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 읽는 맛이 있는 마르크스! 선입견 때문에 외면하면 너무 아까운 책!
★★★★★ 마르크스는 죽었다? 세상이 이상해질수록 마르크스의 목소리가 잘 들린다!
★★★★★ 저자의 학습 ‘팁’이 도움이 된다. 마르크스에 접근하는 첫걸음.
★★★★★ 공산주의를 잘못 알고 있었다. 학창시절에 이시카와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좋았을 걸.
★★★★★ 배움의 의의를 먼저 말해 주는 ‘진짜’ 입문서. 철학이나 사회에 관심 있다면 읽어도 좋다.
- 일본 아마존 서평
21세기에 다시 불리는 ‘슈퍼스타’ 마르크스!
지금 우리에겐 마르크스가 필요하다!
“지난 천 년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사상가는 누구인가?”
1999년 영국에서 실시한 이 설문조사에서 아인슈타인(2위), 뉴턴(3위), 다윈(4위)을 누르고 마르크스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마르크스 사상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고,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인 한국에선 이 결과가 의외일지 몰라도, 마르크스가 전 세계 인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 위대한 사상가라는 점은 불변의 사실이다(2005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철학자’를 묻는 조사에서도 마르크스는 2위인 흄, 3위인 비트겐슈타인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그리고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가 지구 곳곳에서 발전에 비례하는 폐해를 일으키는 지금, 마르크스의 이름이 다시 불리고 있다. 영국 BBC의 2009년 설문조사 중엔 ‘자유시장의 자본주의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27개국 2만9천 명이 답한 이 조사에서 ‘자본주의가 잘 기능하고 있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蔑??본 사람은 전체의 11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과반수가 자본주의에 문제가 있고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심지어 ‘치명적 결함을 가진 자본주의 대신 새로운 시스템이 들어서야 한다’고 답한 비중이 23퍼센트나 됐다. 오늘날 마르크스 사상이 재소환되는 건 인류가 자본주의에 염증을 느끼는 이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정당한 성과를 보상받는다는 자본주의의 원리는 의심받고,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이전의 명제가 허상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아예 다른 출발선에서 일찌감치 패배를 예감한 청춘들은 ‘흙수저’니 ‘헬조선’을 말하며 자조하지만, 부패한 기득권에 분노하면서 ‘내가 아니라 사회가 문제’라는 생각을 나눌 줄 알게 되었다. 이런 꿈틀거림은 점차 확산할 것이고, 이제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공부해야 할 시기가 왔다. 따라서 마르크스를 아는 것, 읽는 것, 나아가 실천하는 것이 일종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본론』을 위시한 마르크스의 저작들은 곧장 이해하기 어렵고, 마르크스주의를 다룬 지금까지의 책들도 대다수는 초심자가 읽기에 까다로운 편이었다. 그런 점에서 ‘마르크스의 사상이 무엇인가’는커녕 ‘마르크스가 뭔데?’의 수준에서 시작하는 이 책이 신선한 의의를 가진다.
대체 마르크스가 누구고, 뭐라고 말했는데?
마르크스의 생애와 사상의 핵심을 쉽고 재미있게 익히자
그런데 왜 하필 마르크스 공부가 필요할까? 저자는 비싼 학비, 부족한 일자리, 저임금 비정규직, 인간관계의 어려움 같은 젊은 세대의 고통은 그저 ‘힘내자’는 주문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울러 사회에 짓눌려 살아갈 힘을 잃지 않기 위해선 중심을 단단히 세우는 나만의 ‘내용’이 있어야 하며, 그 무언가의 내용을 ‘이렇게 살겠다’는 자신감으로 규정한다. 그런데 바로 이 자신감을 마르크스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내가 사는 사회 구조를 파악하고, 사회와 나의 관계를 생각하며, 마침내 자신의 성장과 세계의 변화에 관한 희망을 가지는 것. 이 세 가지를 대번에 가르쳐 주는 것이 마르크스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때 저자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마르크스의 재미’, 나아가 ‘배움의 재미’다. 따라서 이 책은 상품이나 화폐, 이윤 등 마르크스의 복잡한 학문을 주입하는 대신 ‘마르크스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했나’에 초점을 맞춰 대화하듯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 책에 서술된 마르크스의 생애, 주로 젊은 시절의 삶을 통해 그의 사상이 어떤 환경과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 엿볼 수 있다. 마르크스는 17세에 이미 ‘나 자신의 완성은 물론 인류의 행복을 염두에 두고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썼는데, 저자는 나의 행복을 모두의 행복에 합치시키는 인생관으로서 이를 중요한 삶의 방식으로 다룬다. 이어 <라인신문> 편집장, 파리에서의 연구, 엥겔스와의 만남, 프랑스 혁명으로부터의 교훈, 사상가로서의 업적, 역동적인 실천 등 마르크스의 생애 및 문제의식의 흐름을 1장과 2장 도입부에 서술했다. 마르크스의 철학과 세계관, 즉 관념적인 청년헤겔파에 대한 비판과 세계가 계속해서 변화 발전한다는 것, 사회의 토대가 경제에 있다는 점도 사물을 바라보는 기본 관점으로서 쉬운 언어로 차근히 소개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가 경제를 발전시키긴 하지만, 돈벌이가 그 목적이다 보니 많은 사람을 힘겨운 삶으로 몰아넣게 된다는 비판적 인식으로 이어진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노동자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올바른 변화의 길이라는 마르크스의 주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2장에서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보다 자세히 설명한다. 저자는 마르크스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혁명가’라고 하면서도 이 혁명을 위해 이론을 꼼꼼히 쌓은 철저한 ‘과학자’로도 칭한다.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혁명은 공상에 불과하다는 마르크스의 신념이 과학적 사회주의의 기초가 서술된 2장에 잘 드러난다. 저자는 이를 ①세계관 ②경제 이론 ③미래 사회론 ④혁명 운동론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도달하는 결론은 자본주의가 인류 역사의 한 과정일 뿐,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사회를 더 진화한 다음 단계로 이행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노동자 계급이다. 저자는 이를 설명하면서 오늘날의 현실과 빗대거나 젊은 세대를 위로하는 듯 정겹게 말을 걸어, 급진적인 마르크스 이론이 전혀 낯설지 않게 와 닿는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아울러 위의 네 가지 요소는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어 통합적인 이해가 필요하지만, 영구불변한 것은 아니므로 후대 인류가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이를 보완하여 마르크스의 학설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또한 저자의 당부다. 공황론 전문가답게 현대의 경제 위기와 환경 문제를 마르크스의 이론을 빌어 조목조목 설명한 대목도 돋보인다.
3장은 고베여학원대학 교수인 저자가 학생들과 대화하는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르크스는 태어나서 처음 읽었다’는 세 명의 여대생이 『자본론』 제1권 제1장 제1절만을 읽은 후 떠는 수다는 마르크스를 접해 본 적이 없는 평범한 대학생의 순수한 궁금증을 엿볼 수 있어 친근감을 준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나한테는 무리!”라고 쩔쩔매던 학생들이 이시카와 선생님의 차분한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가치와 사용 가치, 사상과 추상 등 어려운 자본론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끈기 있게 읽어 나가는 모습이 미소를 유발한다. 저자는 학생들과의 이 대화를 통해 마르크스 읽기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들이 동질감과 호기심을 느꼈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인다. 저자의 유쾌한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의 1장을 읽으면 “마르크스? 들어봤고말고”라고, 2장까지 읽으면 “마르크스, 나 좀 아는데”라고, 3장까지 읽으면 “마르크스와 얘기해 보고 싶어!”라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마르크스주의자이자 스타 강사인 이시카와 선생의 조언,
나를 바꾸고 세계를 바꾸는 ‘공부론’
저자인 이시카와 야스히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발언력이 있는 양심적인 지식인이자 일본 내에서 많은 청중을 불러 모으는 인기 강연자다. 특유의 재치 있는 화술과 정권에 비판적인 ‘사이다’ 강연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며, 다양한 주제로 저술과 강연 활동을 펼치지만 “내 전문 분야는 마르크스주의”라고 공언하는 자타공인 일본의 대표 마르크스주의자다. 친분이 있는 지식인이자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를 함께 쓴 우치다 타츠루와 묶여 “철학의 우치다, 경제학의 이시카와”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 그가 마르크스를 접하게 된 것은 ‘학비가 싸다’는 이유로 별 생각 없이 입학한 리츠메이칸대학 재학 시절이다. 대학교 1학년 때 마르크스를 읽은 것을 시작으로 관련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던 경험은 이 책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저자는 과거의 경험을 되살려 대학생, 청년의 ‘공부’에 관해 세세히 조언한다. ‘수업에서 배울 수 없는 공부를 스스로 하라’고 권하는 한편, 읽을 책의 양이나 목표, 읽는 방법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동아리나 학습회 활동, 독서 모임이나 강연회 참가, 정치활동의 경험 등 스스로 공부의 주제를 찾다 보면 계속해서 연장선상의 주제가 나타나고 읽어야 할 책도 한없이 늘어나는데, 이런 흐름을 타는 즐거움을 꼭 느껴 보라는 것이다. 젊은 시절의 막막함,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혹은 불합리한 사회 현실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면서, 이와 관련한 삶의 모색이 곧 사회과학 공부라는 답을 내놓는다. 특히 마르크스 공부는 『자본론』만 해도 철학, 경제학, 역사학, 정치학, 농학, 인간론, 노동론, 환경론, 기계론, 가족론 등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온갖 학문적 시각과 성과가 동원되어 있기 때문에 넓은 시야를 갖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성장하고 도약하기 위한 배움으로 저자는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사회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기 위해 사회 자체를 알아야 한다. 나쁜 점은 무엇이고, 그 나쁜 점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까지 파악하는 것이다. 둘째, 사회와 나와의 관계를 공부하는 것이다. ‘좀 더 풍족하게 살고 싶다, 즐겁게 살고 싶다’는 바람은 곧 현실과 맞닥뜨리고 결국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세 번째로는 스스로의 역량에 대한 명확한 자신과 전망을 갖기 위한 공부다. 이를 인식하는 것은 나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결국, 젊은이들의 공부는 최적의 제재인 마르크스 사상이 필요한 이유이자 학습의 결과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마르크스 공부를 위한 커리큘럼 만들기, 독서 토론의 필요성, 구체적인 학습 목표량 정하기, 모든 것을 의심하는 자세, 빈곤 문제나 국가 정책 등 현실의 관련 주제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 등을 주문한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마르크스주의 입문을 돕는 관련 도서를 여럿 소개하고 있는데, 국내에 번역 소개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임을 고려해 한국어판에는 특별히 국내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추천한 마르크스주의 관련 도서 목록을 부록으로 실었다. 6명의 마르크스주의자(고정갑희, 김공회, 김성구, 김현우, 노중기, 장석준)가 입문, 심화, 확장 편으로 나누어 마르크스주의 공부에 유용한 책들을 소개하고 추천 코멘트를 덧붙였다. 저자의 당부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차 한 잔 하며’ 혹은 ‘소파 위를 뒹굴며’ 두세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는 마르크스주의 입문서로서 부담 없이 접하고 또 주변에 권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