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 - 창작자를 위한 캐릭터 설정 가이드
소설, 영화, 드라마, 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vs. 빌런
“매력적인 캐릭터에는 심리학적 비밀이 숨어 있다”
심리학자들이 알려 주는 캐릭터 성격의 심리학
★★★
성격 스펙트럼부터 방어기제, 정신장애, 문화심리학, 범죄심리학, MBTI까지
창작자를 위한 캐릭터의 성격 스펙트럼과 심리 설정
당신이 소설을, 시나리오를, 대본을, 웹툰을, 웹소설을, 게임 스토리를 기획하고 쓰는 창작자라면 가장 먼저 구상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캐릭터를 만들고 설정하는 일일 것이다. 역대급 사이코패스인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 같은 캐릭터를 만들 것인가? 조커처럼 강력한 빌런 캐릭터는? 〈펜트하우스〉의 천서진처럼 광기 넘치는 캐릭터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 같은 히어로는 어떨까? 어떤 이야기냐에 따라 강한 캐릭터뿐만 아니라〈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마츠코처럼 가스라이팅에 취약한 캐릭터가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캐릭터들을 만들려면 무엇을 참고할 수 있을까? 사이코패스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나 빌런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를 벤치마킹해야 할까? 주변의 실제 인물의 성격을 가지고 올까? 뉴스에 보도된 사건사고 관련자를 참고해야 할까? 당신의 이야기를 이끌어갈, 사람들을 공감하게 하고 빠져들게 하는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일이다.
이런 어려움에 봉착한 창작자들을 위해 K–콘텐츠를 사랑하는 심리학 관련 종사자들이 뭉쳤다. 매력적인 인물들의 성격과 주요 사건의 전개, 인물 간 갈등에 숨어있는 심리학적 비밀을 밝혀보고자 한 것이다. 책 《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은 심리학자들이 창작자를 위해 쓴 캐릭터 설정 가이드로, 세 명의 저자는 모두 심리학자들이자 작가, 현역 프로파일러이다. 저자들은 복합적이고 정교하게 움직이면서 독자와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려는 창작자들을 위해, 인간의 성격과 심리, 감정과 본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특히 저자들이 소개한 10가지 성격 스펙트럼과 9가지 방어기제를 잘 조합한다면, 창작자는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캐릭터의 성격 설정은 아주 중요하다. 왜냐하면 캐릭터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야기 속에서 끊임없이 위기에 직면하는데, 가장 심각한 위기는 스스로에게서 오기 때문이다. 캐릭터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결핍을 채워나가려는 과정에서 위기를 마주하게 되며, 이야기의 맥을 형성하고, 독자의 마음을 끌기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캐릭터의 성격 심리에 대해 다루고 있다. 첫 번째는 3개 군으로 분류한 10가지 성격 스펙트럼과 9가지 방어기제를 다루는 장들로 이 책의 핵심이다. 창작자들은 성격 스펙트럼과 방어기제를 활용하여 캐릭터들의 행동 특성과 성장 배경, 취약 상황, 갈등 요인을 알고, 캐릭터에 생명력과 입체적인 면을 담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다중인격장애나 리플리 증후군,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등 정신장애와 함께 촉법소년이나 화병, 신병 등 문화와 사회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리학적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창작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최근 유행하는 MBTI에 따른 성격 스펙트럼 설명을 구성하기도 했다. 마지막 장은 프로파일러가 현장에서 본 범죄, 캐릭터를 고생시키는 생활 스트레스 활용법 등 심리학 지식을 활용해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에 바로 응용할 수 있는 장으로, 본격적인 창작에 돌입하기 전 아이디어 개발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게 구성했다.
책 《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을 통해 창작자는 인간의 감정과 본성을 들여다보는 눈을 뜨게 될 것이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인간의 심연을 조금씩 볼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상상력과 영감을 얻고 사람들을 매료시킬 캐릭터를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창작자 #작가의글쓰기 #캐릭터만들기 #스토리텔링 #심리학
편집성 성격, 반사회성 성격, 강박성 성격…
성격 스펙트럼을 조합해 캐릭터와 이야기에 서사를 부여하라
저자들은 ‘문제적 캐릭터’에 주목했다. 창작물에서 문제적 캐릭터 만큼 중요한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주연이 됐든 조연이 됐든 인물이 가진 어둠은 서사에 깊이와 이야기를 부여한다. 저자들은 ‘성격 스펙트럼’으로 캐릭터 설정을 정리했는데, 성격 스펙트럼은 각각의 개성이 뛰어나며, 그러한 성격을 갖게 된 발달상의 서사 부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애가 아닌 성격 유형의 범위(스펙트럼)를 다루기 때문에 다양한 캐릭터 창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 빌런, 히어로의 숙적, 안티테제로서 손색없는 ‘편집성 성격 스펙트럼’
주인공이나 세상을 위협하는 빌런을 만들고 싶다면 ‘편집성 성격 스펙트럼’에 주목하라. 편집성 성격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자신의 잘못된 믿음에 대한 근거를 찾아 복수한다. 또한 타인의 선한 행위도 악의적으로 해석하면서 갈등을 유발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편집성 성격의 등장은 스릴과 서스펜스를 유발한다. 그의 왜곡된 사고와 지속적인 원한은 극 중 인물들이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이야기를 파국으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그가 고통을 느낀다면 그것은 분명히 누군가가 잘못했기 때문이고, 그가 성공했다면 다른 사람들이 멍청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잘못은 오롯이 타인에게 있다. 창작자는 편집성 성격의 인물을 통해 주인공을 위기에 처하게 하고, 세상의 어두운 면을 드러낸다. 대표적인 캐릭터로 영화 〈쏘우〉의 직쏘, 〈배트맨〉의 조커, 〈스파이더 맨〉의 그린 고블린을 꼽을 수 있다.
편집성 성격은 ‘자기 확신’의 A군 성격 스펙트럼이며, 조용하고 별난 아웃사이더인 ‘조현성 성격’과 독특한 상상력이 시공의 경계를 뛰어넘는 ‘조현형 성격’이 A군에 함께 포함된다. A군 성격 스펙트럼은 사고방식에서 독특성을 보이는 유형으로, 사람 참 특이하네, 돌I네… 등의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다. 대인관계에는 큰 관심이 없고 자기중심적인 생활반경을 갖는다.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 확신’, 즉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는 점이다. 단, 편집성 성격의 경우 남들이 내게 피해를 줄 거라는 확신을, 조현성과 조현형 성격의 경우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 대한 확신을 갖는다.
▶ 소시오패스, 범죄의 아이콘, 정장을 입은 뱀, 범죄수사물의 악역 ‘반사회성 성격 스펙트럼’
범죄, 수사물의 악역을 만들어야 한다면 ‘반사회성 성격 스펙트럼’을 주목하라.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회 유지를 위해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법과 규칙을 지키지 않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유형이다. 자기만의 ‘사회’적 규칙이 있지만 정작 현실 사회의 규칙에는 관심이 없고, 타인을 배제하는 것에 스스럼이 없다. 그래서 자신이 타인에 대해, 때로는 자신이 가까운 관계나 사회에 미치는 해악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외부의 영향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자신을 사회 안의 구성원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자신을 구분 짓고 자신을 사회의 외부적 존재로 여기며, 자신을 우선시한다. 대표적인 캐릭터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단발머리 살인마, 영드 〈셜록〉의 모리아티를 꼽을 수 있으며, 실제 인물로는 ‘세 모녀 살해범’ 김태현을 들 수 있다.
반사회성 성격은 ‘타인 통제’의 B군 성격 스펙트럼이며, 프로 관종러인 ‘히스테리성(연극성) 성격’,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한 ‘자기애성 성격’, 충동적이고 불안정한 ‘경계선 성격’이 B군에 함께 포함된다. B군 성격 스펙트럼은 대인 행동에서 독특성을 보이는 유형으로, ‘이 사람 이거 왜 이러지? 좀 문제 있는데?’ 등의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대인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이 성격 스펙트럼의 특징은 타인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점이다. 반사회성 성격은 자신의 목적에 따라 타인을 이용하며, 자기애성 성격은 자신을 빛나게 하는 도구로 타인들을 취급한다. 히스테리성(연극성) 성격은 관심을 얻기 위해 타인을 조종하고, 경계선 성격의 충동적 행위들 역시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요구하는 데서 나온다.
▶ 완벽주의자, 통제광, 겉과 속이 다른 반전, 인물 설정 치트키 ‘강박성 성격 스펙트럼’
강박성 성격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에 일정한 규칙을 부여할 수 있으므로 작가들의 애정을 듬뿍 받는 유형 중의 하나다. 강박성 성격의 인물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통제하고자 한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작은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명탐정 몽크나 셜록 홈스처럼 미스터리나 추리 소설에서 사건을 파헤쳐 가는 주인공이 강박성 성격일 경우가 많다. 또한 작가들이 강박성 성격의 인물을 좋아하는 데에는 겉으로 보이는 ‘괜찮은’ 모습 내지는 탁월하기까지 한 모습과는 달리, 내면에는 자신에 대한 혐오와 극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물을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그리기에 강박성 성격을 부여하는 것은 인물 설정 치트키인 셈이다. 대표적인 캐릭터로 소설 《오베라는 남자》의 오베, 영화 〈사도〉의 사도세자, 〈배트맨〉의 배트맨을 꼽을 수 있다.
강박성 성격은 ‘불안 초초’의 C군 성격 스펙트럼이며, 소심하고 경계심 많은 ‘회피성 성격’, 인정받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의존성 성격’이 C군에 함께 포함된다. C군 성격 스펙트럼은 눈에 띄지 않고 적응적으로 보이지만 본인이 힘든 유형으로, 조용하고 자기 일을 잘하는데 좀 신경 쓰이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C군 성격의 특징은 ‘높은 불안 수준’이다. 이들의 행동은 불안 수준을 낮추기 위한 동기로 이해할 수 있다.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려면
본능과 감정을 다루는 방어기제를 활용하라
방어기제는 개인이 불안이나 고통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사고 및 행동 메커니즘이다. 개인마다 성격의 구조적 특성, 추구하는 가치, 욕망 등에 따라 주로 사용하는 방어기제가 다르다. 방어기제를 활용하면 캐릭터와 상황을 구상할 때 입체적이면서 보이는 영역(인물의 심리묘사와 행동)과 보이지 않는 영역(인물의 성격 특성, 욕망 등 무의식적 영역)을 독자가 설득될 수 있게 설정할 수 있다.
창작자들은 방어기제를 통해 인물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구성하고, 갈등을 심화해 그릴 수 있다. 대인관계란 인물들의 방어기제 충돌로 오해와 갈등을 빚어내지만, 방어기제를 안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에 숨겨진 인간의 욕구를 깊이 이해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등장인물 간의 갈등, 인물의 성공과 파멸의 과정 등을 효과적으로 그리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쏘우〉의 직쏘가 생존 게임을 벌인 이유, ‘투사’
9가지 방어기제 중 ‘투사’는 자신이 인정할 수 없는 욕망이나 감정들을 다른 사람들에게서 원인을 찾는 것으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방어기제 중 하나다. 주로 열등감이나 죄의식, 두려움, 분노, 성적 욕망 등 자신을 괴롭게 하는 감정에 해당하며, 일시적일 수도 있고 지속적일 수 있다. 지속적일 경우에는 특정 대상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 관념이 되어, 근거 없이 굳건한 가치관으로 작용한다. 투사는 종종 크고 작은 갈등을 일으키는데, 투사가 위험한 것은 행위자의 폭력에 대한 이유나 정당성을 피해자에게서 찾을 때이다.
영화 <쏘우>의 직쏘의 행위를 보면 투사에 대해 잘 알 수 있다. 직쏘는 편집성과 반사회성 성격이 두드러지는 인물이다. 직쏘는 자신이 말기 암 환자가 되었다는 분노를 자신이 보기에 ‘살아있음’에 감사하지 못하고 인생을 허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상들에게 투사해, 그들을 납치해서 자신이 만든 끔찍한 ‘생존 게임’을 치르게 한다. 자기 자신의 죽음 사건이 피해자에게서 온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논리를 세워 그들에게 자신의 고통을 몇 배, 몇십 배로 전가한다. 직쏘가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된 것처럼 ‘응징’의 논리를 펼치는 장면이 있는데, 자신의 무력감을 최악의 방식으로 벗어나려는 것일 뿐, 면밀하게 살펴보면 논리의 비약이 상당하다.
▶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주인공들은 왜 이러는 걸까? ‘반동형성’
‘반동형성’은 자신의 수용할 수 없는 욕구나 감정에 정반대로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식으로 상대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것이 불편해 오히려 잘해주기도 한다. 혹은 어린아이가 귀여워서 꼬집어 울리는 식으로 상대를 좋아하는 감정이 불편해 오히려 싫어하는 사람을 대하듯 하기도 한다. 사람뿐 아니라 물건이나 업무 등 너무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할 때 과도하게 좋아하는 듯이 말하고 행동하며, 그 반대도 가능하다. 로맨스 소설에서 관계의 긴장감을 증폭시키기 위해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좋아하면서 정작 반대로 행동해, 여자 주인공을 헷갈리게 하는 것이 바로 반동형성 방어기제를 활용한 예다.
영화화 되기도 한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남자 주인공 크리스천 그레이는 여자 주인공 아나스타샤에게 강렬하게 끌리면서도 자기에게서 멀어지라고 말한다. 아나스타샤 역시 그레이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지만 그레이의 말로 인해 헷갈리며, 핸드폰도 끄고 잠수를 타는 등 그와 멀어지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그레이는 이전에 했던 말과는 다르게 아나스타샤를 찾아온다. 서로의 속을 모른 채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반복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내용의 절반이다. 다른 방어기제와 다른 점이라면 반동형성은 당사자가 자신의 감정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고, 그 감정을 외부에 들키지 않기 위해 행동으로 옮길 때는 정반대로 하는 것이다.
독자와 관객이 이야기를 더 넓고 깊게 즐기는 법
책 《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은 창작자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사랑하는 일반 독자와 시청자들 역시 흥미로운 인문 심리 교양서로서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잘 알려진 작품과 캐릭터를 활용해 성격 심리학을 쉽게 풀어내고 있어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특정 유형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고, 등장인물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게 되어 작품을 더욱 깊고 넓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가상 인물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 중 누군가를 떠올릴 수도 있고, 심지어는 자신의 성격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자기 분석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세 명의 유쾌한 심리학자들이 쓴 《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을 통해 창작자와 작가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게 되고, 독자와 관객은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