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이탈리아 여행기
10년을 함께 살아왔지만 다른 취향을 고수해왔던 한 부부의 34일 간의 이탈리아 여행 이야기다. 우리는 어쩌면 부부의 취향을 두루뭉술하게 한 범주 안에 넣곤 했는지 모른다. 내가 좋으면 그도 좋을 거라고, 그가 사랑하는 것을 나도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일상에서는 역할과 의무에 가려져, 취향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어디 그런가. 행복과 즐거움, 재미가 최우선이어야 할 여행에서 부부의 각기 다른 취향은 각을 세우기 마련이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아는 작가 본인에게 아무런 매력도 재미도 느낄 수 없는 곳이었다. 오로지 남편의 취향에만 맞춘 여행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계속되고, 그 모든 순간을 오롯이 둘이서 함께하며 부부는 그렇게 잘 안다고 생각했던 서로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세상에 재미있고 찬란한 여행기는 많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진짜’ 여행은 그렇지 않다는 걸. 이렇다 할 사건도, 갈등도, 재미도 없는 현실 부부의 진짜 여행기가 묘한 울림과 감동을 주는 이유는 어떠한 거짓이나 과장 없이 우리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