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랜드 - 가짜가 진짜를 압도하는 세상, 그 도발적인 500년의 이야기
가짜뉴스, 탈진실, 음모론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미국 사회를 지적 충격에 빠뜨린 화제작!
“대체 어떻게 해서 우리가 트럼프를 만나게 되었는지를 기막히게 총정리해놓은 책”
_MSNBC뉴스
“우리가 얼마나 주야장천 판타지에 사족을 못 쓰는 사람들이었는지에 대한 파란만장한 이야기”
_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 저자
★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4주 연속 베스트셀러
★ 뉴욕 타임스, MSNBC.CBS.BBC.가디언 등 ‘전 언론 극찬’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2017 ‘올해의 책’
미국 대선이 있던 2016년, 가장 많이 읽힌 정치 기사 두 개는 ‘프란치스코 교황,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다’와 ‘힐러리 클린턴, ISIS에 무기를 판매한 사실이 위키리크스에서 확인되다’였다. 가짜기사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진짜뉴스보다 더 많이 공유되었고 댓글도 더 많이 달렸다. 빌 게이츠의 재단은 창조론에 기초한 사이비과학을 연구하는 기관에 돈을 댔고, 트럼프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명백히 환상에 불과한 말을 지어댐에도 (아니, 오히려 그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지금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들이 득세하고, ‘사실’이 무엇이냐의 여부보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믿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미국의 이성을 대변하는 날카로운 관찰자’라고 평가받는 문화비평가 커트 앤더슨은 어떻게 해서 우리 사회가 과학과 객관적인 사실은 기각해버리는 대신 온갖 의견과 억측을, 아니 사실상 환상을 좇는 이 기괴한 유사현실에 이르게 된 것인지 그 연원을 추적한다. 그가 보기에 “미국은 몽상가와 광신자, 연예 기획단장과 관중, 돌팔이 장사꾼과 호구에 의해 만들어진 나라다.” 만약 당신이 트럼프의 미국을 이해하고 싶다면, 혹은 어떻게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위험할 정도로 지워지게 됐는지를 이해하고 싶다면, 맨 처음으로 돌아가서 세일럼에서부터 사이언톨로지에 이르는 괴짜들의 망상과 가장假裝의 500년을 따라 어지러운 장거리 여행을 해야 한다. 판타지랜드는 다양한 광신자 집단이라는 점들을 이어나가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이 여행은 이를테면 모르몬교도에서부터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사탄 공포에 이르기까지, 뉴에이지 사상을 떠들어대는 가짜 의사에서부터 백신 반대론자와 온갖 유형의 음모론자에 이르기까지, 창조론자에서부터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사람과 UFO 강박에 빠진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총을 들고 다니는 자유지상주의자, P. T. 바넘에서부터 트럼프에 이르는 쇼맨 장사치, 편집증적 반정부주의와 유사과학을 위험할 정도로 과다 복용한 모든 사람들로 화려하게 구성된 괴짜 쇼 태피스트리다. 이 여정을 통해서 커트 앤더슨은 독특하고 요란한 미국사를, 그리고 이 탈사실적인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봤다면 눈물을 흘렸을, 가파르게 기울고 있는 듯한 이 나라의 자화상을 무서울 정도로 명쾌하게 그려낸” 『판타지랜드』는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이 책은 인간의 꿈과 야망이 인류사에서 가장 짧은 기간 동안 적나라하게 표출되었던 시기에 벌어진 진실과 허구 간의 밀고당기는 각축전에 대한 치밀한 기록이며, 개인의 이기주의와 집단의 광기로 점철된 판타지랜드의 모든 군상들이 보여온 욕망과 상상력의 결과에 대한 역동적인 증언이자, 결국 주관적인 의견과 감정 앞에 초라해져버린 이성과 합리성의 추락이라는 오늘의 현실에 대한 비통한 탄식인 동시에 내일을 위한 촉구이다. 저자가 지적하고 있듯, 판타지랜드 현상은 미국만의 운명이 아니라 다른 모든 나라도 결국엔 그대로 따르게 될 길일지 모른다. 아니, 이미 한국의 정치와 종교와 미디어와 SNS 세계는 놀랍도록 미국을 그대로 닮았다. 지금 우리가 이 책에 주목할 이유이다.
가짜뉴스, 탈진실이 지배하는 세상
판타지가 진실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미국 500년의 문화사
저자는 지난 20년 동안 이루어진 수많은 조사 결과들에 대한 분석과 교차검증을 통해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믿음과 맹신과 착각에 관한 유용한 통계를 도출한다. 미국인 중 3분의 2는 진짜 천사와 악마가 이 세상에서 활약중이라 믿고, 절반은 인격신이 지배하는 천국이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또한 3분의 1 이상이 지구 온난화가 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며 과학자들의 음모라 믿는다. 3분의 1은 외계인의 존재를 믿고, 4분의 1은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하고 ‘전직 대통령이 적그리스도였다’고 그리고 ‘마녀가 실재한다’고 믿는다. 놀랍게도 성경이 주로 전설과 우화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는 미국인들은 전체 중 5분의 1뿐이며, ‘미디어나 정부가 사람들의 마음을 조종하는 기술을 TV 방송 신호에 몰래 심어두었다’고 믿는 이들 및 미국 관리들이 9.11 테러에 가담했다고 믿는 이들의 수도 비슷하다. 특히 종교에 있어서 상호 경멸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오순절교회, 모르몬교, 사이언톨로지의 신봉자들은 서로 상대방이 이단이며 사탄숭배 집단이라고 비난한다. 저자의 말처럼, 판타지랜드의 역사는 “특정 팀이 지고 특정 팀이 이기고 하면서 몇 백 년 동안 끊임없이 결승전을 치러온 게임의 역사”인 것이다. 어쩌다가 미국인들은 이 지경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는가?
개인주의와 영웅주의, 종교와 상업주의, 과학과 정치가 만나면?
판타지랜드의 신과 왕들, 그리고 그 신도들이 만들어가는 세상
이 책에선 미국 개인주의가 탄생한 근원이 된 1517년 마르틴 루터의 반박문에서부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후까지의 수많은 사건과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일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인들은 건국에 관한 매력적인 신화화에도 재능을 발휘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가장 유명한 일화, 즉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체리나무를 자신이 손도끼로 잘랐다고 고백했다는 이야기는 그의 베스트셀러 전기에 실린 허구다. 그가 참전한 밸리 포지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 일화 역시 허구다. 19세기 경이로운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가짜 과학과 가짜 물건의 발명에도 영감을 불어넣었는데, 그런 현상은 특히 의학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엉터리 치료약과 만병통치약이 기승을 부렸고, 동종요법에 기인한 대체의학, 최면술과 골상학과 수치요법 등이 만개했다. 윌리엄 록펠러는 절묘한 상술로 미생물 박멸제를 팔아 부자가 되었고, 벤저민 브랜드레스는 단 2주 만에 건강과 미모까지도 되찾아주는 만병통치약을 선전했다. 1925년 여름에는 진화론을 둘러싼 이른바 ‘원숭이 재판’에서 환상주의자와 합리주의자 사이의 전국적인 차원의 격전이 벌어졌다. 스톡스라는 과학교사가 진화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일부러) 기소를 당하고 결국 유죄를 선고받은 이 사건은 진화론자와 반진화론자 간의 이해타산을 둘러싼 한판 승부였으며, 편향적인 언론과 인기를 얻고자 하는 출연자들이 모여 만든 “미국 최초의 대형 멀티미디어 리얼리티 쇼”였다.
앤더슨의 인물 비평은 미국의 판타지 산업이 지위와 분야에 상관없이 미국인의 본성 깊은 곳에 만연해 있음을 증언한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삶의 대명사인 『월든』 작가 소로의 오두막은 사실 친구의 도움을 받아 지은 것이었고, 그곳에서 30분만 걸어 나가면 그의 부모와 수천 명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도시가 있었다. `미국의 대중은 교활한 사기에 속아 넘어가기에 딱 알맞은 천성을 지녔다’는 사실을 간파한 P. T. 바넘은 “일찌감치 신기한 세속적인 환상과 반쪽짜리 진실을 판매하는 일에 나섰던 대담한 장사꾼”이자 “상업적 목적으로 진실과 가공의 경계를 무너뜨린 미국 최초의 인물이자 정보오락 프로그램의 창시자”였다. 레이건 대통령의 영부인 낸시 레이건이 ‘점쟁이를 불러’ 대통령의 모든 공식 회담과 순방과 연설 스케줄을 정했고, 당시 부통령이던 조지 H. W. 부시가 후에 그 사실을 듣고 “세상에, 상상도 못 했어”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보면 비상식적인 일은 미국이나 한국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앤더슨은 대통령의 정책과 지도력이 오락으로 변질되어버리는 현상이 1960년대에 존 F. 케네디와 더불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JFK는 젊고 늠름하고 재기발랄하고 섹시한 이미지로 어필했지만, 사실 케네디는 남모르게 심한 골다공증과 애디슨병을 앓고 있었고 항불안제와 수면제와 각성제를 복용 중이었고, 젊고 활기찬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사실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허구이자 거짓 환상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모든 게 쇼비즈니스가 된다.” 1992년 빌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자마자 선글라스를 끼고 심야 토크쇼에 출연해 색소폰을 연주한 일은 “대통령 선거운동이 연예인 대표를 뽑는 오디션으로 진화한 기념비적 순간”이었다.
광범위한 판타지들을 선전하는 오프라 윈프리는 “뉴에이지 사상계의 초대 교황 같은 존재”다. 미국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명사들이 모두 그녀로부터 공식 세례를 받고 스타가 되었다. 디팩 초프라, 메리앤 윌리엄슨, 에크하르트 톨레, 『시크릿』의 론다 번, 셜리 맥클레인, 닥터 오즈 등 윈프리가 만든 “환상 자판기”들은 끝이 없다. 또 일반 미국인들은 다양한 오락과 문화에서 영원토록 젊기만 할 거란 환상,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기업들은 (암웨이, 월마트, 애플, 윈프리 제국, 아마존 등) 경영에 종교적으로 접근하는 독특한 방법도 개발했다. 기술 관련 주식과 부동산 거품도 전형적인 미국적 현상이다.
판타지랜드의 신이자 끝판왕
앤더슨은 도널드 트럼프야말로 “진정 판타지랜드의 신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를 움직이는 동력은 기존 제도권에 대한 원한이며, 10대 시절부터 미국의 어떤 돈벌이도 오락 사업으로 바꿀 수 있음을 잘 알았고, 정치란 이상을 두고 벌이는 경쟁이 아니라 이미지를 두고 벌이는 경쟁임을 구현한 “판타지 산업의 끝판왕”인 인물이다. 여차하면 정치적 쇼비즈니스에 뛰어들어버리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평생 일삼아오던 트럼프는 대선에서 ‘거짓말하는 언론’이라는 자기만의 유머를 하나의 연극적인 선거운동 전술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전술은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팩트체크 전문기관이 트럼프의 후보 시절과 대통령이 되고 나서 해온 400개의 사실 진술을 검토해본 결과, 그중 50퍼센트가 완전히 틀린 말이고 다른 20퍼센트는 거의 틀린 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통령이 되고 난 뒤 그는 하루 평균 네 개 이상의 거짓말이나 ‘잘못된 주장’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어리석은 암흑의 동절기가 시작되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이성과 현실에 대한 고삐를 놓아버리고 있긴 하지만, 앤더슨은 희망을 버리지는 않는다. 당장 미국을 광기에서 구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우리의 노력에 따라 물살의 속도를 늦추고 도랑과 제방은 손질할 수 있을지도, 어쩌면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멈출 순 있을지도 모른다며 이성의 회복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