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관계 에세이
브런치 62만뷰 화제작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관계 에세이
나는 곧 내가 만나는 사람이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나를 바꾸려면 내가 만나는 사람을 바꿔야 한다.
타인이라는 지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의 행복과 불행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어떤 만남은 우리에게 활력을 더해주고 성장의 원동력이 되지만 어떤 만남은 우리를 한없이 지치게 하고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사르트르는 그의 희곡 《No Exit》에서 인간의 실존에 관하여 최종적인 결론을 이렇게 남겼다.
“Hell is other people.(지옥은 바로 타인이다.)”
타인은 나에게 지옥과 같은 존재라는 말이다. 사르트르의 말처럼 ‘나’라는 실존적이고 주체적인 존재가 또 다른 존재와 만나 서로 공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관계가 꼬이거나 오해가 깊다면 타인은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지옥일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는 과거에 비해 SNS 등을 통해 더 빠르고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인간관계가 성숙되지 않고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태들이 나타남으로 인해 타인으로 인한 피로도는 깊어지고 무수한 얼룩과 상처들이 만들어진다.
사르트르는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인생은 절망의 반대편에서 시작한다.”는 아주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이자, 지식생태학자, 강연자, 작가로 활동하는 유영만 교수는 수많은 얼룩과 무늬를 만들어내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의 삶의 태도를 다시 되돌아보고 관계를 건강하게 바로 정립해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강의실에서 만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강연을 통해 국내외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면서 유영만 교수는 우리 개개인은 자신의 행복을 위한 주체이자 타인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조건임을 깨닫고, 인간관계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해왔던 내용을 이 책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에 차분히 풀어냈다.
“나는 곧 내가 만나는 사람이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유영만 교수의 이 말처럼 인간관계는 우리의 실존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만나면서 이런저런 기쁨과 감동을 누리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상처를 받기도 한다. 나와 타인의 관계가 바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면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실존까지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영만 교수는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와 같은 냉소적이고 강렬한 경구로 타인과의 연대의 중요함을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좋은 관계라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호의를 베풀어주는 관계는 수평적 인간관계를 쌓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한 사람은 한 세상이다
“한 사람에게 어떤 사람은 운명 같은 만남이 되기도 합니다.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그 만남이 한 사람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꿔주는 전환점을 마련해주기도 합니다. 그만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루어가는 연대는 우리가 평생을 추구하면서 가꾸어나가야 할 커다란 숙제이자 축제이기도 합니다.”(본문 중에서)
사랑의 둥근 ‘ㅇ’이 생긴 원동력은 사람의 ‘ㅁ’이 부딪치면서 일어난 갈등과 충돌 덕분이다. 바닷가의 둥근 돌멩이도 처음에는 모가 난 돌멩이였지만 부딪치며 주고받은 상처 덕분에 모난 부분이 깎이고 매끄러운 조약돌이 된 것이다. 사람과 사람은 저마다의 다른 배경과 사연을 갖고 살아간다. 그런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서 오해와 갈등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의 내일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누군가에게 내가 그의 내일을 만드는 존재라면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해지고 성실해지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나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내가 한 세상이 될 수도 있다. 유영만 교수는 간결하게 써내려간 이 에세이에서 우리의 존재가 인간관계의 얼룩과 무늬가 만든 사회적 합작품임을 거듭 강조하며 성숙한 연대야말로 우리의 평생 숙제이자 축제임을 강조한다.
뭔가 다른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한 사람은 누군가에게 한 세상이 될 수도 있을 만큼 영향력이 큽니다. 한 사람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모두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본문 중에서)
사람은 사람을 만나면서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관계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나와 너 역시 변화되지 않는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진공관 속에서 태어나 외롭게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기에, 무수한 인간관계 속에서 ‘뭔가 다른 이런 사람’을 만나고 ‘뭔가 다른 이런 사람’이 됨으로써 서로에게 또 다른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주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
유영만 교수가 이 책에서 인간관계의 얼룩과 무늬를 반추하며 기록하는 이유도 이러한 가능성을 말하기 위함이다. 오늘의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 배우는 것도 수많은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배운 교훈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앞으로 만나는 사람은 지금까지 만난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고 다른 방식으로 만나야 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은 과거와 현재의 연속선상에 있지만 또 다른 미지의 세계를 품고 있는 존재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만나면 안 되는 ‘이런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깨달음이다. 이런 사람을 보고 비난하기 전에 나도 이런 사람이 아닌지 뒤돌아보고 반성할 때 우리는 인간관계를 통해 보기 싫은 얼룩이 아니라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