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잔의 칵테일
[카모메 식당]에는 시나몬롤이 있고
[안경]에는 과일시럽 빙수가 있다
스낵바 히바리의 힐링푸드는 ‘칵테일’
‘히바리’의 지하 계단을 내려가면
기분을 풀어주는 마법의 칵테일 한 잔과
허기진 마음을 채워주는 따스한 위로, 삶의 지혜가 있다
“인생을 살면서 중요한 것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가 아니라, 일어난 일에 대해 내가 무엇을 하느냐 아니겠어? 어차피 일어난 일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 과거는 바꿀 수 없으니까. 하지만 말이야, 일어난 일을 기회로 삼을 수는 있어. 위기는 기회야. 풋내기, 알겠어?” 2장 `이노우에 미레의 해방` 중에서
역 앞 후미진 골목 지하에 있는 스낵바 ‘히바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베스트셀러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의 유쾌한 힐링 소설. 웃음과 눈물로 읽는 이를 매료시키다 결국에는 인생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최신작이다. 히바리에 모이는 단골손님은 하나같이 독특한 괴짜들. 히바리는 ‘심야식당’이나 ‘카모메 식당’처럼 고독하고 상처받은 이들이 우연히 들러 허기진 배를 채우듯 정신적으로 위로를 받는 치유의 공간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감동과 유머가 배경음악처럼 깔리면서 치유와 행복의 메시지가 전해진다.
‘히바리’의 마담은 키가 2미터가 넘는 거구의 게이 곤마마, 그리고 그곳에 모여드는 단골손님은 뚜렷한 개성을 지녔지만 어딘가 한구석에 남모르는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다. 야동 마니아 광고대행사 사장, 금발 모히칸 머리의 치과의사, 수줍음 많고 건방진 남고생, 수수께끼의 섹시한 미녀, 만년 대리에 머무는 중년 샐러리맨이 그들이다. 언제나 유쾌할 것만 같은 이 괴짜들의 마음속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연과 상처가 숨어 있다. 곤마마를 중심으로 이들이 엮어가는 6가지 에피소드를 웃고 울며 읽는 사이에 독자는 자기도 모르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갈 것이다.
[출간 의의]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바쁘고 단조로운 일상을 꿈도 희망도 잃은 채 살아가는 현대인은 마음의 빈자리를 상처와 고독으로 채우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들 역시 가족과의 갈등, 사별, 혼자만 간직한 쓰라린 비밀과 고독으로 힘겨운 삶을 이어간다. 이처럼 고독하고 상처받은 현대인의 자화상인 주인공들이 스낵바 ‘히바리’에 들러 허기진 배를 채우듯 정신적으로 치유해가는 과정을 보며 독자들 역시 감동과 공감으로 스스로의 아픔을 돌아보고 치유할 수 있는 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상처의 아픔이 짓누르는 무게에 끝 모르게 허덕거리지 않는다. 흥미를 끄는 개성 있는 캐릭터와 곳곳에 보이는 날렵한 유머, 잔잔히 스며드는 행복의 메시지 등이 전체 내용을 무겁지 않게 이끌어주며 자칫 주인공들의 어두운 사연으로 딱딱하게 굳을 수도 있는 마음의 살과 어깨의 근육을 유쾌하게 풀어주고 있다. 소설 내내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웃음과 한숨이 교차하는 가운데 독자가 전혀 지루해할 사이 없이 스토리 전개에 빠져들게 하는 힘이 바로 거기서 나오는 것이다.
특이한 듯 보이지만 실은 나와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음직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서 읽고 나면 마음이 가볍고 상쾌해지는 유쾌한 힐링 소설이자 많은 어려움과 고민에 빠져 지쳐 있을 20~30대 독자, 특히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유머와 감동으로 사로잡고 삶에 대해 감사하고 애정을 느끼게 만드는 공감의 감성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특징]
이 소설은 스낵바 ‘히바리’를 중심으로 흥미롭게 전개되는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장편소설이지만 단편소설처럼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까칠한 남고생부터 20대의 전문직 여성, 70대의 인쇄소 사장까지 세대와 성을 두루 넘나들며 다양한 인물들이 서로 얽혀 벌여가는 사건들이 어쩌면 소화하기 어려운 구성으로 될 수도 있겠지만, 베스트셀러 작가의 치밀하지만 자연스러운 구성과 내공이 돋보이는 날렵하면서도 진중한 필체가 어우러져 오히려 읽기 쉽지만 깊은 내용을 담은, 복잡한 듯하지만 짜임새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함께 모이는 주요무대는 스낵바 ‘히바리’와 ‘사브’라는 헬스클럽이다. 언뜻 생각하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 두 공간은 현대인들이 지친 일상과 회사 업무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풀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삶을 재충전하는 대표적이고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친숙한 공간을 무대로 괴짜 같은 인물들이 저마다 주인공이 되어 각기 여섯 가지 뜻 깊은 에피소드를 펼쳐내고 있기에 젊은 독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칵테일과 운동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듯 절묘하게 연결되는 공간의 이중성은 이 소설의 전반에 걸쳐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있는 이중적 면모와 그대로 연결되어 있다.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지만 우리네 같이 평범한 인물들, 어둡고 아프지만 끝내 희망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전개, 간결하지만 깊은 의미를 놓치지 않는 문체 등이 시종일관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흡인력이 되는 것이다.
이런 흡인력은 역시 베스트셀러 인기작가 모리사와 아키오의 필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모리사와 아키노는 오랜 세월 동안 소설, 에세이, 논픽션, 그림책 분야에서 활약해온 작가로서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을 가슴 먹먹한 감동의 스토리와 유쾌한 필체로 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기로 유명한 그의 전작 소설 《당신에게》《쓰가루 백년 식당》은 영화로 만들어져 사랑받았고 《무지개 곶의 찻집》은 2014년 가을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소설은 ‘소중한 것일수록 작은 목소리로’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 출간된 그의 최신작으로서 한국 독자들에게 또 한 번 유쾌한 감동의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내용 소개]
총 여섯 개의 에피소드는 곤마마를 중심으로 서로 연결된다. 스낵바 ‘히바리’의 주인인 곤마마는 그곳을 찾는 다른 5명의 에피소드 주인공들에게 조언을 하면서 그들이 어려움과 고민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1장_혼다 소이치의 추신’은 평범한 회사의 만년 대리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혼다가 무기력하고 초라한 자신의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 헬스클럽 ‘사브’와 스낵바 ‘히바리’에 찾아가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헬스클럽에서 울룩불룩한 근육을 단련하고 있는 2미터가 넘는 건장한 게이 곤다 데츠오(주인공들 사이에서 불리는 별명은 곤마마)를 만나고 그가 주인이자 마담으로 있는 스낵바 ‘히바리’를 찾아간다. 그곳에는 서로 헬스클럽에서 만난 다른 4명의 주인공들이 찾아와 맥주와 칵테일을 마시며 일상의 시름을 털고 서로 교류한다.
‘2장_이노우에 미레의 해방’의 주인공인 베일에 싸인 섹시 미녀 미레는 나이가 25세쯤 되는 전문직 여성으로 직업은 비밀. 늘 앞가슴이 깊게 파인 옷을 입고 헬스장에 나타나서는 남자들의 근육을 슬쩍슬쩍 만지곤 한다.
‘3장_구니미 슌스케의 양 날개’의 주인공 슌스케는 조금 건방지면서도 수줍음을 많이 타는 고교생으로 통칭 슌군으로 불린다. 아이돌 같은 미남형 외모에 학교를 빼먹거나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그 점 때문에 귀여움을 받는다.
‘4장_시카이 료이치의 잠자리’의 주인공인 시카이는 치과의사로 금발의 소프트모히칸 헤어스타일을 하고는 항상 수다를 풀어놓기에 여념이 없다.
‘5장_스에쓰구 쇼자부로의 사죄’의 주인공 스에쓰구는 68세의 노익장이지만 늘 음탕한 생각을 하며 야한 농담을 한다. 작은 광고대행사 사장이다. 끝으로 ‘6장_곤다 데츠오의 아훔’의 주인공은 곤마마로 가게에 찾아오는 다른 주인공들의 고민을 상담하고 조언하지만 자신 스스로도 고독이라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이 소설에는 스토리 전개에 도움이 되는 장치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배경이 헬스클럽답게 근육의 묘사가 많이 나오는데, 이는 아픔을 딛고 성숙해가는 삶의 교훈과 연결된다. 근육은 운동만 해서는 안 되고 적당히 휴식을 해야만 키워진다는 것, 가족끼리도 어느 정도는 서로 상처를 주고 화해하면서 더 튼튼한 근육이 생긴다는 곤마마의 말은 삶의 깊은 성찰을 보이며, 주인공들의 고민에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또 하나의 장치는 ‘째깍 째깍 째깍’하는 시계소리이다. 이 소리는 주인공들이 깊은 고민에 빠지거나 가족과의 갈등으로 대화가 끊긴 침묵과 정적의 순간에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특히 무자비한 초침소리는 곤마마에게 ‘혼자’임을 확인시켜주며 평생 외톨이로 살아야 한다는 불안을 키운다. 깊은 외로움으로 견디다 못해 정지시켜 놓았던 시계에 곤마마는 마지막 장면에서 전지를 다시 끼워 살리며 새로운 삶을 다짐하는 장면으로 전체 소설은 막을 내린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이 소설의 백미는 중요한 고비마다 등장하는 칵테일이다. 히바리의 바텐더가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과 고민에 어울리는 의미가 담긴 칵테일을 만들어준다. 문제가 불거지고 고민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각각의 칵테일은 곤마마의 따듯한 조언과 어우러져 중요한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 특히 6장에 등장하는 칵테일 ‘샌디 개프’는 ‘헛된 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게이로서 외로운 삶을 살아온 곤마마가 앞날의 고독과 불안에 괴로워하는 것은 헛된 일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미래의 새로운 삶을 다짐하는 장면은 시계 초침소리에 당당히 맞서려는 곤마마의 모습과 함께 6장은 물론 소설 전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