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스 워튼 단편선
시대가 달라졌지만...과거 그녀들 속에서 발견하는 우리의 고민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 책은 사회가 요구하는 아내의 역할 앞에서 다른 길을 택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 이야기에 나오는 여성 인물들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 상류층 사회에서 평범한 여성에게 주어지던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삶을 살아간다. 모두가 완벽한 해피엔딩에 이르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여운을 준다. 사회적 관습과 다른 선택을 내렸다는 이유로 이들은 쉽게 가십거리가 되고, 부당한 의심과 왠지 모를 죄책감을 감내해야 한다. 100여 년 전 이들의 고민과 애환은 놀랍게도 오늘날 여성들이 느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작가 이디스 워튼은 작품 속 여성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불행했던 결혼과 이혼 경험을 간접적으로 투영했다. 결혼 제도와 남녀관계에 대해 사색하고 갈등하는 인물들의 심리는 이러한 문제로 똑같이 괴로워했던 이디스 워튼의 복잡한 내면을 보여준다. 워튼의 초중기 작품에 속하는 이 단편들은 그녀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는 데에도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시대가 달라졌으니...>
이혼 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뉴욕 사교계를 떠나 유럽을 떠돌아야 했던 리드콧 부인은 딸의 이혼 소식에 뉴욕으로 돌아온다. 딸이 과거 자신처럼 사람들의 냉대를 받을까 염려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이제 시대가 달라졌으니 괜찮다'다며 그녀를 안심시킨다. 그러나 리드콧 부인은 그녀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예전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과연 누가 진실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뒤늦은 연인>
어느 유부녀와 남성이 사랑에 빠져 도피 여행을 떠난다. 여행 도중 여인이 남편에게서 이혼을 통보받자 남성은 사랑하는 여인과 떳떳이 결혼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에 부푼다. 그러나 어쩐지 여인은 그와 결혼하기를 거부한다. 결혼에 대한 견해차를 확인한 두 남녀. 남은 여행 동안 둘의 관계가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추측>
첫 번째 남편과의 결혼에서 답답함과 염증을 느낀 여성 줄리아는 자유로운 결혼생활을 조건으로 뉴욕 사교계 명사와 재혼한다. 그 조건이란 언제든지 상대방의 마음이 변하면 새로운 상대를 찾아 떠날 수 있다는 것. 어느새 10년이 지나고 남편은 새로운 여성을 만나 약속대로 헤어짐을 요구하고, 충격으로 방황하던 줄리아는 오래전 이혼 당시 첫 번째 남편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
<다른 두 사람>
세 번 결혼한 여성의 세 번째 남편이 아내의 이전 남편들과 얽히면서 생기는 이야기다.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던 그는 예기치 않게 아내의 이전 남편들과 자꾸만 마주치게 된다. 처음에는 이러한 상황을 견딜 수 없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급기야 자신의 자리를 거쳐 간 ‘다른 두 사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