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복학왕의 사회학 - 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

복학왕의 사회학 - 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

저자
최종렬 지음
출판사
오월의봄
출판일
2018-06-28
등록일
2018-11-30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34MB
공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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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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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알지 않으려는 의지
성찰적 겸연쩍음
적당주의 집단 스타일
가족만이 최고의 가치

왜 지방대생은 다른 세계를 꿈꾸지 않는가?
왜 지방대생 부모들은 보수적인가?
지방대생과 그 부모들 이야기에서 한국 사회는 무엇을 성찰해야 하는가?


2017년 초여름, 학계를 뜨겁게 달군 논문이 하나 발표되었다. 대구 계명대학교 최종렬 교수가 쓴 <복학왕의 사회학: 지방대생의 이야기에 대한 서사 분석>이 그 주인공이다. 청년 담론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방대생의 이야기를 전하며 ‘왜 한국 사회는 지방대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가’ ‘왜 지금의 청년 담론은 수도권 중심인가’를 날카롭게 지적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논문은 학술지식 플랫폼 DBpia에서 사회학 분야 논문 이용 상위 1%를 기록하면서 최종렬 교수는 《한국대학신문》과 DBpia가 공동으로 기획한 첫 번째 ‘이달의 연구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렇게 수많은 이들의 관심과 열렬한 호응을 받은 최종렬 교수는 논문을 대거 보충해 지방대생을 좀 더 본격적으로 연구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가 이번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복학왕의 사회학: 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이다. 책에는 지방대 재학생 이야기가 주였던 논문과 달리 지방대 재학생에 이어 지방대 졸업생들의 삶의 경로를 추적했고, 현재를 살고 있는 지방 청년들이 왜 이렇게 살아갈까 하는 의문에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지방대생 부모가 살아온 삶의 이야기까지 담았다. 연구 대상은 대구 경북 지역의 2, 3위권 대학의 재학생과 그 학교 졸업생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이다. 연구를 하다보니 ‘서울공화국’의 변방으로서 소외되고 차별받는 ‘지방’의 현실도 눈에 보였다. 지방 대학생들의 삶을 따라가다보니 그 부모들의 삶이 보였고, 그 부모들의 삶에서 살기 팍팍한 지방의 모습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수도권 중심 청년 담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한국 사회는 왜 서울 중심으로만 돌아가는지, 지방에 사회자본과 문화자본이 얼마나 열악한지, 대구 경북 지방은 왜 이렇게 보수적인지 파악할 수 있는 일종의 ‘지방 보고서’가 되었다. 이 책은 청년 담론뿐만 아니라 지방의, 지방인의 우짖는 소리를 듣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연구의 시작, 한 사회학자의 자괴감


저자는 우연히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되고 있는 <복학왕>이라는 웹툰을 보게 되었다. 과장되기는 했지만 자신이 가르치던 학교에서 지난 10년 동안 오랫동안 봐왔던 지방대생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엠티에서 벌어지는 거나한 술판, 복학한 남학생과 신입 여대생의 짝짓기, 계획도 없이 남들 따라 등 떠밀려 떠나는 어학연수…… 웹툰을 볼 당시에는 그저 웃고 넘겼다. 그러나 각종 청년 담론이 온 나라를 휩쓸며 대부분의 청년들이 ‘신자유주의’에 매몰되어 ‘몰정치적’이고 ‘자기계발’에만 힘쓰는 동물과 속물일 뿐이라고 비난받자 저자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자신이 그동안 보아온 지방 청년들의 삶은 그것과 달랐을뿐더러 이러한 비난이 청년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이 ‘생존’이라는 가치에 붙잡혀 살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는 저자도 뼈아프게 공감했다. 지방에도 생존 경쟁은 벌어지고 있고 서울과 다르지 않게 취업을 위한 경제?경영학과 수업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자괴감이 몰려왔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회학을 가르치는 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인가? ‘9급 공무원이 되어 평범한 가족을 이루고 사는 게 꿈’인 학생들에게 학과 공부는 뒷전인 채 토익 공부를 하거나 ‘마케팅원론’ 수업을 수강하는 걸 더 이상 비판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사회학적 방법으로 청년들을, 지방대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더 나은 세상을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하여.

다른 세계를 꿈꾸지 않는 지방대 재학생의 이야기


연구의 시작은 재학생들이었다. 여섯 명의 지방대 재학생에게 물었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어떤 방식으로 좋은 삶을 추구했는가?’ ‘좋은 삶을 실현하기 위해 일상의 삶에서 무엇을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가?’ 학생들은 ‘선호의 언어’와 ‘가족주의 언어’로 답한다. 적당히 일하면서 가끔 여행이나 다니며 즐겁게 살고 싶고, 부모님과 그래왔듯 자신도 평범한 가족을 이루어 살고 싶다고 말한다. 결국 지방대 학생들에게 최고의 가치는 성취나 성공이 아닌 ‘가족의 행복’이다. 가족을 꾸려 평범하게 사는 것을 꿈꾸는 이들에게 ‘알고자 하는 의지’나 ‘신자유주의 체제’ ‘자기계발 담론’은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런데 사실 이들이 추구하는 가족의 행복은 지방대생들이 꿈꿀 수 있는 최대의 가치이라는 점에서 패배주의의 또 다른 표현이다. ‘더 높은 곳으로’ ‘또 다른 세계로’의 삶은 경쟁에 뛰어들어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만 가능한데 공부를 특별히 잘하지 않았던 지방대생들에게는 “해도 안됐던” 경험이 있다. 경쟁에 뛰어들어봐야 실패할 것이 뻔하다고 생각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런 자신이 겸연쩍기는 하지만(‘성찰적 겸연쩍음’) 내 주변 사람들도 모두 평범하고 무난하게 ‘가족의 행복’을 꿈꾸니 괜찮다.
간혹 경쟁에 뛰어들기는 한다. 부모님의 등쌀에 못 이겨 9급 공무원을 준비하기도 하고 토익 공부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에 몰입하지 않는다. 몰입하지 않아야만 상처받지 않는다. 또한 경쟁하는 것은 주변의 친구, 선.후배들 사이에 퍼져 있는 습속이 아니다. 친구나 선.후배를 경쟁 상대로 보는 것도 앞으로 계속 더불어 살아야 할 이들과의 유대 관계를 깰 수 있는 위험한 행위다. 결국 모든 일에 몰입하거나 도전하지 않는 적당주의 집단 스타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실 그것이 편하기도 하다.

보수주의적 가족주의와 나르시시즘적 개인주의 사이, 지방대 졸업생 이야기


하지만 언제까지나 대학생으로 머물 수 없다. 사회에 나가야 하는 순간이 온다. 저자가 표집한 열일곱 명의 졸업생들은 각각 다른 선택을 했다. 서울로 올라가 경쟁에 적극 뛰어들어 생존주의자로 변신,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가 있는 반면 극도의 경쟁과 고단한 서울살이에 지쳐 지방으로 되돌아온 이도 있다. 지방에 머무르는 경우 낮은 눈높이로 중소기업에 취직해 살아가는 이도 있고 서울보다 더 열악한 지방의 구직 환경 속에서 취업을 포기하고 결혼을 하거나(일명 ‘취집’)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이도 있다. 서울에서 생존주의자로 변신하여 몰입해 살아가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졸업생들은 여전히 ‘적당주의 집단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방으로 내려와 적당주의로 살 길을 모색하는 경우는 물론, 서울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잡은 경우도 적당주의 집단 스타일을 실천하며 살아간다. 그 이유는 지방대 졸업생들에게 기본적으로 문화자본과 사회자본이 약하기 때문이다.
지방대 졸업생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자본으로 전환될 만한 문화 교육을 집에서 받지 못했다. 지방 소도시에서 적당히만 해도 부모들은 괜찮다고 말해준다. 서울처럼 기를 쓰고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하지 않았다. 대학 졸업장도 문화자본으로 삶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지방대생이라는, 떼고 싶지만 뗄 수 없는 꼬리표가 된다. 사회자본 또한 부족하다. 지방대 출신으로 좁은 세계에서 살아온 이들에게 정서적?사회적 연결망은 부족하다. 결국 지방대 졸업생의 사회자본은 거의 유사 가족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비슷한 이들끼리 주고 받는 정보, 재화, 평판, 정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는 결국 고향 혹은 대학 시절을 그리워하며 더 높고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다.
여전히 지방대 졸업생들은 ‘적당주의 집단 스타일’로 살아가며 ‘가족주의 언어’와 ‘선호의 언어’를 써서 삶의 가치를 설명한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잡아서 부부 중심의 가부장적 핵가족을 꾸리기를 바란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성 청년들은 자신이 가족을 먹여살릴 능력이 되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미술관도 가고 싶고, 재미있는 보드게임도 즐기며 살고 싶기도 하지만 더 강력한 것은 ‘가족의 행복’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적 체험에 대한 열망이 있지만 그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것은 보수주의적 가족주의로 구성된 가치이다.

“대구 경북 지방이 살아야 내 자식이 산다”, 지방대생 부모 이야기


마지막 퍼즐은 그들의 부모에게서 찾는다. 지방대생 부모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방대 재학생과 지방대 졸업생에게 나타나는 보수주의적 가족주의의 뿌리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권위적인 가부장 밑에서 자란 지방대생 부모는 전 세대의 습속을 이어받아 비슷한 삶의 행보를 보인다. 아버지는 집안의 가부장으로서 성실하게 노동해 집안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어머니는 이를 보필해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고 아이를 잘 길러야 한다. 지방대생 부모에게 가부장적 핵가족은 규범적으로 막강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가부장적 핵가족을 실천하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가부장적 핵가족은 기본적으로 중산층을 모델로 한 것이지만 지방대생 부모는 대부분 중산층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부장의 노동만으로 온 가족이 먹고살기 어렵다. 그래서 어머니는 뒤늦게 노동시장에 뛰어들어 가부장을 보필한다.
이렇듯 아버지도, 어머니도 힘든 삶을 살고 있지만 내 자녀만큼은 다르게 살길 원한다. 나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란다. “9급 공무원 정도 돼서”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얼핏 들으면 소박해 보이는 부모들의 바람은 사실 자녀가 무늬만 중산층 핵가족이 아닌 진짜 중산층 핵가족으로 살길 바라는 마음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이런 기대 속에서 자란 지방대생들은 자신들도 가부장적 핵가족을 모델로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이루기 어렵다. 이미 사회구조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흉내라도 내려면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 부모의 집은 자녀들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준다. 또한 결혼해서 독립할 경우 부모가 경제적으로 지원해주기도 한다. 서울에서는 일자리, 집값 등으로 세대 전쟁을 벌이는 것과 달리 지방에서는 이렇듯 세대 간의 유대 속에서 ‘가족의 행복’이라는 가치가 유전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지방에서 이 스토리가 유효하다. 지방에 살면 서울보다는 비교적 주거 비용이 덜 들어가며 아이 양육을 분담하는 등 가족끼리 도우면서 살 수 있다. 하지만 가족 안의 삶이 얼만큼 지속될지는 모른다. 부모는 계속 나이 들어가고 노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집 (근처)에 머무는 자녀들을 언제까지고 부양할 수 없다. 지역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부동산 가치도 하락해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자원이 없어진다. 어쩌면 지방에서도 세대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렇듯 지방의 미래는 위태로운데 대구 경북 사람들은 서울만 바라본다. 대구 경북 지역 출신의 유력한 서울 정치인만 바라보고 있다. 대구 경북에 대기업을 유치시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줬으면 하고 바란다. 지방대 부모 세대가 여전히 박정희 개발주의 시대를 그리워하며 그 정치적 후손들을 지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방대생의 우울한 미래, 해결책은 없는가?


염려하는 대로 지방에서 가족 간의 유대도 끝이 난다면 지방의 미래는 참담해질 수밖에 없다. 지방대생이라는 낙인에 찍혀 노동시장에서 제외된 비자발적 니트족들이 넘쳐날지도 모른다. 서울처럼 지방도 생존 경쟁의 장으로 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역 갈등, 사회 갈등은 점점 더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지방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지금 현재 한국 사회는 국가가 만들어놓은 사회 안전망이 부재한 상태로 가족 안전망에 기대어 굴러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산, 육아, 교육, 주거, 의료, 노인 부양, 실업 등 국가가 짊어져야할 공적 의무와 책임이 지나치게 가족에게 전가되어 있는 것이 문제다. 비단 지방만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족 사회가 무너지는 것을 가정해봤을 때 서울보다 지방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가족에게 부당하게 지워준 온갖 책임과 짐을 나눠져야 한다. 지방대생이 가족 밖으로 나와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지방은 서울보다 노동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이 훨씬 많다. 지방대생들에게 배가 불렀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사실상 사람이 ‘갈려나가는 듯한’ 회사에서는 누구도 오래 버티기 쉽지 않다. 국가가 주도해 중소기업을 키우고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며 정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지방대생들이 더 이상 부모에게 붙들리지 않도록 독립할 수 있는 주거 복지 정책도 필요하다. 지방 청년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 청년들 간의 모임과 단체가 활성화된다면 그들은 가족을 벗어나 좀 더 넓은 세상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지방대생들이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다. 지방대생들이 자신의 자아를 좁은 가족 안에만 놓지 않고 다양한 영역과 차원에서 설정할 수 있도록 문화화용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문화화용 능력이란 서사 능력을 뜻한다.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야만 습속에서 벗어나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다. 저자는 인터뷰한 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또 읽으며 ‘선호의 언어’로 표현되던 그것,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한 그것, ‘미적 체험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내뱉는 것이, 가족주의 언어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미적 체험에 대한 열망이 지방 청년들을 세상 밖으로 이끌고 나올 수 있고 세상을 알려는 의지를 가지게 만들어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자아의 서사 역량이 개인의 힘만으로 온전히 키워질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상호작용하는 데서 힘이 길러진다. 그러기 위해선 미적 체험에 대한 열망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저자는 대학 공간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대학을 이곳을 졸업장을 따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이 모든 필요를 해결할 수 있는 종합 생활공간이 되도록 바꾸면 전국 곳곳에 미학적 폴리스가 만들어질 것이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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