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 - 평정심을 찾고 싶은 현대인을 위한 고대의 지혜
칼리굴라와 네로의 시대를 지켜본 세네카,
개인과 사회를 파멸로 이끄는 분노의 실체를 기록하다
세네카는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가다. 클라우디우스(41~54년) 황제 시절 간통 혐의로 코르시카에 유배되었다가 49년에 네로의 스승이 되어 핵심 권력층으로 복귀한 후 권력과 부를 누리다 65년에 황제 암살 음모 사건에 연루되어 자결을 명령받고 목숨을 잃었다. 뛰어난 웅변가로서 다양한 주제의 저작을 남겼는데 그중 지금까지도 가장 널리 읽히는 책이 『분노에 대하여De Ira』다.
그렇다면 세네카는 왜 ‘분노’에 주목했을까?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알 수 있다. 포악한 독재자의 대표 격인 칼리굴라와 네로의 통치를 가까이에서 목격했으며 그가 목숨을 잃은 것도 ‘분노의 포로’ 네로 황제 때문이었다. 그는 『분노에 대하여』에서 “분노야말로 가장 파괴적인 감정”이며, “분노만큼 인류의 희생을 초래한 역병은 결코 없다”고 했다.
온갖 잔혹 행위로 악명을 떨친 칼리굴라의 피비린내 나는 4년간의 재위 시기 동안 원로원 의원을 지내며 가까스로 살아남았고, 자신이 가르쳤으나 결국 폭군의 대명사가 된 네로가 내뿜는 분노의 광기를 지켜보았다. 세네카는 분노야말로 주변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 파괴해버릴 세상 모든 악의 원천이라고 보았다. “실로 분노는 무너져 내리는 건물과도 같다. 자신이 무너지면서 파괴해버린 것 위로 자기 자신도 같이 산산이 부서져 흐트러지기 때문이다.”(1.1)
“너의 분노는 일종의 광기다.
별 것 아닌 일에 엄청난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세네카가 『분노에 대하여』를 남긴 지 2,000여 년이 흘렀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가 남긴 조언은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할까? ‘분노조절장애(간헐적 폭발성 장애)’라는 심리학 용어가 일상에서 흔히 쓰일 만큼 분노의 감정은 여전히 우리 삶을 지배한다. 『분노에 대하여』에서 세네카가 이야기하는 분노의 실체, 분노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이 낯설지 않게 와 닿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제, 분노를 유발하는 다른 것들을 살펴보자. 음식과 술, 이것들을 위한 화려한 장식과 격식, 모욕적인 말, 무례한 태도, 말을 안 듣는 짐 나르는 짐승, 굼뜬 노예,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자연의 많은 해악 중의 하나로 만들어버리는 말에 대한 의심과 악의적 해석. 내 말을 들어라. 그것들은 심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일들 때문에 심각하게 분노한다. 사실 그것들은 어린애들을 치고받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것들에 불과하다. 우리는 그것들을 아주 심각하게 취급하지만, 사실 그것들은 별 의미가 없거나 중요하지 않다. 내가 너의 분노를 일종의 광기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네가 별 것 아닌 일에 엄청난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3.34)
세네카가 든 사례를 지금 우리를 화나게 하는 일들로 바꿔서 생각해보자. 신호도 없이 갑자기 끼어 든 자동차, 버스에서 먼저 내리겠다며 사람들을 팔로 밀치는 아저씨, 다른 사람에게 내 험담을 하는 친구… 이런 순간을 맞닥뜨릴 때마다 우리는 붉어진 얼굴로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구르며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지금 느낀 모욕을 당장 찾아가서 똑같이 되갚아주지 못하면 자신의 세계가 끝날 것처럼 안절부절못한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안다. 며칠, 아니 몇 시간만 지나도 분노의 감정은 사그러들고 오히려 순간의 화를 이기지 못해 내뱉은 천박한 말과 경솔한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세네카는 이렇게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를 광기에 휩싸여 “무가치한 것에 엄청난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모두는 악한 사람들 사이에 살고 있는 한 명의 악인일 뿐!”
스스로 분노의 희생자가 된 고대 철학자가 현대인에게 전하는
마음의 분노를 다스리는 실천적 방법
세네카는 이 책에서 분노의 실체를 밝힐 뿐 아니라 개개인이 분노를 다스리는 실천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는 분노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보고, 자신의 무지나 오만을 경계하며, 자신이 어느 부분에 취약한지(어떤 지점에서 쉽게 화를 내는지)를 파악하고, 무엇보다 “우리 모두는 악한 사람들 사이에 살고 있는 악한 사람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허물은 어디에나 존재하므로 “서로에게 더 친절하게 대해야만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멈춰버린 2020년, 사람들은 공포, 불안, 우울을 넘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 사태로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는 가운데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지?’라는 억울한 마음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그리고 억울함은 타인에 대한 분노로 이어져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을 비난하고, 마스크 착용 여부 때문에 폭행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세네카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분노의 제1원인에 맞서 싸워야 한다. 분노의 제1원인은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이다. 이 생각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간단하고 명백해 보이는 것이라도 곧바로 믿어서는 안 된다. 더러는 거짓이 진리의 외양을 하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가져야 한다.”(2.22)
『화에 대하여』에서 이 시대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문구만을 가려 뽑은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는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마음 쓰지 않고 일상에서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은 현대인들을 위한 책이다. 세네카는 화를 다스리는 방법 중 하나로 매일 밤 그날 자신의 행동을 떠올리며 자기 자신을 재판관 앞에 세우라고 했다(3.36). 세네카처럼 매일 밤 묵상을 하며 화를 다스리기 어렵다면, 이 책을 가까이 두고 화가 날 때마다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보라.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의 한마디 한마디가 “우리 마음이 단숨에 분노로 도약하”(3.1)는 것을 멈춰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