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로서의 번역 - 영어 명작소설 깊이 읽는 법
번역은 온몸을 던지는 독서다
“번역이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은 “외국어를 모어로 옮기는 일”일 겁니다. 맞습니다. 이는 ‘번역’의 정의이기도 하겠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누가?’ ‘왜?’ 번역을 할까요? 그리고 ‘좋은 번역’ 혹은 ‘잘된 번역’이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읽기로서의 번역』은 바로 이런 질문에서 시작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 고노스 유키코는 30년 넘게 영미문학 번역을 해 온 베테랑 번역가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오랫동안 번역 작업을 해 오면서, 그리고 번역 수업과 강좌를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터득하고 실천하고 배운 바를 바탕으로 번역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합니다. 그것이 ‘번역이란 온몸을 던진 독서다’라는 가설이고, 이를 ‘번역 독서’라는 방법론으로 독자에게 제시합니다. ‘작품의 당사자, 실천자’가 되어 읽는 일, 이러한 ‘읽기’를 바탕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작품 자체’를 다른 언어로 새롭게 써 내려가며 ‘타인의 언어로 사는 스릴’을 맛보는 일이 ‘번역 독서’의 핵심입니다.
『읽기로서의 번역』은 번역은 전문 번역가의 특정한 직업적 행위라는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 번역을 외국어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에 접목해 보고, 또한 조금은 색다른 방식으로 번역에 도전해 보기를 제안하는 책입니다.
‘번역 독서’로 고전 명작을 새롭게 체험하다
『읽기로서의 번역』은 저자가 ‘번역으로 맛보는 걸작 10선’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강좌의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책입니다. 저자는 ‘번역 독서’의 매력을 최대한 체험할 수 있도록 ‘잘 알려진’ 10편의 고전 명작을 엄선했는데, 『빨간 머리 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폭풍의 언덕』 『어셔가의 몰락』 『호밀밭의 파수꾼』 『피그말리온』 『등대로』 『오만과 편견』 『연애 사건의 종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그것입니다.
실제 번역 강좌를 기반으로 한 만큼 이 책은 각 작품에서 눈여겨봐야 할 주제를 제시하고, 이를 가장 잘 보여 주는 대목을 과제로 삼아, 수강생들이 내놓은 번역 사례와 꼼꼼한 원문 설명을 통해 그 주제를 실현할 최상의 방안을 모색해 갑니다. 예를 들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말장난이나 언어유희를 어떻게 옮길지, 『어셔가의 몰락』에서 문장 자체로 공포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문체를 어떻게 살릴지,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반복되는 주인공의 말버릇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여낼지, 『오만과 편견』에서 당시 사회계급에 따른 호칭과 경칭을 번역문에 어떻게 반영할지 등을 함께 고민하면서 번역을 해 보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바는 ‘직접 번역해 보기’입니다. 중요한 건 유려한 표현이나 문장 수식 기술이 아니라 ‘번역의 매력을 몸소 체험하는 것’입니다. 외국어 공부를 위해서든, 원서를 읽기 위해서든, 문학작품을 즐기기 위해서든,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든, 그 목적이 무엇이든 ‘문장을 놓고 고민하는 과정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묘미’가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바탕을 이루는 것이 바로 원문이 보내는 ‘사인’을 포착하기 위한 충실하고 능동적인 ‘읽기’이며, 따라서 좋은 번역자가 되려면 우선 좋은 독자가 되어야 합니다. ‘잘 읽으면 저절로 잘 번역하게 된다’는 게 저자의 조언이지요.
이와 더불어 이 책을 통해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명작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고전 읽기의 즐거움이 조금 더 배가되기를, 영어 공부를 목표로 하는 독자라면 외국어 습득에 분명 도움이 될, 다른 언어를 모어로 변환하여 내보내는 ’번역 독서‘라는 프로세스를 한번 체험해 보기를, 전문 번역가가 되고자 하는 독자라면 유려한 번역문에 집착하기보다 적확하고 포커스가 맞는 번역문을 목표로 삼게 되기를 바란다고 조언합니다.
“번역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읽기로서의 번역』은 ‘번역이란 이래야 한다’는 하나의 답을 던져 주기보다 번역, 특히 문학 번역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고, 틀에 박히지 않은 방식으로 번역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줍니다. 이 책과 함께 ‘번역 독서’를 통해 번역의 묘미와 명작의 매력을 한껏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