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어딘가가 부서졌다
“언제부턴가 모든 게 시시해져버린 어른들에게”
사무치게 외로운 날, 당신의 부서진 마음을 위로하는 문장들
사랑이, 친구가, 가족이 준 상처는 내 마음을 부수고 조각내면서 풋풋함도 설렘도 조금씩 앗아가, 어떠한 것에도 무딘 뻣뻣한 산송장으로 만들어버린다. 이때의 기억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 깊숙한 곳에 숨어 언제고 튀어나와 우리를 괴롭힌다. 거리의 사람들은 평범하게 보이지만 모두 나름의 깨지고 아픈 마음을 숨기고 있다. 이 책은 마음이 마음 같지 않아 어딘가가 부서진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다. 작가는 어디서도 말하지 못했지만 마음을 깊이 할퀴었던 47편의 기억들을 꺼내놓으면서 사무치게 외로운 날, 텅 빈 우리의 마음을 위로한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우리의 열정을 뜨뜻미지근하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
분명 세상이 반짝거리며 빛나던 때가 있었다. 무엇이든 못할 일이 없고, 내 인생은 누구보다 특별할 거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보다 내가 가진 재능은 보잘 것 없었고, 주목받는 사람들을 저 멀리에서 지켜보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내게 마련된 자리는 조명이 닿지 않는 어두운 구석임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을 맞닥뜨렸다. 어른들은 어떤 일에도 마음의 동요가 일지 않고, 뜨거움이 식어버려 모든 것을 시시하게 여긴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사실 어른이란 막연한 기대 뒤에 가슴 시린 후회를 피하고 싶어서, 줄곧 내 열정의 온도를 뜨뜻미지근하게 유지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라고 정의 내린다.
그래서 언제나 내 삶을 ‘보기 좋게’ 연출해왔다. 마음의 동요를 들키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기에 어떤 일에도 쿨한 척, 이런 사소한 일로는 상처받지 않는 척, 떠나는 사람은 붙잡지 않는 척했다. 그러고는 뒤돌아 방문을 걸어 잠그고 엉엉 울었다. 밖으로 꺼내 보이기 어려워 속으로만 삭히고 말았던 작가의 마음들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우리는 그때 미처 깨닫지 못했던 우리의 속마음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된다.
“고장 난 마음 한구석을
그럭저럭 끌어안은 채 사는 어른들을 위해”
내 연애는 꼬이기만 하는데 내가 소개해준 남자와 결혼하는 친구의 결혼식장, 웃는 얼굴로 축하를 보내지만 속으로는 배가 아프다. 문득 내 생각이 나서 음료 기프티콘을 보내준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에 앞서 ‘이걸 나에게 왜 보냈을까’ 의심부터 하게 되는 스스로에게 안타까움의 탄식이 터져나온다. 잘 정리된 서재처럼 단정한 사람을 보면 ‘나는 저렇게 살 수 없겠지’ 열등감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흠 없는 모습을 망가트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 나이를 먹고도 ‘필요’와 ‘사랑’을 구분하지 못해 애써 꾸려온 관계를 망가트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쉽게 꺼낼 수 없을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듣노라면 그 마음속 혼란이 우리의 그것과 꼭 닮아 있어 웃음이 새어나온다.
작가의 지난날에는 상처와 후회가 켜켜이 쌓여 있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상처준 사람을 굳이 용서하지도, 반대로 내가 상처를 남긴 사람에게 함부로 용서를 구하지도 않는다. 과거의 실수를 디딤돌로 삼아 더 나은 인간이 되자고 외치는 대신, 실수하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계속한다. ‘다시는 실수하지 않는 법’ 따위 대신, 마음 어딘가가 부서진 스스로를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긍정적 허무주의를 설파하는 장다혜 작가는 이 책을 집어든 독자들에게 앞으로도 실수와 후회는 반복되겠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우리는 쭉 괜찮을 거라는 공감과 위안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