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전쟁 - 미국은 어떻게 석유로 세계를 지배하는가?
최대 산유국이 된 미국,
미국은 어떻게 석유로 세계를 지배하는가?
독일 아마존, 《슈피겔》 경제 분야 베스트셀러!
에너지를 지배하려는 미국의 야심이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석유를 장악하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 이래, 오래된 동맹 관계 따위는 아랑곳없이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미국은 오로지 석유와 가스만이 자국을 세계 초강대국으로 만들어줄 것으로 확신한다. 즉, 세계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무기인 셈이다. 이를 방해하는 세력은 무조건 적으로 규정하고 협박과 보복을 서슴지 않는 바람에 미국과 중동,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복잡해졌다. 에너지 장악을 향한 미국의 야망은 이미 전 세계의 정치, 경제와 환경에 심각한 결과를 불러오고 있다. 에너지 냉전주의는 시작됐다.
이 책 《석유전쟁》은 석유산업 현장을 중심으로 세계가 당면한 문제에 주목하면서, 특히 에너지 장악을 위한 미국의 야망을 주시한다. 미국과 미국인을 수호하겠노라 선언한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 이후, 미국은 전속력으로 화석연료 시대로 회귀 중이다. 서부 텍사스에서 수압파쇄법을 사용해 추출해낸 엄청난 양의 석유 덕분에 전 세계를 상대로 마구잡이 협박과 보복이 가능해졌다. 저자는 집요한 취재와 관찰을 통해 미국의 에너지 주도권이 세계의 경제와 지형을 바꿔놓는 현장, 그로 인해 촉발된 긴장과 위기, 그 결과 전 세계의 정치, 경제, 환경이 처하게 된 위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화석연료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석유가 지배하는 에너지 냉전시대의 도래!
“석유를 차지한 자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중유로 공해를, 경유로 육지를, 휘발유로 공중을 지배할 것이고, 석유에서 나오는 엄청난 부로 인류를 지배할 것이다!”
―1919년. 앙리 베렌저 (프랑스 상원의원.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석유관리 책임자)
20세기는 석유에 의해 규정되었다. 그리고 온갖 생태적 희망을 품은 21세기 역시 마찬가지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무력충돌은 1945년 이후 지금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바마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꼽히는 2015년의 파리기후협정은 트럼프 눈에는 남 좋은 일만 시키는 형편없는 거래였다. 그 협정 때문에 “미국의 노동자와 납세자들은 직장을 잃었거나 저임금에 시달리며, 공장은 문을 닫고 경제성장은 뚜렷이 퇴조하는 대가를 치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또한 “세계 최대의 에너지 자원국인 미국이 기후협정 때문에 그 지위를 내던지고, 결국 미국의 부를 포기하게 될 것”이므로, 이는 가장 앞장서서 바로잡아야 할 우선과제라고 선언했다.
전 세계 195개국이 무려 20년간의 협의를 걸쳐 성사시킨 역사적인 파리기후협정은 가차 없이 협약 탈퇴를 선언한 제45대 미국 대통령 트럼프 때문에 동력을 잃었다. 그의 대선 캐치 프레이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는 철강노동자와 강인한 석탄 광부, 연기를 내뿜는 굴뚝, 대형 자동차의 미국을 다시 건설하겠다는 말이었다. ‘오직 미국의 번영을 위하여’ 트럼프는 오바마가 마련한 친환경 정책들을 폐기하고 기껏 제한한 석탄발전소를 재가동시키며 끊임없이 석유를 채굴하기 시작한다.
미국의 역대 어떤 정부도 이런 식으로 무분별하게 화석연료에 몰두한 적은 없었다. 마침내 미국은 막대한 셰일 오일 생산 덕분에 석유 최대수입국에서 최대수출국으로 위상이 바뀌었고, 이러한 미국발 에너지 혁명은 아랍산유국을 포함해 중국, 러시아, 유럽을 뒤흔들고 국제 정세의 변화를 촉발시켰다.
미국은 혁명적 채굴기술인 수압파쇄법, 즉 프래킹 공법으로 셰일을 추출하면서 몇 년 새 다시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떠올랐다. 2019년 초 미국은 하루 1,200만 배럴의 원유를 퍼냈다. 에너지정보관리국의 평가에 따르면, 2020년까지 노스다코타와 뉴멕시코 사이에 있는 시추공에서 하루 1,300만 배럴 이상의 석유가 솟아날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능가할 것이 명확하다. 석유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에너지 전문가들이 점점 늘어나는 천연가스 수요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를 우려하는 토론을 했다면, 이제는 거의 매일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항구에서 액화가스가 유조선에 실린다. 목적지는 아시아와 유럽이다. ―본문 26쪽
자체적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생산이 가능해진 미국은 더 이상 석유 확보를 위해 호르무즈해협이나 걸프만을 수호해야 할 필요가 없다. 중동의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또한 맹방이던 유럽 각국과의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 자원과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른바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도 무색해졌다. 트럼프가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방위금 분담 문제를 거론하고 미군 철수를 협박카드로 쓸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 미국은 석유를 무기화하고 독점함으로써, 세계에서의 패권을 더욱 강화하려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새로운 ‘석유 자원의 시대’를 선언하고, 마구 석유를 개발하고 이용하고 대대적으로 사용한다. 그 결과 알래스카에서 멕시코만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토지는 산업 황무지로 변해가고 있으며, 그것이 가져온 부정적 여파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 석유 에너지 전쟁으로 촉발된 위험의 지형도
에너지안보는 곧 국가안보다. 석유·석탄·천연가스에 방해되는 모든 것은 국가이익 즉, 국가안보의 적으로 간주한다. ―〈미 국가안보전략문서〉 2017. 12.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지금까지 유지돼 오던 세계질서를 뒤엎었다. 스스로를 미국이라는 회사의 ‘수석 거래자’로 자처하는 트럼프는 대통령보다 기업체 수장으로서 에너지 수출을 통한 일석이조의 기회를 엿본다. 미국의 권한과 영향력을 확보하고 동시에 미국 기업에 돈을 안겨줄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말이다. 그가 임기 첫 2년간 무역불균형을 구실로 무역 파트너를 관세장벽으로 위협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대부분의 국가가 자유시장경제를 존중하고 무역관행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었음에도, 미국은 그것을 전혀 고려해줄 생각이 없다.
한국 역시 트럼프의 표적에서 비껴가지 못했다. 무역적자를 핑계 삼고 여러 차례 관세로 협박한 끝에 결국 대량의 원유와 액화가스를 미국에서 구매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한다. 2016년 이전까지는 거의 미국과 거래가 없던 한국은 트럼프 취임 2년 만에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최대수입국이 되었다.
인도의 모디 정부도 줄곧 이란 석유를 수입해온 것이 괘씸죄에 걸려 2019년 모든 수입품에 관해 (1970년부터 지속해온) 관세면제를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았고, 더하여 환율조작국 리스트에까지 올랐다. 이제 인도는 미국제 드론과 비행기 구매에 더하여 원유 수요의 대부분을 미국산으로 해결한다는 데 동의했다.
미국이 에너지를 지배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야심은 세계무역에서 ‘승리하는’ 목표와 맞물려 있다. 이 두 가지 요인을 바탕으로 외교정책이 결정된다. 즉, 미국이 수출하는 것보다 수입하는 것이 더 많을 경우, 트럼프식 계산에 따르면, 이는 해당 국가가 미국을 앞지른다는 증표다. ―본문 222쪽
트럼프의 에너지 인프라는 군비계획이나 군사비 지출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파이프라인과 항구, 화물열차 노선은 외국의 에너지를 지배하는 데 필수적이다. 오직 풍요로운 석유와 가스를 전 세계에 배분할 수 있을 때만이 그의 정책은 작동한다.
독일과 러시아의 합작 프로젝트 ‘노르트스트림 2’를 유난히 눈엣가시로 여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것은 총 길이 1,230킬로미터에 이르는 최장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으로, 매년 550억 세제곱미터의 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 100억 유로가 넘는 이 가스관은 서부 시베리아에서 중부유럽으로 천연가스를 수송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는 “에너지 공급 때문에 독일이 러시아에 예속되었다”고 끊임없이 불만을 표출해왔다. 그는 노골적으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독일의 에너지 수요를 미국의 유정에서 충당할 것을 요구했고, 결국 메르켈은 미국에 굴복한다.
러시아 기업 가스프롬이 시베리아와 메클렌부르크를 직접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 2는, 트럼프가 볼 때 미국의 에너지 주도권을 향한 직격탄이나 다름없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독일의 의존이 심화되면 새로운 에너지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에 해가 된다는 것이다. ―본문 238쪽
이렇게 미국의 압박으로 형성된 독·미 동맹은 미국의 천연액화가스 터미널 건설 사업을 지원하기로 약정하는데, 문제는 이 비용을 독일의 납세자뿐 아니라 천연가스 사용 고객도 부담하게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트럼프에 따르면, 독일은 미국에서 퍼낸 가스뿐만 아니라 디트로이트에서 생산한 자동차까지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독일의 높은 유류세가 미국 자동차 제조사에 대한 불공정한 무역장벽이라고 주장해온 그다. 트럼프의 각료는 이 상황을 이렇게 요약한다.
“우리가 독일에 자동차 한 대를 팔 때, 그들이 우리에게 세 대를 파는 일은 더는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디트로이트는 활기를 되찾을 것이다. 바람직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적으로 무역을 주도할 것이다.” ―본문 28쪽
1918년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후 조르주 클레망소 프랑스 총리가 외쳤던 “석유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주는 전투의 피”라는 선언은 2020년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세계의 국경과 지정학적 권력은 시시각각 극적으로 요동치고 있다. 그리고 그 동력의 한가운데 석유와 에너지를 향한 욕망이 버티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의 카르텔에도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유가 붕괴 이후, 감산으로 돌파구를 찾던 그들의 카드도 더 이상 시장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 화석 연료의 수요는 줄어드는 데 반해 러시아와 미국을 비롯한 공급은 압도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OPEC를 위시한 카르텔이 붕괴되고, 오일머니로 지탱해온 중동의 지도가 강제적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우리는 현재 목도 중이다.
석유 카르텔의 영향력이 감퇴한 이유는 서쪽으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서부 텍사스에서 찾아야 한다. 프래킹 업자들은 퍼미언분지의 사막바닥을 파헤치듯이 OPEC의 기반을 무너뜨렸다. OPEC 회원국들에 점점 분명해지는 것은, 프래킹 업자들이 생산공정을 단축한 결과 단기적으로는 자신들이 유가를 올릴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프래킹 방식으로 말미암아 미국산 석유에 종주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러는 동안 제재 수단으로 나라별로 채굴을 허용하거나 금지하는 통제권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베네수엘라·이란·러시아는 워싱턴의 금지조치로 더 이상 마음대로 세계시장에 석유를 공급하지 못한다. 미국 외에는 그 어떤 나라도 그런 압력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 미국 대통령이 이런 권력을 소유한 것은 금융시장 덕분이다.
―본문 278~279쪽
저자는 석유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힘의 암투가 전 세계의 정치, 경제, 환경에 얼마나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거시적으로뿐만 아니라 세부적으로도 꼼꼼히 살펴준다.
치밀하게 준비된 미국의 셰일혁명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미국은 아랍 산유국들을 제치고 석유 초강대국이 되었으며, 새로운 석유시대의 권력자로 등장한 미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의 치열한 각축전은 어떤 양상으로 진행 중인지, 독자는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미국에게 이란은 어떤 상황에 놓이든 ‘악의 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이란제재와 맞물린 중국의 오일 인민폐의 활약과 향후 전망에 이르기까지, 세계가 석유와 에너지를 중심으로 전쟁을 불사하는 현장은 화폐전쟁 못지않다.
새로운 석유 시대의 도래를 시사하는 증거들과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불길한 징조는 지금도 현저하게 드러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금의 경고를 정확히 인지하고 다가올 미래의 위험에 대비할 것을 촉구한다.
★★★★★ 리뷰 및 코멘트 ★★★★★
지금까지 석유 국가로서의 미국을 이토록 쉽게 설명한 책은 없었다. 소설처럼 박진감 넘치는 에너지 전쟁이 펼쳐진다. 주요 인물들에 대한 설명과 사건의 사실적 묘사는 추상적인 셰일오일 붐을 쉽게 이해하도록 안내한다. 동시에 이해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적인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야콥 블루메, 《한델스블라트》
저자는 우리가 단지 가볍게 인식하고 있던 문제를 해박한 지식으로 정확하고 상세하게 설명한다. 미국이나 러시아, 이란과의 긴장 관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된다. ―펠릭스 에카르트, 《쥐트도이체차이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