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눈물 - 한국 사회의 갑질 보고서
한국 사회 갑질 보고서를 넘어, 한국 사회의 아픔을 속속들이 보여 주는 책!
내 친구, 내 이웃의 아픔이 아니라 바로 나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갑질의 무지몽매한 폭력을 미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갑으로부터 인권유린을 당한 을은 자신의 앞길이 막막해질 것을 감수하고라도 세상에 이 엄청난 부조리를 폭로하는 대단한 용기를 내었지만 세상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며 쉽게 잊혀 질 뿐이었다. 세상의 망각은 무자비한 폭력보다 더 폭력적이었다. 용기를 내며 갑에 저항한 사람은 자신이 괜한 일을 한 것 같은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사회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부정에 빠지게 된다. 이런 낙담과 절망의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한 줄기 동아줄 같은 희망을 준다. 그 희망이 다시 이 사회에 부조리에 저항할 자정작용과 치유의 에너지를 선물한다.
대한민국의 갑질 폭력은 한두 군데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회사에 출근하고 다시 퇴근해서 잠이 들 때까지 우리는 하루 온종일 갑질의 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심지어 동네 프랜차이즈 가게에서 약자를 숨 막히게 하는 갑질의 폭력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고, 이것을 말릴 장치나 사람들은 주변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때리면 비명이라도 질러야 한다. 그러나 갑의 폭력 앞에서 을은 차마 지금의 일자리를 잃을까 봐 비명조차 마음껏 내지르지 못한다. 이건 인간 이하의 상황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상황을 왜 방치하는가. 이 책은 이런 비정한 사회에 던지는 경고등이다.
갑질이라는 용어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사회 용어다. 계약서를 쓸 때 통상적으로 갑과 을이 표기된다. 갑은 을은 당연히 대등한 관계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갑이 을보다 높은 자리에 위치하게 된다. 법적으로 그 자리에 올라선 게 아니라 사회 통상적으로 그렇게 되어 버렸다. 갑질은 신분이나 직위, 직급, 위치, 조건, 상황 등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한 언행을 하거나 인격적 모독을 저지르는 행위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우월적 지위의 남용인 것이다. 갑질의 형태를 보면 언어폭력은 일상이고, 구타, 성희롱, 성폭력, 인사 불이익, 따돌림, 경제적 착취, 불공정 거래 등등이 있다. 갑질과 관련된 단어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그 폭력성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다.
저자 이철환은 재정경제부에 근무했던 공직자 출신이다. 공직자가 이렇게 사회 곳곳의 아픔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단순히 아픔의 팩트를 나열만 하지 않는다. 각각의 갑질 질환에 대해 짧고 굵게 처방전까지 첨부하고 있다. 각각의 갑질에 대해 같이 아파하고, 어떻게 하면 그 고통을 치유하고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아름다운 공동체란 타인의 아픔을 같이 느끼고 그 아픔을 함께 손잡고 치유해 가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우리의 어디가 아픈지를 알아야 한다. 이 책을 먼저 읽어 보면서 그 아픔을 치유할 수 있고,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을 더불어 잘 사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에는 나의 누이,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 나의 형제들의 아픔이 다 감겨있다. 뉴스에서 본 내용이지만 결국은 내 이야기였다. 남의 아픔인지 알았지만 결국은 내 아픔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잠시 멈추게 되고, 을의 흘린 그 눈물의 짠맛을 느끼게 된다. 갑질은 인성이 사라진 우리 사회의 아픈 구석임을 이 책을 통해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직장 갑질에서 학교 갑질, 예술 갑질, 스포츠 갑질, 정치 법조계의 갑질까지!
대한민국 갑질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뼈아프게 만난다.
어떤 기업의 회장이 직원을 때린다. 그것도 무자비하게 굴욕감을 느낄 정도로 때린다. 그 동영상을 본 우리 국민들은 맞은 사람의 입장이 되어 울분을 터트린다. 뉴스를 보는 순간 다른 사람의 아픔이었지만 몇 초 사이에 자기 아픔으로 전이가 된다. 평창올림픽의 여자 컬링팀에 환호를 했다. 그런데 그녀들에게도 몹쓸 갑질폭력의 아픔이 감추어져 있었다. 여자 쇼트트랙 선수도 10 여년을 폭력에 시달리다 죽을 거 같아 그 사실을 폭로한다. 예술도 충격적이다. 고상한 연극인, 시인이 아주 파렴치한 갑질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었다. 왜들 이렇게 미쳐가는 것일까. 우리 사회의 자정능력은 완전히 상실한 것일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곪아 터진 갑질의 심각한 질환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의 부제는 대한민국 갑질 보고서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갑질에 대한 모든 것이 다 펼쳐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갑질의 아픔이 우리 사회를 보다 더 건강하게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는 이 책을 썼고 세상에 공개했다. 책 속에 있는 한 구절처럼 새는 알을 까고 나온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려면 자신을 가두고 있는 세상을 깨야만 한다. 그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지만 경이로운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마치 미투를 고백하는 피해자의 용기처럼 저자도 우리 사회의 아픔을 직시하고 세상에 하나하나 고발하면서 우리 모두가 이 아픔을 함께 치유해 가기를 권한다.
우리 사회에 갑질이 왜 이렇게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갑질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 스스로 갑질이라는 인식을 전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행위가 그동안의 우리 사회 관행에 비추어 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사고를 갖고 있다. 그래서 갑질폭행도 죄가 아니고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무지함을 깨우쳐 주어야 갑질의 심각한 피해에서 모두가 벗어날 수 있다. 갑질폭행의 심각성은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 그러나 저항도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더 서글프다. 그 처지는 우리 사회가 만들었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 갑질현상이 이제라도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 앞으로 앞으로만 달려왔던 우리 사회가 이제 뒤를 돌아봐야 하는 경각심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백미러 없이 달려온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이 이제는 인권을 돌아볼 때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더 나은 사회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갑질의 심각한 인권피해를 반드시 치료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정리되어 있다. 1장은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갑질의 개념과 형태들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다양한 갑질의 종류와 폐해, 그리고 이를 막으려는 제도적 장치도 소개한다. 2장에서는 갑질문화의 형성 배경을 낱낱이 파헤쳐 들어간다.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왜 이런 못된 문화가 생성되었는지를 파고들어간다. 3장에서는 갑질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타이틀로 우리가 뉴스로 혹은 주변의 이야기로 만나게 된 대한민국 갑질에 대한 모든 것들을 속속들이 마주치게 된다. 4장은 벼랑 끝으로 몰린 을의 눈물을 직시한다.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함께 치유해가기를 권한다. 마지막 5장은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갑질질환에 대한 처방전이다. 각 사회 영역에서 암처럼 번진 갑질을 어떻게 치유할지를 명쾌한 논리로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