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읽는 시간 - 죽음 안의 삶을 향한 과학적 시선
세계 최고의 총상 전문가가 들려주는
도발적인 법의학 사례와 위험한 퍼즐
2017 에드거상 ‘범죄 실화’ 부문 최종 후보작
<북리스트>가 선정한 올해의 ‘건강.의료 부문 도서 10권’
★ 냉철한 분석, 생생한 묘사. <뉴욕 타임스>
★ 악명 높은 살인 사건의 이면을 몰입감 있게 다룬 작품. <퍼블리셔스 위클리>
★ 법의병리학, 의학 수사, 정의, 법정 드라마, 형법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이 책이 정말 미치도록 탐날 것이다. <라이브러리 저널>
★ 생생하게 기억되고 불안을 증폭시키는…… <CSI> 같은 TV 드라마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북리스트>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실제 범죄사건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법의학의 세계
죽음이 진실을 가리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진짜 진실이 우리가 바라는 진실보다 낫다!
그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그녀)는 왜 죽었을까? 자살일까, 타살일까? 누군가에게 살해되었다면 목격자는 없을까? 현장에 남아 있는 흔적들과 정황증거, 피해자의 몸에 남아 있는 상처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런 물음에 답을 내놓아야 하는 법의학자는 다양한 퍼즐 조각을 끊임없이 맞추고 흩뜨리면서 죽음의 미스터리를 풀어내야 한다. 그것은 곧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읽어나가는 과정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과 대면한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목격자도 없는 으슥한 곳에서, 때론 왜 내가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심장이 멈춘다.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들에 의해, 주변 사람들에 의해 죽음이 조작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인 빈센트 디 마이오는 45년간 법의병리학자로 일하면서 9,000건 이상의 부검을 했고 2만 5,000건 이상의 죽음을 조사했으며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의문사에 대해 자문해왔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마주한 수많은 사건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졌고 충격적이었고 놀라웠던 죽음들과 그 안의 삶, 그리고 그 자신이 직접 느끼고 경험하고 통찰한 이야기다.
이탈리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빈센트 디 마이오는 어린 시절부터 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환경에서 자랐다. 법의학자인 아버지가 정리해놓은 섬뜩한 범죄 현장 사진과 영안실 사진을 몰래 훔쳐보았고 부검하는 장면도 별다른 두려움이나 공포 없이 일상적인 현실로 받아들였다. 심장이 터진 인간은 얼마나 오랫동안 말할(희망하거나 꿈꾸거나 상상할) 수 있을까?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는 순간은 정확히 언제일까? 인간의 모든 상호작용이 흔적을 남길까? 이런 질문들 틈에서 자연스럽게 법의학자의 길로 들어섰던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대 법의학 체계의 문제점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진실이 은폐되는 의문의 죽음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법의학자의 수가 여전히 부족한 현실과 그 이유 등을 짚어내면서 <CSI>나 <NCSI> 같은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흥미롭게 그려지는 법의학의 세계가 사실은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TV에서는 법의학자가 옷이나 머리카락에 배어 있는 시체 썩는 냄새를 맡으며 잠에서 깨어나고, 부검으로 죽음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를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TV 시청자들은 과학적 진실에 관심이 없다. 프라임타임에 누가 구타로 터진 내장이나 엽총에 호박처럼 갈라진 머리를 보고 싶어 하겠는가. 그리고 사람들은 잔혹한 범죄에 화를 내면서도 돌아서면 쉽게 잊어버린다. 이내 머리를 흔들고는 각자의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또 다른 미스터리가 곧 영안실을 찾아온다.
법의학자는 누군가가 어떻게, 왜 죽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다양한 원인들 중에서 그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죽음의 방식은 의문사다. 그런데 법의학자의 판정은 죽은 사람보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는 없지만 살아 있는 사람을 교도소에 보낼 수도 있고 무죄가 밝혀지거나 새로운 용의자가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의학자는 죽은 사람의 가족, 친구, 적, 이웃이 무엇을 바라든 편견 없이 사실에 기초한 과학적 결론을 끌어내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가족은 자신들이 사랑했던 사람이 자살을 선택할 만큼 불행했다고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차라리 총기 사고나 실족으로 죽었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들은 사고사라는 선언을 듣고 죄책감 없이 살아가고 싶어 한다. 때로 법의학자의 말은 그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되기도 하고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법의학자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으면서 도덕에 얽매이지 않는 진짜 진실을 말해야 한다.
그 여자는 왜 수십 명의 아기를 죽였을까?
빈센트 반 고흐는 자살하지 않고 살해되었다!
가장 역사적이고 유명한 사건부터 해결되지 않은 논쟁적인 사건들까지
2012년 초 미국에서 인종 갈등의 불씨가 된 사건이 일어났다. 10대 청소년 마틴 트레이본이 총에 맞아 사망했고 백인 자경단원 조지 지머맨이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미국 전역에 거대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흑인 지도자들이 인종차별을 외쳤고 순식간에 130만 명이 지머맨의 체포를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많은 블로거와 TV의 ‘막말러’들은 범죄 전문가가 되어 할리우드 영화에나 나오는 법의학 이론을 제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트레이본 마틴은 35년 전의 나일 수도 있다. 내게 아들이 있다면 트레이본처럼 생겼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전 미국인에게 ‘자아 성찰’을 요구했다. 시위자들은 스키틀즈 봉지를 깃발로 개조했고, 후디와 주스 캔은 미국 인종차별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살인자를 아무런 처벌 없이 교도소에서 풀어주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의 즉각적인 폐지를 요구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이 책은 조지 지머맨 사건이 법의학적으로는 비참할 정도로 단순하다고 말한다. 저자인 빈센트 디 마이오는 법정에 직접 나가 총이 발사되는 순간 마틴이 몸으로 앞으로 숙이고 있었음을 증명했다. 결국 배심원단은 무죄로 판결했다. 이 사건에서 과학적 증거는 많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은 진실을 들려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흑백 문제로 비화했지만, 사실 그것은 두 사람의 과잉 대응으로 일어난 불운한 사건이었다.
1982년 텍사스 주 커빌. 새로 개업한 소아과 병원을 찾았던 세 아이의 엄마 페티 매클렐런은 막내딸 첼시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내야 했다. 원인 불명의 죽음. 그로부터 약 8개월 후 무덤에서 첼시를 꺼냈다. 재부검 결과 첼시의 조직에서 약물 주입의 흔적을 찾아냈다. 범인은 간호사 지닌 존스였다. 이전에 그녀가 근무한 병원에서도 아이들의 죽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병원 기록이 파기되어 피해자의 숫자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인 지닌 존스는 ‘죽음의 천사’라고도 불린다. 검찰에 따르면 그녀에게는 영웅 콤플렉스가 있었다. 약물을 투여해 발작이나 심장마비를 일으킨 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아이를 구해내는 모습을 병적으로 갈구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아이가 희생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선량한 부모는 아이를 잃었고 정치인, 변호사, 의사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빠져나갔다. 이 사건에서 진실은 덮어지고 치부는 가려졌다.
진실 공방이 여전히 뜨겁게 지속되고 있는 사례로는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이 자살이냐, 타살이냐에 대한 논쟁을 들 수 있다. 총상 전문가인 저자에 따르면 당시의 기록에 남아 있는 총상 부위, 고흐가 오른손잡이였던 점, 총알구멍 주위의 피부 색깔 등을 살펴볼 때 고흐는 자신을 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고흐의 죽음은 어떤 진실을 숨기고 있을까?
사실 살인은 극적이지도 시적이지도 않다. 과학적인 사실들은 낭만적인 죽음이라는 신화를 뒷받침해주지 않는다. 고흐의 자살은 이미 위대한 전설의 일부가 되었고 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영원히 계속될지 모른다. 사람들은 진실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고 싶어 한다. 고흐가 죽음을 수용했는지를 두고 연구자들은 여전히 논쟁 중이지만 법의학적 사실은 총격자를 가리키고 있다.
의심을 버리지 못한 이들의 주장 때문에 재부검대에 오른 존 F. 케네디의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 사실적인 증거가 아닌 유명 인사에 대한 재판이 되어버린 음악계의 거장 필 스펙터 사건, 진범을 잡지 못한 채 흐지부지 종결된 웨스트멤피스 3인조 사건 등의 이야기에서는 또 어떤 퍼즐 조각이 맞춰지고 진실과 정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사람들은 진실과 정의를 간절히 원한다.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미궁의 사건도 첨단 과학이 낱낱이 밝혀줄 거라고 확신한다. TV나 영화에서는 첨단 기술을 동원한 과학수사가 모든 범죄를 해결하고 악을 정복하고 정의를 바로세우는 만능열쇠로 그려진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역사적이고 인상적인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지금 우리가 진실이라고, 정의라고, 공정한 결론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결국 모든 사건의 진실은 인간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시작과 마지막을 알리는 구절이 의미심장하게 와닿는다.
‘난 인간의 심장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른다.’
모든 것이 퍼즐이다 _‘서문’에서
사람들은 법의학에 열광한다. 물론 법의학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죽은 사람들의 사연에 관심이 많다. 법의학자들을 허구적으로 그린 TV 방송, 영화, 소설이 경이로운 인기를 끌고 있다. 병리학을 정확하게 그려내기 때문이 아니라 흥미로운 퍼즐을 맞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법의학자들은 매일 커튼을 걷어 진실의 빛을 실제 사건에 비추고는 인간의 숨겨진 드라마를 탐험한다.
많은 사람들이 법의학자는 살인과 범죄에 주로 시간을 쏟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인은 법의학자의 업무에서 20퍼센트도 차지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기가 엄마 품에서 갑자기 죽은 원인만큼이나 연못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시체에도 관심을 갖는다. 우리의 부검과 현장 조사는 약물과 질병의 확산을 확인하는 것만큼이나 공중 보건과 안전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우리가 어떤 여자가 유전적 결함으로 요절했음을 알아낸다면 한 가족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다. 우리는 사자(死者)의 존엄을 지켜주기 위해 신원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타고 상처 입고 부패한 시신을 과학적으로 확인한다.
그다음으로 많이 다루는 것이 살인이다. 우리는 어떤 죽음이 다른 사람의 행위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를 밝혀내고, 이는 용의자에게 엄청난 중요성을 갖는다. 우리는 사인(死因)이 분명할 때조차도 미세 증거물, 미세한 상처, 상처의 각도와 탄도, 심지어 자연적인 질병 등 죽음을 설명해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찾기 위해 꼼꼼하게 검시한다.
아, 더욱 많은 법의학자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극소수의 의사들만 법의학에 뛰어든다. 이 직업에는 부정적인 면들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 우리는 섬뜩한 상처들, 부패되는 살, 끔찍한 냄새, 무시무시한 폭력, 배설물과 위의 내용물을 다룬다. 그러고는 비통해하는 가족들과 (때로) 아주 불쾌한 변호사들 앞에 나서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 법의학자는 법의학을 소명으로 여긴다. 우리는 진실을 찾기 위해 퍼즐을 맞추는 일을 좋아한다. 우리가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