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상상력 -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예술 수업》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오종우 교수의 예술 특강
“예술적 상상력은 보이는 것 너머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나게 하는 힘이며 삶을 고양하는 능력이다.”
학생들에게 최고의 명강으로 꼽히며 성균관대학교 티칭어워드(SKKU Teaching-Award)를 수상한 오종우 교수의 신작. 문학에서 그림, 음악, 영화까지 천재들의 작품을 넘나들며 우리를 예술적 모험으로 인도한 《예술 수업》 이후 5년 만에 예술 특강으로 다시 독자들을 만난다. 《예술적 상상력》은 급변하는 시대의 요구와 더불어 더욱 깊어진 사유로 예술의 진짜 쓸모를 전하고 있다.
AI가 만든 작품도 예술이 될까. 히틀러가 탐내고 피카소와 프루스트에게 영감을 준 작품에 무엇이 그려져 있을까. 몬드리안은 왜 사선을 긋지 않았을까. 음악이 다른 예술보다 더 직관적으로 감각을 열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림, 소설, 희곡, 음악, 테크놀로지까지 우리 문명에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낸 담대한 생각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고 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예술적 상상력을 일깨운다. 예술적 상상력은 인간의 일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우리 시대에 새로운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2020년 새로운 시대의 전기를 맞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
급변하는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저는 바둑을 예술로 배웠다. 둘이서 만들어가는 하나의 작품. 지금 과연 그런 것이 남아 있는지.”
이세돌 9단이 지난 2019년 11월 바둑계에서 은퇴하며 AI를 이유로 들었다. 그의 이 말은 의미심장하다. 인간과 인공지능은 무엇이 다른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인간의 근본을 묻고 있다. 오종우 교수가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무엇이 인간인가 하는 질문을 제기하는 시대에 사람답다는 것은 과연 무슨 뜻일까. 예술이 인간만의 행위이기에 우리는 그 대답을 예술에서 들을 수 있다. 또한 예술작품을 통해서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들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예술은 항상 인간답다는 것을 말하고 있고, 또 인간다운 것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33쪽)
이처럼 인간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하는 인공지능을 비롯해 오늘날 기술의 발전을 흔히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오종우 교수는 이 개념마저 낡은 것이며 “지금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옛 단어가 있다면 혁명뿐”이라고 말한다. 급변하는 시대의 불확실성 속에서 확실한 것이 있다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원동력이 자본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술은 과학을 열고 기술은 예술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왔다. 책은 지금이 그 새로운 국면임을 밝힌다.
저자는 기술의 뿌리를 예술에서 찾고 예술에서 기술의 씨앗을 발견하며, 예술과 과학이 교차하는 지점들을 면밀히 탐구하고 있다. 예술적 상상력이 어떻게 문명을 일구었는지, 세기의 작품들을 만나며 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다가올 미래 또한 손에 잡히듯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우리가 맞게 될 내일에 대한 시야를 열어주며, 어떤 미래를 꿈꾸고 창조해나갈 것인지 묻는 이 책은 급변하는 시대에 휩쓸리지 않을 단단한 사유의 단초가 되어준다.
세기의 창작자들에게 배우는 여섯 번의 예술적 상상력 특강
보이지 않는 것을 끊임없이 상상하고 구현하는 법
1장 상상력은 어디서 올까: 피카소의 작품에 작동하는 두 가지 사고방식
2장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프루스트에게 영감을 준 예술가,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읽는 법
책을 펼치고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작품은 피카소의 <두 자매>(1902)다. 저자는 그림 속 두 여인 중 누가 수녀고 누가 매춘부겠느냐고 묻는다.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하며 자신이 기성의 논리에 갇힌 눈으로 보고 있는지, 아니면 피카소가 보고 담았던 세계를 편견 없이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세상에는 두 가지 현실이 있다.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 우리는 누구나 보이지 않는 세상을 꿈꾸고, 보이는 세상에서 그 꿈을 이뤄내고자 한다. 피카소의 청색 시대를 열었던 초기작과 그가 천착했던 또 다른 천재 예술가 페르메이르가 그려낸 세계를 탐구하며, 혁명의 정의마저 바꾸는 격변의 시대에 예술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더 나은 현실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예술은 부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교양이 아님을, 우리 삶을 일구는 인간 본연의 일임을 다시금 확인한다.
3장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일: 몬드리안 패턴의 비밀과 클레가 선 하나로 창조한 세계
4장 새로운 생각이 탄생하는 순간: 진짜 혁신을 탄생시키는 예술적 방법 4가지
만물을 패턴화함으로써 문명과 예술을 발전시켜온 인류사와 더불어 눈앞의 미래인 증강 현실의 기술을 리듬(즉 증폭)이라는 예술 현상과 엮어냈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안한 바우하우스의 정신에서 동굴벽화까지, 미래파가 깨부수려 했던 클래식의 기원까지, 예술의 역사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오래된 미래인 예술로부터 새로운 오늘을 열어나갈 실질적 방법, 즉 창조의 패턴과 혁신의 리듬을 엿본다.
본질을 꿰뚫는 힘은 무한하게 펼쳐진 세계를 자기만의 리듬으로 감각하고 패턴화할 때 생긴다. 기성과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해내는 순간은 삶의 리듬이 바뀔 때다. 조야한 패턴과 본질을 꿰뚫는 패턴은 무엇이 다른지, 어떤 예술이 사그라지고 어떤 예술이 도약을 이루었는지, 타자의 리듬이 아닌 자기만의 리듬에 따라 삶을 창안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인문학자의 빛나는 통찰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5장 천재란 무엇인가: 모차르트와 미켈란젤로 작품이 생명력을 지니는 이유
다섯 번째 강의에서는 천재에 대한 우리의 통념과, 경박한 천재 모차르트를 살해할 수밖에 없었던 고뇌에 찬 범인(凡人) 살리에리라는 진부하고도 잘못된 전설을 깨부순다. 푸시킨의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전문을 수록했으며, 저자의 촘촘한 작품 해설은 빛나는 고전을 새롭게 만나게 한다. 살리에리가 왜 예술적 지식을 쌓고서도 폭발시키지 못했는지, 무엇이 상상력과 창조성을 억압하는지, 그 이유를 깨닫고 나면 우리 안의 천재성과 노예성이 동시에 보인다. 천재성은 어떻게 살려나갈 수 있을까.
모차르트가 남긴 유산을 직접 듣고(이 책이 우리의 예술적 상상력을 일깨우는 지점 중 하나는 작품을 직접 만나게 해준다는 데에도 있다. 책에 수록된 QR코드를 통해 음악과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미켈란젤로의 조각과 그림을 마주하면서 작품의 생명력은 어디서 오는지, 그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6장 일그러진 인간이 말해주는 역설: 말로 설명할 길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다가가는 법
천재성과 창조성을 다룬 5강에 이어 마지막 강의에서는 예술과 인간의 가능성을 더욱 깊게 파고든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세계를 감각하며, 음악으로 그림으로 몸짓으로 그리고 끝끝내 언어로 창조해내는 예술적 상상력. 인격을 형성하고 삶을 창조하는 이러한 예술적 상상력을 ‘영혼’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모딜리아니의 그림과 더불어 현대 예술의 뒤틀린 형상을 통해 말로 설명할 수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 본질에 다가가는 법의 역설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구원자>가 15세기부터 지금까지 “슬픔을 머금은 온화한 눈으로 여전히 앞을 바라보고” 있듯, 이 책은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단한 현실을 치장하지 않고 제대로 만나게 해준다. 더불어 우리가 품은 불안이 “희망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도 넌지시 일러준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흐름에 휩쓸리거나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넓혀나가는 힘. 보이지 않는 것을 끊임없이 상상하고 구현하는 능력. 선 하나로 현대의 정신을 그려낼 수 있었던 파울 클레가 그러했고, 생의 마지막까지 한 사람의 영혼을 담아내려 했던 모딜리아니가 그러했고, 톨스토이와 밥 딜런이 그러했다. 이제 우리의 차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