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 - 섭식장애와 심리적 외상을 이겨낸,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힘

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 - 섭식장애와 심리적 외상을 이겨낸,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힘

저자
정예헌 지음
출판사
헤르츠나인
출판일
2023-10-09
등록일
2024-12-06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11MB
공급사
알라딘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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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내 인생을 다시 내 손에 쥐고 싶었다.”

섭식장애와 심리적 외상을 치유하기 위해
식단일기와 미술 심리치료를 비롯한,
작은 변화를 만드는 심리학적 해설을 곁들인
외상 후 회복력과 성장하는 마음에 대한 보고서

『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는 섭식장애와 심리적 외상의 치유 과정에서 의지가 꺾였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작은 변화를 만드는 어떤 용기에 관한 책이다. 가스라이팅에 의한 폭력과 섭식장애를 직접 겪으며 심리적 외상을 입는 과정과 그 고통의 현장을 마치 소설처럼 드라마틱한 글 솜씨로 묘사하고, 심리적 외상에 의한 트라우마와 강박과 중독 극복 과정을 심리학적 해석을 곁들여 심리적 고통을 극복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설명하고 있는 에세이다.
스무 살 어린 나이에 가스라이팅과 폭력에 의한 최악의 연애로 얻게 된 마음의 상처와 오랜 고시공부로 인한 정서적 결핍, 그리고 가족과의 불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외모에 대한 강박으로 이어져 결국 섭식장애의 굴레에 빠져버린 작가는, 섭식장애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봄날 문득, 햇살의 따사로움에 삶의 한 장면이 바뀌는 경험을 하고, 변해야 한고 다짐했다. 무엇 때문에 마른 몸매를 그토록 원했던 걸까 되돌아보았고, 식단일기를 기록하고 미술 심리치료를 시작하면서 치유의 과정에 들어섰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반복하는 ‘폭토’를 단칼에 끊어낼 수 없었기에 좌절했다. 그러다가 심리적 외상의 극복은 굳건한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을 직시하고, 실패할 수 있음을 그것도 반복적으로 되풀이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담담하게 ‘그냥 해보는 마음’으로 임하고자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망치지 않고 실패의 순간마저 다독이며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다 보니 ‘작은 변화’가 생겼고, 그 변화가 쌓여 결국 섭식장애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마음의 병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방법은, ‘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였다.

** 10월10일 ‘세계정신건강의 날’ 기념일 발간 **

“라면을 두 개 끓이며 행복함을 만끽할 순간은 반드시 온다.”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이다.”
- 박명수, JTBC <할명수> 122화에서

내 현실과 욕심의 차이를 인식하고,
목표점 대신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작은 실패를 만나면,
굳은 의지 대신 꺾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내가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되새기며
자신을 다독여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냥 다시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고자 용기를 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작은 변화가 생겼으며,
그 변화가 쌓여 마침내 원하는 내 모습을 되찾았다.

섭식장애는 내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섭식장애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봄날 문득, 햇살의 따사로움에 삶의 한 장면이 바뀌었다. 변하고 싶었다. 왜 나는 마른 몸매를 그토록 원했던 걸까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식단일기를 기록하고 미술 심리치료를 시작했다. 치료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그동안 모른 척했던 내 본 모습을 발견했다. 본질은 마른 몸매의 예쁜 내가 아니라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예쁜 여자가 되는 것보다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폭토를 멈추고 체중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자 했다.
단단하게 마음을 먹고 힘들게 견뎠지만 섭식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폭식의 욕망은 사흘 밤을 새웠을 때의 졸음, 일주일 굶었을 때의 식욕처럼 자연스러운 신체적 본능이었다.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나약한 내 의지에 좌절감이 밀려왔다. 버티다 부러졌고, 달리다 넘어졌다. 의지만으로 변화에 이르기는 어려웠다. 억지로 폭토를 멈추고자 하는 강박을 내려놓으며, ‘먹는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싶다’, ‘멋진 사람이 되자’, ‘변하고 싶다’라는 마음만 남겨놓기로 했다. 그냥 도망치지 않고 하는 만큼 해보자고 나 자신을 다독였고, 반복의 두려움을 이겨내 보자고 용기를 내었다.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폭토’의 조짐이 보이면 그 자체를 인정하고 그것이 지나간 다음의 마음을 지지해 주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서 나아갔고,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을 응원했다. 이렇게 시작한 작은 변화가 쌓여 성공의 고지에 다가섰다. 폭토의 주기는 점점 늘어났고, 마침내 멈추었다.
나를 섭식장애로부터 자유로워지게 한 작은 변화를 일으켰던 힘은, ‘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에서 비롯했다.

실패를 인정하고
하루하루 작은 변화를 쌓아
섭식장애를 이겨냈다

섭식장애에 빠져 허우적대던 내가 변할 수 있었던 건, 의지가 꺾였을 때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변화의 방향에 대한 믿음에 기대어 ‘실패를 받아들이고 그냥 해보자’하는 태도로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과거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얻은 사람들, 섭식장애와 같은 마음의 병을 이겨낸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냥 하는 마음’을 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인 박명수가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을 때, ‘꺾이지 않는 의지’보다 ‘의지가 꺾이더라도 그냥 하는 용기’가 더 중요하다는 뜻임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섭식장애와 같은 심리적 외상은 단번에 해결된다기보다 하루하루의 작은 변화가 쌓여 결국엔 치유에 이르게 되는 법이다.
작은 변화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처지가 어떠한지 정확하게 아는 데에서 시작한다. 내가 바라보는 나와 세상이 바라보는 나, 내가 바라보는 세상과 나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세상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내 욕망과 내가 처한 현실의 분명한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진짜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변화의 목적이 어떤 특정한 목표점에 당도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의 방식을 바꾸고 마음의 중심을 ‘방향’에 옮겨놓았다. 그 지점에서 욕망과 현실의 차이를 극복하고자 변화의 시동을 걸고 최선을 다해 변화의 방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단번에 해결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실패를 거듭하겠지만 믿고 나아가다보면 마침내 작은 변화를 마주했고, 그것이 쌓여 성공에 이르렀다.

“스스로 만든 섭식장애의 감옥에서 탈출하다.”

섭식장애는 내가 만든 감옥이었다

섭식장애는 자신이 만든 감옥이다. 열쇠를 손에 쥐고 있어도 열쇠구멍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구멍이 보인다고 무작정 열쇠를 꽂고 돌려본들 감옥문은 열리지 않는다. 상황이 두려워, 고통이 괴로워 단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굳은 의지를 세워보지만, 섭식장애라는 병증은 늘 그 의지를 꺾어버리고 만다. 섭식장애는 나의 문제, 나의 의지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섭식장애를 겪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섭식장애 탈출은 의지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폭식과 구토를 멈추려 하기 전에, 내 마음이 고픈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마른 몸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라는 폭력성과 타인과의 관계 설정 오류로 인한 자존감 훼손, 마음 깊숙한 곳에 갇혀 있던 불안과 불만 등 심리적 정신적 상처가 섭식장애라는 방식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나약한 자신의 본모습을 인정하고, 마음 깊이 자리 잡은 고통의 뿌리를 제거해야 자아라는 열쇠구멍을 찾을 수 있다. 섭식장애는 의지만으로는 치유할 수 없는 병이다. 마음을 옮겨 자신을 직시하고 상황을 다르게 볼 용기가 필요하다. 그 과정은 느리고 지루하다. 하지만 마음의 방향을 잃지 않는다면, 한 걸음 한 걸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마침내 섭식장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심리적 외상과 섭식장애의 고통을 현실감 넘치는 묘사로 드러내고, 강박과 중독의 지독함을 치유하며 심리적 외상에 의한 트라우마와 그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을 심리학적 해설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는 『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는 같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하는 정예헌 작가의 진정성 어린 바람이 담긴 책이다. 스무 살 어린 나이에 가스라이팅과 폭력에 의한 최악의 연애로 얻게 된 마음의 상처와 오랜 고시공부로 인한 정서적 결핍, 그리고 가족과의 불화로 인한 스트레스는 외모에 대한 강박으로 이어져 결국 섭식장애의 굴레에 빠져버린 작가는, 자신을 섭식장애로부터 해방시킨 건, 굳건한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을 직시하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의지는 꺾일지라도 그 상태로라도 포기하지 않고 그냥 해내는, 언젠가는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용기였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의 용기이다.

편집자의 말

이 원고를 받아 들고 편집기획을 하면서 처음에는 직접적으로 드러난 ‘섭식장애’를 메인 콘셉트로 설정하였다가, 편집을 마무리하면서 원고 속의 결론적 메시지인 ‘외상 후 마음의 성장’으로 방향을 새로 잡았으나, 독자에게 보다 더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마케팅 콘셉트를 잡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의지가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의 용기’를 메인 콘셉트로 결정했다. 섭식장애라는 원인과 외상 후 마음의 성장이라는 결과 사이에서 현실적으로 섭식장애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표면적인 원인과 결과가 아니라 치유와 회복 과정 속에 담긴 진심과 치열함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용기’라는 열쇠, ‘자아’라는 열쇠구멍,
섭식장애 감옥에서 탈출하는 변화의 시작

섭식장애는 스스로 만든 감옥과 같다. 마음만 단단하게 먹으면 그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자신하지만, 누구도 의지만으로 그 굴레에서 탈출하지 못한다. 마른 몸매에 대한 갈망이라는 티켓을 끊고 그곳의 입구에 들어서면 실제 모습보다 훨씬 자신을 뚱뚱하게 비추는 신체상왜곡 거울을 마주하게 된다. 입구를 지나면 다이어트라 불리는 첫 번째 방에 도착하는데 이곳은 비교적 탈출이 용이한 곳이다. ‘운동’과 ‘식단조절’이라는 관문만 통과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관문은 길고 지루해서 ‘지방흡입술’이라든가 ‘식욕억제제’라든가 ‘먹토’라는 편법의 방에 한눈을 파는 경우가 생긴다. 다행히 마음을 다잡은 사람은 관문을 통과하여 다이어트의 방에서 탈출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먹토의 방 문을 열기도 한다. 먹토의 방에는 시시포스의 바위가 올려져 있는 체중계가 있다. 아무리 재도 체중계의 눈금은 간절한 바람을 외면한다. 입구를 지나면 나선형으로 이어진 맨 아래층까지 순식간에 떨어지는데 이곳에는 ‘부디 열지 마시오’라고 써 있는 좁은문이 있다. 간혹 이곳에서 강한 의지로 나선형을 기어올라 다이어트 방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있지만, 타인과의 관계에, 외부 충격에, 자기 비하에 마음을 다치고 체념한 대부분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그 좁은문을 열고 만다. 맛의 기쁨을 반납하고 그곳에 들어서면 좁은문은 굳게 닫히고, ‘폭토’와 ‘씹뱉’, ‘뼈말라’와 ‘강박’, ‘우울’과 ‘무기력’으로 왜곡되어 방향과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섭식장애’의 방에 갇히고 만다. 그곳은 산해진미가 가득하지만 맛을 느낄 수 없는데다가 바로 옆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는 기괴한 곳이다. 폭식과 절식을 반복하던 어느 순간 그곳에서 탈출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그 좁은문을 통과할 수 없는 상태다. 앞으로는 폭식과 구토를 하지 않고 건강한 방법으로 빠져나가야 하겠다고 다짐하며 의지를 세우지만, 늘 실패를 되풀이하고 만다. 결국 반복되는 이 과정은 절망으로 이어지고 이곳은 심각한 심리적 지옥, 섭식장애의 지하감옥이 되어버린다.
정예헌 작가는 문득 ‘이 굴레를 벗어나는 건 의지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 순간, 자신의 손에 든 ‘용기’라는 이름의 열쇠를 발견한다. 스스로 만든 감옥이었기에 그 감옥을 열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열쇠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이 그동안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애썼던 수많은 흔적들이 보인다. 그 흔적들 사이로 ‘자아’라는 작은 열쇠 구멍이 보이고, 그곳에 열쇠를 넣고 돌린다. 작은 출구가 열린다. 출구 역시 너무 좁아 바로 빠져나갈 수는 없다. 그러나 입구의 좁은문과는 달리 상쾌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무리 의지가 꺾여도 그냥 그것 자체를 인정하고 용기를 내어 조금 열린 출구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상쾌함에 마음을 맡긴다. 언젠가는 출구가 넓어질 것을 믿는다. 상쾌한 바람은 의지와 노력의 흔적에 스며들고, 점차 그 흔적들이 희미해지면서 출구로 나갈 필요도 없이 섭식장애라는 방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무엇을 잃어버렸던 걸까?”

외상 후 회복력과 성장하는 마음에 대한 보고서

책은 크게 5부로 구성되었고, 시간의 흐름은 2부 – 3부 – 1부 – 4부 – 5부로 이어진다. 1부는 공시생 6년 차였던 스물셋, 섭식장애를 자각하며 그 굴레에서 고통을 겪는 과정을, 2부는 공무원시험 준비를 시작한 스무 살, 한 남자에게 심리적 지배를 당하며 외상을 입은 이야기를, 3부는 스물에서 스물셋 초반까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으며 섭식장애가 심화하는 과정과 외상이 어떻게 섭식장애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다루었다. 4부는 스물넷, 미술 심리치료를 시작하며 섭식장애의 굴레를 벗어나기 시작하는 이야기, 5부는 그 이후 마음이 단단해지고 삶을 긍정하게 된 이야기를 담았다.

1부는 경찰공무원 고시 준비생 6년 차였던 스물세 살, 섭식장애가 최고조에 달했던 당시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폭식에서 구토로 이어지는 폭식증의 끔찍한 상황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통해 섭식장애가 평범한 일상을 파괴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첫 페이지부터 마치 자신이 음식물 쓰레기통이라도 된 것 같았을, 부끄럽고 끔찍했던 경험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구토로도 끝나지 않은 체중에 대한 강박은 33km에 이르는 새벽 거리를 달리게 만든다.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한 공무원 시험 준비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부담을 주었고, 스물을 넘어가는 시기에 고시학원에서 만난 한 남자로부터 당한 학대가 트라우마로 작용했으며, 부모와의 불화가 기폭제가 되어 벌어진 일이었다.

2부는 공시생 초기인 스무 살, 고시학원에서 문제의 K를 만나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점차 불행의 굴레에 갇혀가는 상황을 다루고 있다. 2부의 이야기들은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누구라도 인간관계에서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경험일 수 있으며, K는 과거에 만났던 혹은 현재 만나고 있는 나쁜, 아니 약간 못된, 아니 어쩌면 평범한 사람일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각 원고 말미에 ‘K들의 덫으로부터 나는 안전한가’라는 심리 분석 메시지를 담았다. 섭식장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트라우마를 들춰내며 기꺼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첫 이성관계를 맺을 누군가에게 수많은 K들의 악행의 본질을 일깨워 주며 그로부터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자 함이었다.

3부는 함부로 가해지는 외모에 대한 평가를 벗어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한 외모에 대한 강박이 발현하는 시기부터 스물셋 초반까지의 일을 다루고 있다. 예쁘고 말랐더라면 받지 않았을 냉대와 무관심이 싫어 지방흡입술을 시도하지만 뼈아픈 실패로 끝난다. 여기에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한 냉소적이며 비관적인 태도가 더해져 분노의 마음을 키우고 부모와의 갈등이 결국 섭식장애의 트리거로 작동한다. 자존감이 상하고 화가 나는 어떤 특정한 순간이 닥치면 정신을 내려놓고 폭식의 식탁에 앉게 된다. 폭식은 구토의 구실이 되고, 구토가 만성화하면서 구역반사도 어려운 지경이 되어 기어이 과산화수소수까지 들이마시게 된다. 사실적인 묘사와 상세한 설명으로 끔찍한 섭식장애의 현실을 보여주며, 심리학적 해석을 덧붙여 심리적 해소 과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4부는 스물넷 어느 봄날 문득 따사로운 햇볕을 만나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은 이후 마음의 방향이 조금 바뀌면서 비로소 삶의 항로에 숨통이 트인다. 봄날 햇볕에 반짝이는 수많은 작은 것들을 느끼면서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았고, 그 작은 것들을 살펴보는 즐거움을 깨달았다. 이런 즐거움은 살을 빼기 위해 무작정 달리던 것을 걷기로 바꾼 계기가 되었고, 걷기는 마음의 여유와 생각의 확장을 가져다주었다. 걸으면서 독서하기도 그 방법 중 하나였다. 여전히 섭식장애의 고통 속에 있었지만, 방향을 알았기에 그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미술 심리치료를 만나 적극적으로 섭식장애를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삶의 한고비를 넘어가는 방법은 의지가 꺾일지라도 묵묵히 그냥 하는 마음이었다. 희망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5부는 섭식장애를 벗어나고자 본격적으로 노력을 기울인 시기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이다. 삶의 극단적인 고비를 넘어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게 된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본다. 고통의 과정을 겪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삶의 특이점을 지나 한 단계 성숙한 마음에 닿은 결과이다. 자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존재 자체로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며, 타인과의 즉 부모와의 관계 역시 같은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실패가 기본값인 다이어트에 자신의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고 이왕이면 기분 좋아지는 일을 하며, 예쁘고 마른 여자 말고 멋진 사람이 되길 바라게 된다. 실패를 직면하는 용기를 얻어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답이 없더라도, 여러 상황과 조건에 의지가 꺾일지라도 그냥 한발 한발 내딛는 용기로 그냥 해 나가는 게 바로 인간의 숙명이자 해결책임을 알게 된다. 한동안 쳐다보지도 않았던 소파 아래 체중계를 찾다가 멈마가 내다 버렸다고 알려주자 완벽하게 섭식장애로부터 자유를 얻었음을 알게 된다.

작은변화

변화의 시작 – 의지를 넘어선다
의지로 이룰 수 있는 것은 극히 작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관심사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기왕 하루를 살 거라면, 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면서 쓸데없이 나를 비난하는 하루를 살기보다 좀 더 나은 기분으로 하루를 지내고 싶었다.

변화의 시작 – 용기와 그냥 한다
용기를 내는 게 어려운 이유는 ‘용기’ 그다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아무리 첫 용기를 내더라도 다시 ‘반복’될 것을 알기 때문에 용기 내기를 망설이게 된다. 나도 여러 차례 용기를 내보았지만, 다시 반복되는 ‘먹토’와 ‘씹뱉’에 더 큰 상처를 받았다. 진정한 용기는 ‘반복’의 두려움까지 견디겠다는 마음에서 비롯한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꺾일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 꺾여도 그냥 가겠다고 마음먹고는 조금씩 마음이 회복되어 갔다.

작은 변화
작은 일의 성공은 조금 더 큰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불러왔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조금씩 따뜻해졌다. 세상에는 걱정하는 만큼 무서운 일보다는 해낼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신경을 쓰고 용기를 낸 만큼 나는 자유로워졌다.

변화의 시작 –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이다.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문제들은 삶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그것들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힘은 하루 이틀 만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지는 날도 있고, 이기는 날도 있겠지만 도망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그것만으로도 성과는 있다. 도망치지 않고 꾸준히 맞서기만 해도 마음의 힘은 향상한다. 이기는 날이 점점 많아지고, 전리품은 자기효능감이라는 이름의 작은 성취감과 깨달음들이다. 그 작은 것들이 모여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내면 조금 더 큰 성취감과 깨달음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그것들은 점점 더 큰 문제도 해결해 준다.

변화의 시작 – 아무 길이나 가본다
이제는 달라지고 싶었다. 가치 있고 오래오래 사랑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아무 길이나 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내가 선택한 방법은, 역설적으로 아무 길이나 가보는 것이었다. 어떤 일이 나와 맞는 일인지 여부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부딪혀 보는 것이었다.

변화의 시작 – 내 기분이 먼저다
이뤄야 할 일도, 해야 하는 일도 산더미처럼 많을 것이다. 쫓기듯 허덕대는 날이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 마음, 내 기분이 먼저다. 내 마음을 돌보는 건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를 다하기 전 그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필수조건이다. 무엇보다, 다 이룰 필요 없다. 아무도 그렇게는 못 산다.

변화의 시작 - 식단일기
식단일기를 쓴 지 몇 주 지나지 않아 그 말뜻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남자친구나 가족과 말다툼을 하면 2~3일을 넘기지 못하고 폭식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폭식과 구토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아니었지만, 주변 사람과의 다툼이 폭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니 내 폭식에도 이유가 생겼다. 폭식하는 순간에도 ‘내가 지금 화가 나서 먹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변화의 시작이었다. 다툼이 끝나고 나면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폭식할 수도 있겠다’라고 예상했다. 여전히 폭식과 구토는 고통스러운 일이었으나, 느닷없이 찾아온 고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과 ‘고통이 찾아오겠구나’ 하고 눈을 질끈 감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일기가 쌓여갈수록 나는 내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아갔다. 화가 날 때, 외로울 때, 나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을 만났을 때. 나는 많은 순간 취약했지만 내가 취약해지는 시점을 알고 나서는 눈을 질끈 감고 고통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되었다. ‘그 시간이 왔구나. 잠시 통제력을 잃긴 하겠지만 이 시간도 지나가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변화의 시작 –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구분하기
나는 지금껏 섭리를 거스르기 위해 버둥대왔음을 깨달았다.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일이라 착각하고, 왜 불가능한 일을 해내지 못하느냐고 애먼 자신만 들들 볶아댄 것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였다. 그냥 하루를 살아내기.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인정하기.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구분하기. 조금 더 나아간다면 할 수 없는 일에 집착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다이어트를 내팽개치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목표가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음을 인정할 수는 있었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다 실패한 사람에게 미련하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실패자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 또한 나에게 실패자라고 필요가 없었다. 못 할 만한 일이라서 못한 것뿐이니까.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그 책임에서도 함께 벗어난다는 것이었다.

변화의 시작 – 기분이 좋아지는 일을 한다
‘해야만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나는 너무 오랜 시간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해진 나머지 뭘 하고 싶은지조차 몰랐다. 나는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일’로 조금씩 관심을 옮겨갔고, 곧 바람직한 일을 하기 위한 몇 가지 기준을 만들었다. 뭔가 시도하기 전에 세 가지 질문을 먼저 던졌고, 웬만하면 모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1. 실현 가능한 일인가.
2.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하는 일인가.
3.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가.

섭식장애는 입체적인 심리적 외상이다
섭식장애는 폭식과 구토, 과격한 운동 등의 증상을 동반한 심리적 장애인데, 이는 결과적인 증상에 해당한다. 섭식장애 치유를 위해서는 증상 그 자체보다 그 기저에 깔린 심리적 요인, 주변 환경 요인 등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는 섭식장애 극복 하나에만 매달리지 않고, 작가의 그 당시 삶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조망하여 심리적 상처들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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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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