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여성의 권리 옹호

여성의 권리 옹호

저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지음, 문수현 옮김
출판사
책세상
출판일
2018-04-29
등록일
2018-11-30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23MB
공급사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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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 모두가 인간(=남성)의 권리를 외칠 때 홀로 여성의 권리를 외치다

18세기 유럽은 계몽주의와 혁명의 시대를 맞아 자유와 평등의 이념이 분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이성을 가진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라고 주장한 계몽사상가들조차 여성은 남성을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당대의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표적인 계몽사상가 루소는 “우리 남성들을 기쁘게 하고 우리에게 유익한 존재가 되는 것”이 여성의 의무라고 말한 바 있다.

《여성의 권리 옹호》는 ‘페미니즘의 어미니’로 불리는 영국의 급진적 사상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이러한 모순에 반기를 들고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이성적 존재이며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근대 최초의 페미니즘 저작이다. 여성도 이성을 지닌 온전한 인격체로서 평등한 교육과 정치 참여의 기회를 제공받아야 하며, 인류의 절반인 여성이 독립적인 개인이 될 때 비로소 인류 전체의 역사가 발전할 수 있다고 역설함으로써 계몽사상의 남성 편향성을 극복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삶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며 살았다.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고 직업 활동을 하며 생계를 꾸렸고, 여성 교육을 위해 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또한 아나키즘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급진적 정치철학자 윌리엄 고드윈과 결혼해, 서로 독자적인 가계를 유지하는 예외적 결혼 생활을 실험하는 등 그의 삶 자체가 사회적 규범과 충돌하며 새로운 길을 내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여성이 머물러야 할 곳은 교회와 부엌뿐이라고 믿었던 당대 영국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폄하되다가 20세기 후반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근대 페미니즘의 어머니’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다. 여성에게 ‘인간’의 지위를 찾아준 《여성의 권리 옹호》는 그를 망각으로부터 불러낸 가장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

이 책은 비단 남녀 관계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예속된 모든 관계의 모순을 비판하고 사회 질서의 재편을 모색했다는 점에서도 독보적 가치를 지니며,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하지만은 않은’ 오늘에도 현재적 울림을 준다. 그가 지향했던 사회의 모습은 우리가 꿈꾸는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2. 페미니즘을 열고 페미니즘을 넘다

- 계몽사상을 넘어선 계몽사상가 울스턴크래프트

당시 유럽 사회는 절대주의 사회로, 봉건 사회의 최종단계인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의 맹아단계였다. 절대 왕정 하에서 신분과 부에 따라 개인의 지위가 결정되고 소수가 권력을 휘두르며 다수는 자유를 억압받았다. 이러한 사회 질서에 체계적인 비판으로 맞서고,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대한 혁명적 강령을 마련한 주역이 바로 계몽사상가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자유와 평등에 근거한 시민 사회라는 새로운 사회 질서를 주창했음에도 불구하고, 종속과 불평등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남녀 관계,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까지 확대하지는 않았다. 이들이 상정한 새로운 사회의 근간인 개인이란 생계를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 개인,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개인이었다. 당대의 법적, 사회적 제약 아래 ‘허약하고 감정적이며 미성숙한’ 여성은 당연히 ‘강인하고 이성적이며 성숙한’ 남성에게 의존해야 했다. 이러한 남녀 간의 구분은 ‘자연’에 기인한 것으로 정당화되었으며, 남녀 구분(차별)이 사라지면 사회의 자연적 질서가 붕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앞서도 보았듯이 가장 급진적인 계몽사상가로 꼽히는 루소가 여성을 남성을 위한 존재라고 언급한 사실은 계몽사상가들의 모순과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내준다 할 것이다.

《여성의 권리 옹호》는 루소를 비롯해, 계몽사상의 모순과 한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결과물이었다. 계몽사상의 언어로 남성 편향적인 계몽사상을 비판하면서 여성이 ‘남성을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남성과 똑같은 ‘인간’이며 스스로 독립적인 ‘개인’임을 주장한 것이다. 인류의 절반인 여성이 남성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되고 이성적 존재로서 평등이 보장될 때에만 인류 전체가 도덕적이고 행복한 사회를 실현하게 되리라고 역설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이 자명한 원리를 밝히기 위해 총 13장에 걸쳐 당대의 편견을 검토하고, 당대 사상가들의 사유를 비롯해 여성의 편견이 생성되는 메커니즘을 분석한 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그는 기존의 편견을 극복하려면 여성들 자신의 의식 변화가 우선이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립적인 개인, 자유로운 시민으로서의 평등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가정 내에 국한되어 있던 여성의 역할을 사회적 경제 활동과 정치 참여로까지 확대했다. 이 번역본에서는 총 13장 중에서 1, 2, 5, 6, 9, 12, 13장을 선별해 번역했다.

최초의 페미니즘 저서 ? 여성들은 울스턴크래프트에게 빚지고 있다
그가 비판한 대상은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뿐만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결혼을 자신의 목표로 삼고 그 목표를 이룬 후에는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다른 남성들과 어울리면서 사치를 일삼는 여성, 바로 그가 극도로 혐오했던 여성상이었다. 하지만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이 열등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여성의 본성 탓이 아니라 앞서 언급했듯이 ‘타인을 만족시키고, 외적인 행위를 통제하기 위한 교육’의 결과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여성은 이성을 계발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처음부터 이성이 없었던 것처럼 열등한 존재로 취급된 것이다. 그는 이러한 현실에 격분하면서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이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성의 계발로 미덕을 갖춘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여성 교육 문제를 천착하면서 많은 부분 할애하고 있는데, 특히 12장에서는 기존의 교육 체제가 가지는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가정 교육과 공공 교육의 장점을 아우를 수 있는 국립 통학제 학교 설립과 남녀공학의 실시를 제창하는 등 교과 과정을 비롯한 구체적인 학교 운영의 틀을 제시한다.

그는 또한 당시의 사회적 조건 하에서는 결혼이 “일반적이고 합법적인 매춘”이 될 수밖에 없음을 간파하고,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정신적?경제적으로 독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여성도 다양한 직업 활동에 종사하며 여성의 재능과 미덕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여성이 시민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사회로부터 개인으로서, 시민으로서 보호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여성이 자신들의 대표자를 가져야 한다는 여성 참정권을 주장했다. 여성이 참정권을 획득하게 된 것이 20세기 초반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울스턴크래프트가 얼마나 급진적인 주장을 펼쳤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실제로 그는 이 책을 출간한 후 ‘페티코트를 입은 하이에나’라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 페티코트를 입은 하이에나는 당대 여성들에게 이렇게 고했다.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여, 그처럼 편협한 편견을 뛰어넘도록 하자! 지혜가 그 자체로 바람직스럽고, 미덕이 그 이름에 걸맞게 지식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면, 우리의 머리가 우리의 마음에 대한 균형추가 될 때까지, 성찰을 통해 우리의 정신을 강화하도록 노력하자. 우리의 생각을 일상의 사소한 사건에만 국한하거나, 우리의 지식을 연인이나 남편의 마음을 알아내는 데 한정하지 말자. 우리의 지성을 증진하게 하고 지금보다 고귀한 상태를 위해 우리의 마음을 다잡게 하는 위대한 목적 아래, 삶의 모든 의무를 다하자.”(본문 100쪽)

울스턴크래프트는 당대의 여성들이 타락하거나 오류에 빠져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문제점들이 여성의 본성 탓이 아니라 그들이 받은 교육이나 그들의 사회적 지위 탓임을 언급하면서 여성들이 인간 존엄의 근거인 이성을 계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19세기 영국의 대표적인 여성 참정권론자인 밀리센트 포셋은 《여성의 권리 옹호》 출간 백주년 기념본에서 이렇게 서술했다. “근대의 정치경제학이 애덤 스미스에게 기대고 있는 것처럼 여성들 역시 울스턴크래프트에게 빚지고 있다.”

페미니즘을 넘어서 ― 억압받는 모든 이들의 권리를 옹호하다
페미니스트이기 전에 급진적 정치사상가였던 울스턴크래프트는 성별의 차이 때문에 억압받게 된 여성의 해방을 위해 이 책을 쓰기도 했지만, 책 곳곳에 성별뿐 아니라 신분과 자본으로부터 억압받는 모든 이들의 권리를 옹호했던 그의 사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언제나 여성과 관련하여 논의되었던 종속성이 남성에게도 역습을 가한다. 다수는 언제나 극소수에게 예속되어왔다.”(본문 66쪽)
“모든 개인과 모든 계층은 자기 바로 위에 있는 계층과 같은 양식으로 살고자 하는 욕망에 감염되어 있으며, 천박함은 이 저열한 야심의 부수물이다.”(본문 147쪽)
“사회는 그 사회의 미덕과 비례해서만 행복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사회적 구분들은 모든 사적인 미덕을 좀먹고 공적인 미덕을 망쳐버린다.”(본문 161쪽)

여성은 남성에게, 시민은 왕과 귀족에게, 빈민은 부자에게, 인간이 미덕이나 능력 외의 다른 조건에 의해 우열이 가려지고 인간이 인간에게 예속당하는 것, 그리고 차별당하는 자가 차별하는 자를 닮으려 하는 것, 울스턴크래프트는 이것이 인간의 미덕을 박탈하고 인격의 주체성을 파괴하며 인류의 진보를 불가능하게 하는 일이라고 보았다. 그가 묘사한 이 무참한 그림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모든 인간이 독립적인 개인으로 바로 설 때 인류 전체가 진보하리라 굳게 믿었던 그의 바람이 두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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