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이라는 중독 -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결점, 완벽주의!”
완벽주의 시대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우리는 완벽주의에 대한 환상으로 촘촘히 짜인 문화 속에서 살아간다. 거리의 광고판에서 TV와 SNS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라이프 스타일을 강조하는 이미지와 영상이 넘쳐나고,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은 완벽주의가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이라 꼽는다. 가정에서는 아이의 완벽한 미래를 위한 공식이 분위기를 압도하고, 직장에서는 성공의 기준이 완벽한 업무 수행과 실적에 의해서 좌우된다. 완벽하지 못하면 성공도 행복도 쟁취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우리의 온 정신을 지배한다. 그래서 우리는 늘 불안하다.
한때 자신도 완벽주의자였던 이 책의 저자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완벽주의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한 긴 여정에 나선다. 4만 명 이상의 정보를 수집하고 10년간의 연구와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통념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밝혀낸다. 그에 따르면 완벽주의는 성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성공에 걸림돌이 된다. 끝없는 완벽에의 굴레에 빠져 번아웃되기 일쑤고 더 많은 노력이 역효과를 일으키는 ‘감소의 구간’에 자주 빠진다. 또 완벽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주위의 인정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실패로 인한 수치심을 회피하기 위해 미루기를 반복한다. 정신건강에도 해를 끼치는데, 괴로운 완벽주의자는 높은 보복성, 거창한 욕구, 타인을 향한 적대심, 지극히 낮은 자존감, 끝을 모르는 고독감에 시달린다. 거식증, 우울증, 불안장애를 넘어 자살 충동을 더 많이 느끼고 파트너와의 갈등으로 성관계 만족도는 낮아진다.
완벽주의가 야기하는 성공의 역설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성공한 완벽주의자라는 미신을 믿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그 답이 생존자 편향에 있다고 말한다. 즉, 우리가 스티브 잡스나 앤드리 애거시 등 일부 ‘성공한’ 완벽주의자들의 경험만을 보기 때문에 감춰진 다른 요인은 보지 못하고 완벽주의가 성공의 비밀이라는 그릇된 결론에 이른다는 것이다.
“당신도 완벽주의자인가요?”
우리 안의 완벽주의, 그리고 완벽주의가 우리에게 저지르는 일들
완벽주의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데, 그 특성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자신에게 극도로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자기지향 완벽주의’는 계획대로 일이 안 되면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크게 느끼며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생각 과잉에 빠지거나 일을 미루는 행동을 하기 쉽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완벽하길 기대한다는 신념을 골자로 하는 ‘사회부과 완벽주의’는 작은 실수에도 사람들의 비난이 따를 거라 믿으며 주위의 평가와 시선에 늘 전전긍긍한다. 또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불완전함을 감추기 위해 스스로 엄청난 압박 아래 산다. 남들도 완벽해야 한다는 신념을 골자로 하는 ‘타인지향 완벽주의’는 다른 사람들에게 불가능한 기준을 적용해 충돌이 잦고 화를 잘 내며 무례하고 호전적인 특징을 보인다.
이 책에서는 세 가지 유형의 완벽주의자들을 세부적으로 분석한다. 예를 들면 타인지향 완벽주의자의 가장 악명 높은 인물로 스티브 잡스를 소개한다. 그의 일화는 부하 직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때때로 격분하는 성급한 관리자의 수준을 훨씬 넘어선 유형의 전형을 보여준다. 잠시 묵은 호텔 스위트룸에서는 피아노의 위치와 장식된 꽃을 교체해달라 요구하고, 세탁기 한 대를 사기 위해 2주 동안 매일 밤 가족회의를 할 정도였다니. 이처럼 완벽주의는 사적이면서 공적이고, 개인적이면서 관계적이라는 다양한 측면들을 가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완벽주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신체적인 문제를 포함한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이 사회적으로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2021년 유출된 페이스북의 자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청소년의 약 절반이 완벽하게 보여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약 40%가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10대 미국 청소년의 6퍼센트와 영국 청소년의 13퍼센트가 자살 충돌을 느끼는 이유의 하나로 인스타그램을 들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토머스 커런은 다양한 조사와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완벽주의가 급부상하고 있는 추세와 원인을 진단하고, 2050년에는 특히 사회부과 완벽주의가 사회에 극심한 공포를 초래할 것이라 경고한다.
“나 정도면 괜찮아!”
비교의 시대에 고군분투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필독서
저자는 완벽주의가 개인에서 시작된 집착이 아니라 문화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완벽주의는 우리의 일상과 사회 곳곳에 편재하는데, 부모들이 사용하는 언어에도, 뉴스가 짜 맞춰지는 방식에도, 정치인들이 떠들어대는 말에도,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이나 사회제도를 구성하는 방식에도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완벽주의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쟁과 비교,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아파하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성공하고자 하는 욕구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사이에서 늘 불안해하는 우리들,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수치심을 안고 사는 사람들, 뭔가를 이루거나 혹은 버티기 위해 최선을 더하지만 애쓸수록 소진되는 자신을 느끼고 있는 우리 모두가 그 주인공이다.
이 책은 ‘가지지 못한 것들, 끝내지 못한 것들, 그래서 버리지 못하는 것들’로 인해 고민하고 아파하는 우리 모두의 연대기이자, 결국 자신을 인정하지 못해 늘 불행한 이들을 위한 지침이기도 하다. 또한 아주 작은 습관에서 인생을 결정짓는 선택까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여러 욕구와 집착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과 그로 인한 마음의 흔들림에 대하여 상세히 다룬다.
이 정상적이지 않은 흐름에서 벗어나기 위한 변화의 시작은 완벽주의가 문제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양한 조사와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저자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자기를 진정으로 수용하는 일이다. 왜 끝없이 불안을 조성하는 문화에 반응하고 상황을 개선해야 하는가? 실패는 존재의 한 형태인데 사회가 원하는 것처럼 꼭 실패를 통해서도 성장해야 하는가? 좌절, 실망, 취약함, 단점 등을 그저 있는 그대로, 인간이라는 유한한 존재의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일부로 수용하라. 다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으며, 세상의 기준에서 자신을 해방할 때 비로소 삶의 방향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평가와 거절, 실패의 두려움에 맞서라. 당신은 아름답고 불완전한 지구의 아름답고 불완전한 자아 안에서 만족스럽게 사랑하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 부디 싸워서 얻어내라. 그때 우리는 ‘인간다움’이 작지만 눈부신 폭발임을 알게 될 것이다.