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처럼 소통하라 - 편지로 상대의 마음을 얻은 옛사람들의 소통 비결
정적마저 내 편으로 만든 정조의 비밀 편지
상사를 감동시킨 이순신의 휴가요청서
남편을 변화시킨 강정일당의 쪽지편지
존경받는 아버지 연암 박지원이 아들에게 쓴 편지
그들은 어떻게 편지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할 소통의 본질과 태도
누구나 소통의 중요성을 말한다. 가정이건 조직이건 소통이 원활할 때 구성원 모두가 행복과 기쁨을 느끼고, 불통이 만연할 때 갈등과 다툼이 생기기 마련이다.
소통 수단이 나날이 발전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즉시 소통이 가능한 시대다. 심지어 많은 사람과 동시에 소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불통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소통 수단은 점점 다양해지고 발달하는데, 왜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더 많아지고 있을까?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와 자세를 가져야 할까?
저자 정창권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옛사람들이 쓴 편지에 주목한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옛사람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은 오로지 손편지밖에 없었다. 그러니 오랫동안 생각한 내용을 자세하게,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해 써내려갔다. 옛사람들이 주고받은 편지 속에는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이고, 어떤 마음과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소통의 ‘정수’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저자는 한글 편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당시 한문이 양반사대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면 한글은 신분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공유물이었다. 그래서 남성도 부인이나 딸들에게는 반드시 한글 편지를 쓰곤 했다. 한글 편지는 가족들 사이에 주고받은 것이었기에 당시의 생활상과 개개인의 솔직한 감정이 잘 드러나 있다. 또 구어체로 평상시 대화하는 것처럼 썼기 때문에 옛사람들의 소통법을 살펴보기에 아주 유리하다.”
이 책은 정조, 이순신, 연암 박지원, 정약용, 이황, 명성황후, 선조 등 다양한 신분과 직업을 가진 12명의 편지를 통해 옛사람들이 어떤 태도와 방식으로 소통했는지를 보여준다. 가히 소통의 ‘대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이들의 편지 속에는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할 소중한 지혜가 가득 들어 있다.
저자는 각 인물의 캐릭터를 살려 ‘스토리텔링형 글쓰기’로 흥미진진하게 소통과 불통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물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되살려낸 덕분에 독자는 역사 속 인물에 감정이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의 본질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역사적인 인물이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 어머니이자 아내로서는 어떻게 소통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순신의 승전 비결은 소통 능력
이순신은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수로 손꼽힌다. 이순신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백전백승의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는 몇 가지 비결 중 하나로 이순신의 소통 능력을 꼽는다. 그는 고을 어부들을 통해 바다의 물길을 알아내 효율적인 전술을 짤 수 있었다. 또 수군 병사와 군관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거북선이나 화포 같은 무기를 개발했다. 이순신은 언변도 뛰어나서 병사들을 잘 통솔하고 전쟁터에서 사기를 진작시켰다.
이순신은 뛰어난 장수였을 뿐만 아니라 당대 최고의 문장가였다. 그가 일가친척과 주고받은 사적인 편지뿐만 아니라 조정의 임금이나 신하들과 주고받은 공적인 편지에서도 감성적 소통 능력이 잘 드러난다. 이순신이 친척에게 쓴 감사편지는 한 편의 시와 같고, 상사에게 보낸 휴가 요청서는 감동적이다. 이 책에서 영혼을 매료시킨 이순신의 특별한 소통 능력을 자세히 만나볼 수 있다.
200년 전 정조가 쓴 ‘가가오톡’
- 유머러스하고 솔직하게 소통하다
우리의 예상과 달리 옛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매우 솔직하게 표현했다. 정조는 신하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는 신하와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군왕은 친밀하지 않으면 신하를 잃는다. 현명한 신하를 사사로이 대하는 까닭은 사사로이 대하지 않으면 일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조는 왕의 권위를 내려놓고 격식 없는 말투로 신하들에게 편지를 썼다. 특히 정조가 정치적 라이벌 관계에 있던 심환지에게 쓴 편지를 보면 비속어도 등장하고 ‘껄껄’이라는 표현도 자주 나온다. ‘껄껄’은 우리가 요즘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ㅋㅋ’와 같은 의미다. 정조는 200년 전에 이미 카카오톡과 같은 ‘가가오톡’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조는 속담과 비속어, ‘껄껄’ 같은 유머를 거침없이 사용하며 적대적 관계에 있는 신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내에게 올립니다.”
- 조선시대 어느 공처가의 편지
저자는 옛사람들의 첫 번째 소통 비결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를 든다. 군관 나신걸은 아내에게 경어체로 편지를 쓰고, 마지막에 “아내에게 올립니다”라고 적는다. 남편은 멀리 근무지에 가 있고, 아내 혼자 집안을 보살펴야 하니 아내가 고생할 것이 마음에 걸려 걱정이 많다. 아내를 배려하는 마음이 편지 곳곳에 가득하다.
또한 나신걸은 애정 표현도 솔직하게 하고 있다. “집에도 다녀가지 못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울고 가네”“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
라고 하며 아내가 보고 싶다거나 울고 싶다는 감정을 드러낸다. 나신걸의 편지를 통해 우리는 조선시대‘공처가’를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