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안아줄 시간이다
인간은 한정된 시간을 소비하는 존재로서 자기 나이에 맞는 할 일을 이행해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기만의 독자적인 과제들이 생성된다. 그걸 해결해나가면서 누구나 혼자임을 느끼게 되고 고독은 필연적으로 삶의 배경이 된다. 우리는 그 속에서 배우고 느끼며 실천한다. 세상과 사람에 대하여, 미래에 대하여, 역사와 문화에 대하여 깊은 이해를 동반한 깨우침을 경험한다.
많은 것을 배우고 받아들이지만 그 토대는 기존의 나이기 때문에 배움의 목표는 점차적으로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변화시키는데 있는데, 삶의 기술 습득이 아닌 자기 변화란 기존의 성격과 삶의 관성들로 인해 자기저항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타협과 수용을 통해서 인간은 보다 원만하고 지혜롭게 변모해간다. 사람이 중년에 이르러서야 진짜 어른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은 나를 객관화시키는 능력에서 나온다. 드디어 스스로에게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삶이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서 사회와 가족 속에서 자기 자유를 제한받는 일들을 경험한다. 특히 돈으로부터, 사랑으로부터, 삶의 기회들로부터, 관계로부터 불편한 부자유를 견디고 이겨내야 하는 상황을 수시로 맞이한다.
자유는 생활의 익숙한 터전을 떠나 생소하고 새로운 풍경을 찾아서 감화와 평온을 느끼는 것이지만 그 단편적인 여행들이 근본적으로 고독한 나 자신을 위로해주는 것은 일시적일 뿐이다. 그래서 일상생활 속에서도 보다 깊은 자유를 느끼려는 노력들이 필요해지는데, 그것은 자기를 확장함으로써 세계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동반한 열림을 통하여 가능해진다. 이것은 공허하지 않은 충만함으로 나아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