엄마의 시를 읽으며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여러 번의 감탄사 비슷한 것을 질러대던 네가 크게 동그라미 해준 시를 엮어 이제야 제대로 된 시집을 출간하게 되었어. 덕분이야. 고마워. 무엇보다 삽화를 그려주어 엄마에게는 무척 큰 선물이 됐어.<br /><br />엄마의 스무 살은 찬란하고 무모했어. 예쁜 추억이 잔뜩 있지. 너에게 하나씩 이야기해주고 싶구나. 그리고 너의 스무 살은 어떨지 무척 궁금해. 언젠가 너도 엄마에게 답장을 쓰겠지? 생각만 해도 설렌다. <br /><br />자, 지금부터 엄마의 스무 살로 함께 가볼까?<b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