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Progress - 우리가 미래를 기대하는 10가지 이유
옛날이 좋았다고? 천만에!
우리의 삶을 이끌어온 인류의 진보가
역사적 사실과 통계 자료로 명쾌하게 증명된다
전쟁, 테러, 범죄, 불평등, 지구온난화 등 전 지구적인 사회문제들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우리는 절망에 빠지곤 한다. 정말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시대’인 걸까? 이 책 <진보>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이 주제에 천착해온 저자 요한 노르베리는 구체적인 근거를 하나하나 들어가며 참혹한 과거의 현실과 개선된 현재의 상황을 치밀하게 비교해간다. 그래서 식량, 위생, 빈곤, 폭력, 환경, 문해력, 자유, 평등 등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 조건들을 기준으로,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진보의 업적을 명쾌하게 증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은 진보가 당연히 주어진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삶을 개선하고 그럼으로써 세상을 꾸준하게 개선하기 위해 힘겹게 싸워나간 개인들의 놀라운 성취임을 강조한다. 진보를 부정하며 비관과 불안을 조장하는 세력들에게 휩쓸리는 순간, 우리는 개방과 자유를 빼앗기고 ‘희생양’을 만들어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인류가 이룩한 진보를 믿고 그것을 바탕으로 동시대인들과 다음 세대를 위해 진보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이 인류의 자아도취적 기록이 아닌 엄중한 경고로 읽히는 이유가 그것이다.
왜 우리는 진보에 확신하지 못하는가, 누가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가
우리 시대의 주요한 흐름을 꼽자면 그 어느 때보다 인류의 삶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빈곤, 영양실조, 문맹, 아동노동, 유아 사망률은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출생 시 기대수명은 20세기에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개인이 전쟁에 노출되거나 자연재해를 당해 죽거나 독재에 신음할 위험이 다른 시대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끔찍하고 우울한 뉴스들에 항상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어느 작은 마을의 일간지에 실린 ‘만사가 잘 굴러가고 있다’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는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뉴스는 언제나 전쟁과 살인, 자연재해처럼 극적이고 놀라운 것을 추구한다. “치즈에 난 구멍(문젯거리와 분쟁)에 대해 보도하지만 치즈 자체(사회의 진보)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4~15년 에볼라 사태는 미디어와 관련기관들이 협력해 공포심을 조장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 질병관리센터는 140만 명에 달하는 많은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 시나리오는 대부분의 환자가 전혀 치료를 받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위험한 행동을 계속하리라고 가정한 것이었다. 미디어에서 ‘최악’을 강조하는 동안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엄연한 사실은 잊히고 말았다.
게다가 좀 더 근본적으로는 민족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치인들, 좀 더 극단적으로는 테러리스트들과 독재자들이 지금도 계속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 그들은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고 국가 간에 다시 장벽을 쌓고 싶어한다. 그들은 세계는 위험하며, 그래서 통제불능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은 익숙하고도 안전이 보장되는 것처럼 보이는 곳으로 도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개방과 자유를 선택하는 대신 안전을 약속하고, 쉽게 지목할 수 있는 ‘희생양’을 제공해주는 정치를 따르게 된다.
결국 ‘현재에 대한 공포’와 ‘과거에 대한 향수’가 만들어낸 최근의 역사는 미국이 다시 위대해져야 한다는 슬로건을 내건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그리고 오늘의 삶이 30년 전보다 후퇴했다고 믿는 영국인들이 지지한 ‘브렉시트’였음을 저자는 독자들에게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